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택이 어려운 나에게
선택 장애로 유명하다. 점심 메뉴 하나 고르지 못해 한참을 생각하다 계산대로 향하는 일은 흔한 일상이다. 미스터 노바디는 이런 나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영화는 온통 선택에 관한 내용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경우의 수를 보여주며 과연 어떤 선택이 맞았던 것인지 보는 이들도 고민하게 만든다. 중요한 건, 니모의 선택에는 항상 비극이 공존했다. 어떤 선택이던지 비극은 존재하며 그러니 잘못된 선택은 없다는 것이다. 우린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후회하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랬기 때문에 선택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후회 없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냥 내가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는 것 같다. 주변의 시선, 환경, 후회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고 곧 내 마음이 가장 중심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니 최소한 지나간 것에 후회하지 않아야겠다.
2. 찔림
니모는 기자에게 안나를 잃은 이유를 브라질 해고당한 노동자가 계란을 삶아서라고 하였다. 계란 끓는 물에 온도는 달라졌고 기후가 변하면서 비가 오게 되었고 안나가 건넨 번호 적힌 쪽지는 폭우에 씻겨 내려가버렸다. 그래서 안나를 잃었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 장면을 과거를 탓하는 우릴 대변하는 거라 생각했다. “너를 잃은 건 브라질 노동자 때문이며, 가격이 내려간 청바지 때문이지. 내 잘못이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환경을 탓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같은 영화를 본 이들의 관점은 달랐다. 그냥 니모가 덤덤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브라질 노동자가 계란을 삶았고, 기후는 변했고, 비가 왔고, 그냥 그렇게 안나를 잃은 거야.” 하며 안나를 잃었다는 것에 대해 묵묵히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마 환경을 탓하는 내 모습이 찔렸나 보다. 지금 내가 처한 문제 또한 ‘내 마음’에 문제인데 환경을 탓하기만 했었다.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3. 두 마리 토끼
우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누군가가 말하기를, 두 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잡은 손의 힘이 각각 달랐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한쪽을 더 세게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마리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손에 남아있는 건 한 마리뿐. 사실 그것도 성공한 거다. 두 마리를 놓치기 일쑤니까.
내 마음엔 두 마리를 다 잡고 싶은 욕망이 늘 존재한다. 그래서 선택이 아닌 그냥 두 갈래의 길을 모두 걸으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의 역량이 그렇게 하기에 부족한 것도 안다. 어느 토끼를 그렇다면 잡아야 하는 것인지 또한 골치 아픈 문제이다. 근데 정말 한 마리만 꽉 잡아도 될까.
4. 캐스팅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캐스팅은 이 영화에게 있어서 신의 한 수다. 나이 때별로 나오는 주인공들은 실제 인물이 자란 건가 싶을 정도로 유사하다. 특히 안나는 동일인물임이 틀림없다. 그의 캐스팅 실력은 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배우들의 유사한 표정을 짓는 연기력 또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5. 9시 12분, chance
니모가 엄마와 아빠 둘 중 선택을 해야 했을 시간은 9시 12분이다. 영화에선 시계가 나올 때마다 9시 12분을 가리킨다. 니모는 그 시간에 멈춰있었던 것일까.
chance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인생은 기회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6. 마지막
오늘도 선택에 기로에 한참을 서성였지만 돌아왔다. 이 영화가 생각나서이다.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돌아오게 만들 만큼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