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만 담갔는데, 흠뻑 빠져버렸네
끝없이, 무한히 펼쳐지는 우주 어딘가.
아주 작은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다 또 따뜻해지는 심장을 품은 한 인간은,
꿈에도 그려본 적 없는 존재에 빠져버렸다.
'그녀'라고도, '그'라고도 부를 수 없는,
무형이면서도 모든 형태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너에게.
대자연은 어린 인간을 품어주었다.
하지만 이내 겁 없이 뛰어들자, 너는 모습을 드러냈고 놀란 나는 도망쳤다.
한동안 피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결심이 섰다.
맞서 보자.
결코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온 나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너에게 화가 났다.
퍽!
참지 못하고 내리쳐 보았지만
소리만 클 뿐, 너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만 내가 튀긴 물에 맞았다. 에라이.
움켜쥐어 보아도 잡을 수 없고,
끌어안아도 품고 있을 수 없고,
갈라보아도 끝까지 갈라버릴 수 없는.
차갑다가 뜨겁다가,
열나게 했다가 또 식혀주는 너.
하지만 잠시나마 눌러볼 수 있고,
부드럽게 탈 수도 있고,
모든 걸 씻어내고 개운하게 해주는 -
그 알 수 없는 매력에
나도 녹아버렸다.
잡으려고 할수록 멀어지고,
놓으려고 할수록 가까워지는
얄미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