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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치 Jan 10. 2020

몽상하다

몽상하다 [동사]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하다.


주말이다. 햇살이 스며드는 커튼을 열어젖히고 식물에게 물을 주었다. 나뭇잎 위에 동그란 물방울들은 햇살에 반응하여 반짝거렸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보니 바람이 제법 분다.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며 여유를 즐기라는 신호를 준다. 전날 만들어놓은 국한그릇과 밥을 식탁에 올려놓고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걸어나갈지 생각한다. 뭘 해도 좋을 것 같다. 벌써 3번째 읽고 있는 시집 한 권을 꺼내 그의 무릎에 눕는다. 한장 한장 읽다 보니 나른하다. 그는 머릿결을 정리해주며 나른함을 증폭시켜주었다.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새벽이다.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를 품에 안고 햇살조차 들지 않는 방구석에 박혀있다. 냉장고는 비어있다. 오늘도 몽상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말았다. 실현 불가능한 헛된 상상이나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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