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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치 Jan 10. 2020

무기력

무기력 「명사」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음.
 


 아침이다. 건조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알람이 울린 지 훨씬 지났음을 알아챘지만, 또 한 시간을 더 자 버렸다. 그렇게 늦잠을 자도 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서야 느릿느릿 몸을 움직였다. 집이 원래 이렇게 조용했던가. 얼마 남지 않은 우유를 탈탈 털어 씨리얼이 담긴 그릇에 부었다. 늘 그랬듯이 노트북을 켜서 본래의 목적을 까먹어버린 채 인터넷의 세계에 허우적댄다. 이럴 때가 아닌데, 어서 일해야 해 라고 생각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지금 내 앞에 빙빙 돌고 있는 마우스처럼 내 마음이 자리 잡지 못하고 맴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감당할 수 없는 기운과 힘이 없다. 어디라도 나가볼까 하고 집 앞 카페를 기웃거려보지만 퍽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물렁거렸던 찰흙이 굳어지듯, 내 얼굴도 굳어져 갔다. 안다. 기운이 없든지 있든지 내 일을 해야 하는 것을. 하지만 언제부터 시작된 지 모를 나의 오작동은 모든 사고를 느려지게 하다 멈춰버렸다. 공장중단. 시간이 흐르면 또 기운을 차리고 달려나갈 것이다. 평생 이러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기엔 하루가 재미없다는 사실이 싫증 날 뿐. 어제처럼 지내다 보면 오늘도 흘러가 있겠지. 그냥 잠시 이렇게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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