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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Apr 18. 2018

남아공으로 가는 길

#2. 출발선

 

집짓기

걱정되는 마음만큼 준비해야 할 것들이 태산같이 느껴진다. 간단히 생각하여 의식주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서부터 하나씩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 지낼 공간. 여러 메이커의 캠핑 장비를 직접 테스트하고 공원에서 텐트 치는 연습을 했다. 집이 해결이 되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미쉘린 아프리카 지도

100일이라는 시간 내 케이프타운에서 나이로비까지 이동하기 위해 하루도 헛으로 써서는 안 된다. 계획도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수정하며 문제 될 가능성에 준비하고 대비했다. 인생은 예측불가라지만 어쨌든 계획이 서니 꽉 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만 같다.

담력훈련

떠나기 전까지 준비에는 끝이 없다. 자전거를 고르는 일부터 캠핑에 필요한 장비 그리고 생활에 필요할 그 어떤 것들에 대한 채비... "그래 철저한 준비, 완벽한 계획은 없어" 그 모든 건 떠나기 전까지 내게는 알 수 없는 것들일지도.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가장 중요한 건 집 문을 나서는 용기가 아니겠는가.

눈 떠보니 인천공항

드디어 출발선 인천공항에 섰다. 가만 보면 적당히라는 단어는 참 난처한 단어다. 자전거 여행이야 말로 적당히 필요한 짐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도를 넘어서면 먼길을 가기가 어렵고 정도에 못 미치면 배가 굶는다. 필요한 짐을 꾸리되 넘치지 않는 적당함의 미학. 

사우스 아프리카 항공 (남아공 항공)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는 규격 정책

우리는 남아공 항공(South Africa Airway)을 이용했다. 당시 남아공 항공은 23kg 제한의 짐을 2개까지 수하물로 보낼 수 있었다. 스포츠 장비의 경우 크기 제한을 따로 두고 있으니 남아공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준비하면 된다. 자전거를 수하물로 보내본 경험이 없어 여러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홍콩 - 요하네스버그 - 케이프타운을 경유하는 여정이었기에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서 수하물을 찾아야 하는지가 걱정이었다. 남아공 항공은 한국에 지사가 없어 유선으로 문의할 수도 없느 노릇이었다. 다행히 남아공 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스포츠 장비 규격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에 맞게 짐을 꾸려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수하물은 요하네스버그에서 한차례 수령하여 케이프타운행으로 환승할 때 재차 수하물을 붙였다. 

뭐가 어찌 됐든 짐을 붙이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이것저것 신경 썼더니 시작 전부터 몸이 노곤하다. 수하물의 안녕은 잠시 잊고 경유지 홍콩에서 레이오버하여 돌아다닐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눈을 붙인다. 

여름 소나기가 내리는 향항국제공항

6월의 홍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날씨 었다.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리고 있지만 덥고 습한 더위를 인내하기에 메고 있는 백팩은 말 그대로 짐이었다. 지나치는 사람과 살갗이 부딪히면 부처님도 인내 못할 찝찝함이 느껴지는 날씨라고 정의했다. 공항에서 A21 버스를 타고 목적지 침사추이로 이동한다. 

침사추이

가우룽 남단의 상업지구 침사추이. 홍콩 시민과 여행객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이곳이다. 빅토리아 만에서 바라보는 야경과 레이저쇼 심포니 오브 라이츠(A Symphony of Lights)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망한다는 침사추이 레이저 쇼. 그래서 더욱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인상한 심리가 발동한다. 레이저 쇼가 어떻든 야경 하나는 근사하다. 

다시 시작된 비행

홍콩에서 요하네스 버그로 향하는 여정. 장시간 비행의 시작이다. 자신의 생활공간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은 언제나 설렌다.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왜일까. 

요하네스버그에 도착!

몇 번을 깼다 잠들었다 했을까? 비몽사몽으로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 비행기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내내 걱정하던 수하물을 손아귀에 넣으니 한시름 놓인다. 이제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이동하기 위해 게이트 밖을 나서는데... "그래 아프리카에 왔구나!"라고 생각 들게 한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긴다. 공항 직원과 같이 보이는 유니폼 입은 한 사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짐을 나누어 들어주겠다는 것. 둘이서 충분히 이동시킬 수 있는 짐의 양이었지만 그의 친절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에게 짐을 맡기며 "너의 친절에 감사해~)라는 여유 섞인 한마디를 건넸다. 그러나 세상엔 공짜는 없다. 환승 창구까지 짐을 이동시켜준 그는 돈을 요구했다. "기브 미 100 란드" 감사한 일인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마냥 기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행동에 주의하여 나쁠 것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안 나 50 란드 밖에 없거든" 수업료 50 란드를 그에게 건네며 다독였다. 그리고 우리는 케이프타운행 비행기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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