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독한 짝사랑

발끝만 담갔는데, 흠뻑 빠져버렸네

by 유영

끝없이, 무한히 펼쳐지는 우주 어딘가.

아주 작은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다 또 따뜻해지는 심장을 품은 한 인간은,

꿈에도 그려본 적 없는 존재에 빠져버렸다.


'그녀'라고도, '그'라고도 부를 수 없는,

무형이면서도 모든 형태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너에게.


대자연은 어린 인간을 품어주었다.

하지만 이내 겁 없이 뛰어들자, 너는 모습을 드러냈고 놀란 나는 도망쳤다.


한동안 피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결심이 섰다.

맞서 보자.


결코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온 나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너에게 화가 났다.


퍽!

참지 못하고 내리쳐 보았지만

소리만 클 뿐, 너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만 내가 튀긴 물에 맞았다. 에라이.


움켜쥐어 보아도 잡을 수 없고,

끌어안아도 품고 있을 수 없고,

갈라보아도 끝까지 갈라버릴 수 없는.


차갑다가 뜨겁다가,

열나게 했다가 또 식혀주는 너.


하지만 잠시나마 눌러볼 수 있고,

부드럽게 탈 수도 있고,

모든 걸 씻어내고 개운하게 해주는 -


그 알 수 없는 매력에

나도 녹아버렸다.


잡으려고 할수록 멀어지고,

놓으려고 할수록 가까워지는

얄미운 너.


그래도 난 널 좋아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