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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May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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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미비아

남아공 마지막 국경마을  Vioolsdrif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 일찍 보더(A border)로 나왔다. 보더에는 이미 나미비아로 넘어가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절차에 맞춰 출국심사를 하고 나미비아로 넘어가려는데 검문하는 아저씨가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한마디 건넨다.  "나미비아에서 치타를 조심하게나" "굿럭"

웃으면서 한다는 소리가... 아무튼 무지막지하다.

아름다운 오렌지리버

출국 절차를 마치고 나미비아 입국을 위해 심사장으로 가는 도중 지도상으로만 보던 오렌지 리버를 지나치게 된다. 산맥과 강이 멋지게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오렌지리버는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강으로 대서양과 이어진다.

이곳의 웅장함에 압도되고 황량함에 걱정이 앞선다. REPUBLIC OF NAMIBIA가 적힌 사인을 보니 감격스럽고 기쁘다.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자전거로 나미비아 땅에 들어서다니... 무사히 이곳에 올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나미비아 B1도로(좌) / 남아공 N7도로(우)

갑자기 현저히 줄어든 나미비아 측 도로. 여유롭게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남아공의 N7도로와는 달리 차도를 침범하여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속도가 나지 않을 정도의 컨디션이었다. 도로가 상대적으로 좁아져 자전거를 타는데 심적 부담이 매우 컸다. 차도를 침범해야 하니 수시로 뒤를 돌아봐야 했고 그러다 보니 같은 거리를 가도 빨리 지치게 된다.  

어쨌거나 나미비아 입국심사장으로!

차례로 짐을 지키며 입국심사를 받는다.  (나미비아의 경우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으니 미리 남아공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와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우리를 의아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별 탈 없이 입국할 수 있었다. 아마 우리 말고 미리 다녀간 자전거 여행 선배님들 덕인지 모르겠다. 이곳은 생각보다 일처리가 느긋하고 입출국하는 사람들도 많아 예상시간보다 늦게 나미비아로 들어서게 됐다.

나미비아 여행 계획은 국경에서 304km 떨어진 Keetmanshoop까지 자전거로 이동하여 Keetmanshoop에서 수도 빈트후크까지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정 기간 관광 후 다시 빈트후크에서 보츠와나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계획에 있었다.

나미비아 여행 첫날

국경 근처에 있는 숙소와 주유소 등을 지나면 주위에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도 발견이라면 발견이겠지) 반토막난 도로와 지독한 역풍 그리고 다시 시작된 지옥의 오르막길... 나미비아와 남아공을 잇는 B1과 N7도로는 화물차가 많이 다니기에 안전에도 각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뉘엿뉘엿 해가 져간다. 나미비아에서 치타를 조심하라던 남아공 아저씨의 말이 생각나 더욱 걱정이 된다. 해가 지기 전에 텐트 칠 장소를 찾아야만 하는데 적당한 장소가 보이지 않아 하염없이 자전거 페달만 굴리게 된다. 언덕을 하나 넘을 때마다 "하나만 더 넘어보자! 적당한 곳이 있겠지!"라고 반복한 지 수차례 다행히 저 멀리 집한체가 보인다. "그래 오늘 숙소는 저기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제정신이 아니니 그 순간 집주인의 허락은 중요치 않았다. 우리는 이미 오늘 저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될 게스트가 돼있었다.

비포장 도로를 뚫고 그의 집 앞까지 왔다. 있는 힘껏 집주인을 불렀다. "익스큐즈미!"

처음 만난 나미비아 친구는 조나단과 미란다였다. 들어보니 이 집 꽤나 명당이었다. 자전거 여행자가 한 둘 와서 묵고 간 모양이다. 그들은 친절히 집 앞마당을 내주었고 그렇게 우리는 치타의 위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친절로 불침번? 없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게 됐다.

사람은 기대어 살아간다. 그래서 한자로 사람인(人)을 기대어 있는 두 인간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도움을 청해야 하는 순간 그리고 기대야 하는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 도움 청하고 도움받는 일 그리고 도움 주는 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을 여행을 통해 깨닫고 실천하게 된다. 풍요로운 삶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오늘도 배워간다는 생각과 함께 나를 위로하며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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