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
윤소정의 시간 관리법 영상을 소개한다. <생각구독>을 통해 알게 된 그녀는 “시간 관리 어떻게 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단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물어야 할 건 “에너지 관리 어떻게 하세요?”란다. 자신은 하루 전체는 되도록 힘을 빼되 하루 중 3시간만 Key Scene(키씬: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핵심이 되는 장면)을 만들려고 한단다. 대신 하루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키씬을 정말 재밌게, 반짝반짝하게 만든다고! 밀도 있는 3시간이 365일 쌓이게 하란다. 이를 위해 중요한 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 몸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다. 잠들기 전에는 다음 날의 하이라이트를 상상해 보고 기상 직후에는 이부자리를 잘 정돈한 뒤 올리브오일로 오일풀링, 벨레다 치약으로 칫솔질을 한다. 구강관리에 진심인 이유는 입안이 깨끗해지면 입에 들어가는 것들을 조심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보이차는 부부티하우스를 추천하는데, 티타임이 아침의 질서를 잡아준단다. 정돈된 에너지로 하이라이트 3시간을 쏴주면 인생이 즐겁다고 활짝 웃는다.
여기에 완전히 설득된 나, 기상 직후 티타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아침 빈속에 아메리카노를 바로 들이부었다. 훌러덩 벗은 잠옷을 대충 던져놓은 채로 말이다. 최근에는 잠옷을 고이 접는다. 작년 중국 여행에서 사 온 보이차를 꺼내 아메리카노를 제치고 홀짝홀짝 마신다. 이제 갓 일주일 차, 솔직히 이 정도로 좋을지는 몰랐다. 추천받은 루틴 중에 최고다. 속이 따뜻하게 데워져서 즉각적으로 행복해질뿐더러,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할 금빛 벨트를 배에 달칵 채우는 기분이었다. 물론 길티 플레저로 두쫀쿠를 곁들였다. 달콤함이 입안에서 사르르 번졌다. 명상에서 늘 유용하게 쓰고 있는 유칼립투스 오일을 손목에 슬쩍 바르는 것까지 티타임 순서에 끼워 넣었더니 환상이었다. 오일풀링과 벨레다 치약은 패스. 처음부터 다 따라 하다간 금방 지칠 수 있으니. 그보다는 보다 익숙한 Mindfull checkin(마인드풀 체크인: 호흡, 감정, 생각을 판단 없이 알아차리는 자기 점검)을 한다. 호흡을 깊게 마시고 입으로 숨을 길게 내뱉은 뒤에 몸의 긴장이 들어간 곳이 있는지 살펴보고 어떤 마음 상태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알아준다.
헬스, 요가, 명상, 독서, 글쓰기… 새롭게 추가된 습관인 티타임까지, 모두 나만의 작은 사치다. 어쩌면 ‘키씬’보다 더 좋은. 삶은 늘 크고 선명한 사건으로만 기억되진 않으니. 세상을 밝히기엔 미약할지 몰라도 나를 비추기엔 충분한 빛, 내 안의 조명을 켠다. 하루를 시작하고, 다시 돌아오고, 또 시작한다. 때로 찾아오는 실망스러운 날을 꼭 껴안아주면서 한 번 더 조금씩 나아진다. 잠옷을 개는 손끝의 감각, 따뜻한 차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 손목에 스미는 향, 조용히 고르는 몇 번의 들숨과 날숨. 그 짧은 순간에 있는다. 앞으로 어느 날은 아메리카노를 급히 찾을 것이고, 늦게 일어나 침대를 엉망으로 둔 채 뛰쳐나갈 테지만. 뻔하지 않은가. 좋은 습관이 언제나 이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선가에 있다는 말을 되뇐다. “‘말할 때는 오로지 말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걷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