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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치 Feb 08. 2019

Coco

우린 여전히 함께하니까

     

1. 멕시코 망자의 날     


 영화는 멕시코의 전통 축제인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이 축제는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날로 그들을 애도함과 동시에 함께함을 즐기는 날이다. 사람들을 해골 분장과 화려한 옷, 분위기와 함께 축제를 진행한다. 영화 초반부 미구엘은 죽은 자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죽은 자들은 가족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이 축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둡고 무거운 단어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을 마냥 어둠 속에서 생각하기보다는 밝고 화려함 속에서 그들을 축복해주는 자리였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자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우린 여전히 함께 한다.”              



  

2. 꽃길     


 미구엘이 사는 동네와 죽은 자들의 세상과의 연결고리는 ‘마리골드’ 꽃잎으로 만든 꽃길이다. 

‘꽃길’이라는 연결고리가 참 좋았다. 사후세계를 믿는 것도 아니고, 아직 가까운 사람을 죽음이라는 방법으로 떠나보낸 적은 없지만 죽은 자 들이 가는 길이 꽃길이라면 조금은 안심하고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3. 나의 꿈 vs 부모님의 꿈     


 내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을 가족들이 사랑하지 않는 일은 참 외로운 일이다. 미구엘은 음악을 꿈꾼다. 어둡고 좁은 쪽방에 숨어 어떻게든 기타를 배워나갈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 그런 미구엘을 가족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음악을 꿈꾸는 것을 들키자 할머니는 급기야 기타를 부수고 만다. 그들이 미구엘을 반대하는 이유는 고조부가 음악으로 인해 가족을 버렸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모습이 고집스럽고 답답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들에게 음악은 상처로 남아있는 것이다. 각자의 나름대로 속상한 일, 나의 꿈과 부모님의 꿈의 충돌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상대방은 나와 다른 사람이다. 자식과 부모도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아무리 어린아이도 자신만의 가치관,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A, A-1의 관계가 아닌 A, B이다. 부모가 자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자식의 꿈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부모님께 가장 감사한 일은 내가 가는 길을 신뢰하고 존중해주신다는 것이다. 이 길이 당장은 불명확해도 부모님은 그저 잘 해낼 거라고 묵묵히 지켜봐 주신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걸어낼 수 있는 이유다. 내가 혹여나 엄마가 된다면 이 모습을 꼭 본받고 싶다.                




4. 기억한다는 것


 헥터를 비롯한 죽은 자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살아있는 자들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치차론이 영원히 사라진 이유는 더 이상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아서였다. 충격에 빠진 미구엘에게 헥터는 덤덤하게 “누구나 그렇게 돼.”라고 한다. 


 감독은 잊혀가는 사람들의 비애를 담으려 하지 않았을까. 누군가한테 잊힌다는 것은, 그리고 모두에게 잊힌다는 것은 육체가 아닌 영혼이 죽어버리는 것임을 알려주려 한 듯하다. 나는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는지, 또 나는 기억할만한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나를 변화시켰거나, 나를 아프게 했다거나, 나를 성장시켰다거나. 한 사람의 일상이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넘치기도 할 때, 우린 기억한다.      

 그럼 나는 그런 사람일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오니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고 싶어 졌다. 




5. 진짜 나의 가족 헥터     

 돌이켜보면, 미구엘이 낯선 공간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끝까지 옆에 있어준 건 헥터이다. 비록 미구엘의 진짜 고조할아버지는 유명인이 아닌 무명인이었지만, 또 의도치 않았지만, 두 번 다시 마주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사람과 행복한 추억을 쌓아갔다는 것은 세상 유일한 축복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했던 장면을 꼽으라면 헥터와 미구엘이 함께 공연을 하는 장면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필요했던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은 미구엘에게 두고두고 벅찬 순간일 것이다. 헥터는 미구엘에게 세상에 딱 한 번만 존재하는 추억을 선물해준 것이다.      




6. 미구엘이 헥터에게


 나의 가족 헥터. 모두가 꽃길을 걷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 당신은 먼발치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하고만 있었겠군요.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음악을 도전했던 것도,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의 곁으로 가려했던 것도 모두 자랑스러워요. 낯선 공간에서 무서워할 때 끝까지 나의 옆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헥터 덕분에 이전보다 더 가족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다른 어느 것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준 나의 고조할아버지 헥터 당신을 존경합니다. 




7. 헥터가 미구엘에게


 미구엘. 내가 가족들을 떠나 음악을 한 이후로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단다. 어떤 일을 하던, 가족의 사랑 없이는 평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가족은 나에게 필수적인 존재 더구나.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도 좋아. 얼마든지 도전해도 괜찮아. 하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는 마음은 절대 놓치지 마렴. 우린 태초부터 형성된 이 관계, 이 사랑에 자꾸 익숙해하기만 하는 것 같아. 미구엘. 이 세상에 익숙해져야 할 사랑은 없어. 꼭 기억하렴.

 

 미구엘. 세상이 나를 기억하게 해 주어 고맙다. 네가 없었다면 난 후회를 품고 사라져 버렸을 거야. 네가 나의 가족이어서 참 행복하다. 매년 망자의 날에서 꼭 보자꾸나. 꽃길을 빛내며 달려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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