오늘은 엄마 흉을 보는 날
음력 윤오월생,
엄마 이름은 윤아!
윤달에 태어났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옛날 이름 치고는 참말로 곱디곱다.
엄마는 연세가 드시면서
손을 꼭 잡는 일이 부쩍 많아지셨다.
뺨도 어루만지시고, 손가락도 주물주물.
아마도 속으로는
"내 새끼들 더 오래 봐야 하는데…"
조여오는 시간을 애써 감추셨던 건 아니었을까.
“너는 손가락도 길쭉하니 이쁘고,
발가락도 어쩜 그래, 니 아부지를 빼닮았노.”
말끝마다 ‘니 아부지 닮았다’ 하시던 엄마는
윗입술이 도톰하셨다.
아랫입술보다 윗입술이 도드라져 보이던 젊은 시절.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무뎌졌지만,
젊은 시절 사진 속 엄마의 입술은
여전히 도톰했다.
그 입술 때문에
아부지는 혹시 아기가 엄마 입술을 닮을까 봐
내심 걱정이 많으셨다고 한다.
첫째 언니가 태어났을 때,
산파가 아기를 보여주자
아부지는 “아이고, 엄마 입술 안 닮았네~”
안도의 미소를 지으셨다고 한다.
정말이지, 코메디 같은 부부다.
그 시절 시골살이로 무슨 태교가 있었겠냐만,
엄마 출산이 가까워질 무렵부터
아부지는 엄마 배에 손 얹고는.
아가야 ㅡ
“엄마 입술 닮지 마라~”
“너거 엄마 입술 닮으면 안 된다~”라고
그 장면이 상상되어
실실 웃음이 난다.
딸을 낳을 때마다
입술 닮으면 안 된다고 걱정하시던 아부지.
우리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자,
손으로 윗입술을 살짝 밀어 넣어 주셨다는
웃지 못할 전설 같은 에피소드.
물론 두 분이
늘 알콩달콩 하시기만 했던 건 아니다.
살다 보면,
다른 부부처럼 싸움도 있었고
지지고 볶는 날도 많았다.
부산으로 이사 온 뒤,
어느 날 영도 집에서
앨범을 펼쳐 사진을 구경하다가
"엄마 입술 뭐야~"
하고는 다같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나보다 웃음이 더 많았던 언니를 보며
엄마는 사투리로 말했다.
웃음 많은 사람에게 하는 표현이다.
“저거 완전 씩씩바리네~”
그 말에 또 숨이 넘어갈 듯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이 빚어낸 풍경 속에서
한참을 깔깔대며 웃고 떠들었다.
엄마는 광대도 약간 튀어나왔다.
처녀 시절,
치마저고리에 댕기머리 한 사진을 보면
완전 조선시대 느낌이었다.
“와, 우리 엄마 진짜 못생겼네~”
하고는 엄마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며,
정말이지, 그날ㅡ
세 모녀의 웃음꽃은 멈출 줄 몰랐다.
나도 앞가르마 타고,
댕기머리 흉내를 내봤는데…
아이고야, 그렇게 못날 수가 없었다.
그제야 결론이 났다.
세상에 못난 사람은 없다.
자기 얼굴로 자기 인생 사는 거다.
다행히 우리 집 세 딸은
아무도 엄마의 윗입술을 닮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부지의 '입술 고민'은
다섯 명의 자녀를 낳고 나서야
비로소 사라졌다고 하셨다.
요즘 들어
엄마 얘기를 많이 꺼낸다.
저 먼 곳에서 지켜보시다가
"아이고 문디 가시나, 저 뭐라 캐삿노!"
하고 한마디 하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