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치 Jan 10. 2020

노을

노을 「명사」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
 

 
 노을의 세계에 초대받았다.
 해변의 끝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갈 때마다 노을은 환영한다는 듯, 더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주황빛은 더욱 짙어져 바다도 나도 그 빛에 물들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이곳으로 달려왔다. 노을과의 시간은 길지 않기에 손을 뻗으며 한 줄기의 빛이라도 더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대화는 사라지고 한 곳만 바라보다. 비현실적이다. 세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 빛과 나만의 시간. 내 마음을 대변하듯 아련하게 사라져 가는 노을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소리와 파도 소리가 들린다. 이제서야 그 세계에서 벗어났다. 모래를 푹푹 밟으며 뒤돌아 걸어갔다. 꿈을 꾸다 깨어난 듯이 비몽사몽 하다. 혹시 내 어깨에 빛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괜히 한번 툭툭 털어본다. 잠시 멈춰 서서 여운을 느껴보지만 떠오르는 잡념들이 방해된다. 내가 가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 무기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