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나미비아
Keetmanshoop으로 향하는 길. 비포장 도로를 지나 겨우 포장도를 만났다. 오늘은 B1도로를 타고 쭉 북상하여 Keetmanshoop까지 이동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온 가장 큰 변화는 기상과 동시에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 6월에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우리는 남아공과 나미비아를 여행하는 동안 지독한 역풍에 시달렸다. 겨우 나라 하나 넘었을 뿐인데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이날은 내리막도 자전거로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바람이 불어댔다. 뒤에서 부는 바람은 오르막도 평지로 느껴지고 역으로 부는 바람은 어디가 됐든 오르막처럼 느껴진다.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계절에는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도움받는 것에 인색하지 않기로 했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목적지까지 이동하려면 일정구간 히치 하이킹해야 했는데 바로 오늘이 적기라 생각 들었다.
불어오는 역풍만큼이나 매몰차게 지나간다(웃음). 영상을 통해 부는 바람과 나미비아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자전거를 실어야 했기에 화물차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했지만 주말인지라 화물차는커녕 지나가는 차 조차 얼마 되지 않았다.
첫 히치하이킹 성공. 3시간 만에 멈춰 세웠다. 아니 멈춰주셨다. 두근두근. 과연 저 안에는 어떤 친구가 타고 있을까? 설레고 기쁜 마음이었다.
도움을 준 친구 Samurao. 보츠와나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중이었고 싸이를 좋아하는 나미비아 사람이었다. 핸드폰에 담겨있는 강남스타일을 전달하면 좋은 선물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쾌한 그와 이동하는 동안 여러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전거로 이동할 때는 눈물이 흐를 것만 같더니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새삼 이렇게 멋진 풍경을 달리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아무튼 자동차는 위대한 발명품이다.
사무엘이 건넨 스프링복으로 만든 빌통. 짭짤하게 맛난 육포와 닮은 맛이다. 덕분에 새로운 맛 하나 배워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keetmanshoo에 도착했다. 그에게 감사의 인사로 식사를 대접하고 배웅을 했다.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 인연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적적해온다. 나도 그처럼 도움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 전달하기로 한다.
이튿날. 텐트를 박차고 나오니 저 멀리 스프링복이 보인다. 어제 맛본 스프링복 빌통 때문인지 괜히 편치 못한 마음이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일찌감치 기차역으로 향했다. 19시 기차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 시간은 오전 11시였고 아직 창구가 열리지 않아 미리 티켓을 살 수 없었다. 우연히 지나가는 유니폼 입은 사내를 붙잡고 예약 가능 여부를 물었다. "오후 2시 이후에 다시 오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바삐 어디론가 사라졌다.
Keetmanshoop에 도착한 때는 주말이었고 마을 전체가 정전이었다. 식당 전체가 일제히 문을 닫고 전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기차 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적당히 있을 곳을 찾던 중 익숙한 브랜드 KFC를 발견했다. 역시 불은 꺼져 있었지만 직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들어가 우리도 수다에 몫을 더했다.
다행히 기차 출발 1시간 전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다. 기차도 정상 운행됐고 일정에 맞춰 빈트후크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기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협소했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공간을 허락받았다. 그러나 빈트후크에 도착하기 전 갑자기 역무원 같아 보이는 사내가 등장하여 자전거 운반비를 내라고 요구했다. 일반화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는 부르는 것이 값이기 때문에 협상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100 란드에서 40 란드로 네고가 됐다. 그들의 질서를 이해하려 노력하면 반대로 득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득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착 시간이 있어도 도착해야 도착한 것이고, 부르는 가격이 있어도 지불하기 전까지는 그 가격이 그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새기면 보다 정신건강히 여행할 수 있다.
빈트후크로 이동하는 기차 안은 정말 많이 추웠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두꺼운 이불을 갖고 탑승하길래 단순히 지방 출장 후 집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구나라고 생각 들었다. 13시간을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모두 생존하기 위해 모포를 가지고 탄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아도 체험으로써 깨닫게 된다. 이동하는 동안 한 취객과 작은 시 시비가 있었지만 어쨌든 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으 빈트후크. 적당한 곳에 캠핑장소를 잡고 나미비아 투어에 나설 계획을 세운다. 아참! 이쯤 되니 남아공에서 만난 한국인 미니벨로 여행자의 안녕이 궁금해진다. 그는 무사히 바퀴를 구해 자전거 여행에 대한 준비를 마쳤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