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찾아오는 밤에

by 정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늪에서,

나는 간혹 길을 잃습니다.

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요?





밤이 깊어지면, 생각도 함께 길어집니다.

모른 척 외면하던 일들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면,

괜히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담담하게 책 읽어주는 유튜버의 목소리에 기대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듭니다.


누구의 탓도 아닌데, 슬며시 마음이 무거워지는 밤

불 꺼진 방 안에서 스스로와 마주하게 되면

이젠 억지로 쫓아내려 하지 않습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그림자처럼,

그것도 내 안의 일부임을 인정해 줍니다.

생각은 때때로, 나를 더 깊게 이해하게 하니까요.


그렇게 뒤척이다 잠시 잠들면 아침이 옵니다.

생각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지만,

그 무게를 감당할 만큼 마음이 조금 단단해집니다.


또 밤이 찾아오면 도돌이표처럼 돌아갈지언정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톡톡 아기 잠재우듯 나를 다독이는 나는

언제쯤 포근한 이불속에 온전히 안길 수 있을까요.


늘 인생의 고뇌는 이어집니다.

삶이란, 어쩌면 살아 있다는 하나의 표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호선 순환 열차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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