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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치 Jan 23. 2019

카모메식당

너다웠던 위로 공간, 카모메식당

                                                                                                                                                                                                                                                                                                                                                                                                                                        

1.
 
영화 <카모메식당>은 필란드의 카모메 식당 주인인 일본인 여자 ‘사치에’와 그 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필름카메라의 느낌으로 내용 뿐만 아니라, 색감을 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2.
     
“살찐 동물이 좋다. 엄마는 말라깽이였다.”
사치에는 식당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맛있고 또 풍요롭게 음식을 먹이고자 한다.
늘 말랐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라온, 또 그런 엄마를 떠나 보내야했던 사치에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엄마에게 해주지 못한 음식을 손님들에게나마 베풀려는게 아닐까 싶다.
더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다른 사람에게라도 표출해야 마음이 편해지나보다.
     
     

3.
     
사치에는 영화 내내 한결같은 웃음과 눈빛으로 손님을 대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엔, 미도리와 마사코가 그런 사치에를 칭찬해준다. 혼자 보기 아까울정도의 인사법이라고.
인사를 하는 것은 상대방을 마주하는 첫 걸음이다.
그 동안 사람들에게 건넨 인사를 꼼꼼하게 떠올려보면, 앞으로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다가갈 것인가를 정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사치에의 한결 같은 인사는 식당에 오는 사람들에게 늘 다가가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여기 들어와도 괜찮아. 밥 한 끼 먹고 가. 라고 말해주는 듯한 눈빛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그녀의 인사에 보는 나도 첫 걸음을 내딛고 싶었다.
     

     
4.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 토미에게는 항상 공짜 커피가 제공된다. 토미는 매일 빠짐없이 와서 커피를 먹는다. 매일 왔던 이유는 커피가 전부일까.
나는 그가 외로운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가 영화에선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신이 궁금했던 갓챠맨의 노래를 알려주는 사치에. 일본어로 이름을 써주는 미도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
 커피향을 음미하며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토미의 외로움은 매일매일 충족되었을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외로움이 채워질 때가 있으니까.
     

5.
     
사치에가 미도리를 위해 첫 식사를 제공해주었을 때, 미도리는 음식을 먹자마자 눈물을 쏟아낸다.
그녀는 핀란드라는 곳으로 도피했지만, 고향의 음식이 그리웠을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곳으로부터 도망쳐 나와도 그 환경의 흔적은 지울 수가 없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면, 어릴 적 아빠가 해주신 잔 멸치 볶음을 먹으며 아빠와의 시간을 추억하는 자매들의 모습이 나온다.
음식이라는 것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그 흔적들을 향으로 맛으로 추억하게 하는 마법이 있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것은 또 하나의 흔적을 남기는 일인가보다.
     

6.
     
핀란드는 평화롭고 행복지수가 높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만으로도 그 곳에도 고통과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100퍼센트 평화롭고 안정된 곳은 없다. 핀란드로 떠나온 인물들을 보니, 제주살이를 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제주라는 곳은 언제나 행복할 줄 알았다. 그 곳에도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고, 나에게도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는 어딘가로 도피하기전에, 그 곳이 나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7.
     
핀란드 사람들의 행복한 원인, 숲. 잃어버린 마사코의 버섯들. 그리고 캐리어 속에서 찾은 버섯들.
이 3가지는 과거가 아닌 현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한다. 사
실 이 3가지 요소에서 현재의 중요함을 찾아낸다는 것은 아직까지 완벽히 마음에 심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마사코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갇혀있을 때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음이 확실하다.
우린 지나가버린 것들에 대해 헤어 나오질 못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손에 있는 것은 버섯들인데 그걸 열어보지 못하고 자꾸만 잃어버린 캐리어들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나간 일에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여서, 현재에 잘 몰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불쑥 나를 감싸 안을 때가 있다.
알고보니, 나는 버섯도 캐리어도 둘 다 놓지 않고 있었다.
버리는 시늉만 했다.
     
     
8.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아직 많아요.”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점점 나에게 새로운 색깔이 입혀지는 것 같아 참 좋다.
하지만 가끔은 모르는 것이 약일 때도 있다.
     

9.
     
“여긴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열심히 하다보면 손님이 점차 늘거에요.”
마사코의 조언은 현실적이다. 마사코의 말대로 한다면, 식당은 전보다 훨씬 빨리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치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분위기를 고집한다. 그리고 버틴다. 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늘 만석이 되었다.
버티고 견디며 기다려온 사치에는 자신이 가장 자유로웠던 공간인 수영장에서 기립박수를 받는다. 잘 버텨온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색깔을 고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남들의 기준에 맞춰 이 색깔 저 색깔 바꾸다보면, 원래 내가 무슨 색이었는지 잊게 된다.
어떤 일을 하던지,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가고 싶다.
나답게 하는 것이 가장 정답이지 않을까.
     
     
10.
     
카모메 식당의 전 주인은 커피를 맛있게 타는 법을 알려준다. 원두를 갈기 전, 손가락을 넣어 “코피루왁!” 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핸드드립 커피가 아니라 코피루왁 급의 커피라고 여기는 것이다. 커피를 배우던 때, 강사님이 하신 말씀과 비슷했다.
커피를 만들고 제공할 때, “이거 정말 비싸고 맛있는 커피에요.” 라고 말하면 정말 그 커피가 맛있어진다고 한다.
내가 이 커피를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제공하는지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가 정말 중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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