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정리하다가,
나도 모르게 손이 멈췄다.
손에는 반찬 봉투가 들려 있고
약간 굽은 등이 프레임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날, 반찬 키트를 받아가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촬영할 땐 몰랐는데,
이 장면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그날 들었던 이야기가 사진 속으로 스며들었다.
할아버지는 손자와 단둘이 산다.
밥을 해본 적 없는 할아버지는
매일 끓이던 찌개 하나에 의지해
손자와 밥상을 마주해왔다고 했다.
"밥상 차리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복지관 지원으로 반찬 가게에 들러
처음으로 여러 가지 반찬을 고르고
처음으로 다양하게 차려본 밥상.
그날, 손자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고 한다.
그걸 보며 할아버지는 말없이 웃었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서기 전,
나직하게 한마디 건네셨다.
“고맙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날 찍은 사진이 다시 떠올랐다.
사진은 단순히 ‘지원받는 장면’이 아니었다.
손자에게 밥 한 끼를 제대로 차려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진심이 담긴 순간이었다.
사진이 나를 불러세운 건
그 마음을 놓치지 말라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진은 셔터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먼저 눌러야 남는 것 같다.
그 마음이 말을 걸어올 때,
나는 비로소 사진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