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변했어

오히려 더 좋아

by 유영

퇴근 후 평일 저녁 시간은 수영과 피아노가 퐁당퐁당 채우고 있다.

수영 강습 없는 날 저녁은 주말에 있을 피아노 레슨을 위해 연습을 한다.


집에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고 치우고, 청소기를 한번 돌리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일어서면 시계는 9시를 넘긴다. 그러고 나서야 온전한 휴식에 들어간다.


언젠가부터 연습이 끝나고 소파에 쓰러져야 하는데, 가만히 누워있기 싫은 밤이 생겼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린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양말을 신고,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화에 발을 밀어 넣는다.

집 바로 앞 공원 트랙으로 발을 옮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운동은 죽어도 싫어파였다.

굳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땀이 나는 게 싫었다.

그때까진.




깜깜한 밤, 트랙 위는 사람들의 검은 실루엣으로 활기차다.

나도 그 빈 틈에 슬며시 끼어든다.


함께 걸을 음악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본다.

그리고는 이내 걷기로는 만족이 되지 않아 서서히 속도를 내본다.

숨이 조금씩 차오르고, 목덜미에 사뿐히 내려앉는 이슬 같은 땀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시원해진다.


비트가 빠르고 신나는 음악으로 바꾸고, 볼륨을 높인다.

이제는 뛰기 싫어도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음악에 걷는 것은, 아이돌 음악을 BGM으로 깔고 상견례하는 느낌이랄까.

말이 안 된다.


모르는 사이 잡념은 거친 숨소리에 사라지고, 오직 달리는 나만이 남는다.

그래도 조금의 생각을 더해보자면, ‘오늘 달리면 수영 발차기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겠지?’ 정도.


어느새 흠뻑 젖으면, 쓸데없는 고민들은 모두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땀과 함께 증발한다.

개운하게 가벼워지는 기분!




종종 궁금했다.


나는 어쩌다 변했나.

아니, 변한 걸까, 정말?


나이 들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는 정말 변한 게 맞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궁금해하다가

요즘 내린 결론을 내렸다.


상관없다.


나이가 들면서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시작한 것이든,

내가 나 자신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세뇌한 것이든,

아니면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의 한 부분이든.


중요한 건,

그토록 땀 흘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이제는 즐기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


30년도 더 넘게 운동을 싫어했지만,

사람이 한순간에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

물은 나를 지상에서까지 운동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삶이, 운동하는 내가 마음에 든다.

건강한 몸에 깃드는 건강한 마음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