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에 새겨진 평영의 교훈
"이상하다, 나 허벅지가 아파. 왜 못 걷겠지?"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았다.
무식하게 몇 시간을 계속 힘을 썼으니 안 아플 리가 있나.
평영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던 즈음,
마침 리조트 수영장을 가게 되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내가 먼저 수영에 빠져서 남편도 다른 센터의 초보반을 등록해 줬던 터라 나는 평영, 남편은 자유형을 겨우 배우고 있었다.
둘 다 초보임에도 재미는 제대로 들려서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시간제한이 없는 수영장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그에게 멋진 선배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날 보라고. 후훗.
(지금 다시 보면 정말 허우적거리던 모습이지만, 그땐 진지했다.)
온실 속 화초처럼 강습받던 실내 수영장 속 금붕어였던 나는, 낯선, 그리고 통유리에 바다와 소나무뷰가 펼쳐진 신세계에 이성을 잃었다.
와, 너무 좋다.
내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영상 촬영이 가능한 기회가 매우 소중한 운동 특성상, 나는 그에게 촬영을 강요했다.
그는 몇 번의 시큰둥한 촬영 후 본인 운동에 몰두했고, 나도 내 갈길을 갔다.
운동 레인이 나누어진 덕분에, 계속 돌면서 평영과의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니, 왜 안 되냐. 누가 이기나 보자고!'
다행히, 남편과 뜻이 맞아 각자 자신만의 운동에 빠졌고,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나와 평영의 싸움에 승자는 없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나 싶었다.
물에서 시간은 순식간에 흐른다.
3시간이 지났다.
배가 너무 고파서, 가드 선생님 눈 마주치기 괜스레 민망해서, 겨우 나왔다.
정확히는 나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애초에 상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현명했어야 했는데,
전략 없이 무식하게 뛰어든 대가를 스스로 치러야 했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개운하게 샤워하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허벅지 안쪽이 평소 같지 않았다.
정말로 이유를 몰랐다.
왜냐하면 평영 발차기 자체를, 어느 근육을 쓰는지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운동신경 없는 사람은 이렇습니다.)
나는 그렇게 다음 날까지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어기적 어기적.
으악.
그래도 지금 그렇게 평영만 몇 시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
순수한 열정이 있었나 보다.
모든 것을 관통하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것뿐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