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돌을 한번 뚫어보는 낙숫물이 되기 위하여
한번, 그리고 두 번.
역시, 휴.
최대한 참아봤는데, 25m가 왜 이렇게 끝없이 긴 건지, 3번이나 일어섰다.
던져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 더 덤벼보고 싶었다.
무작정 주말에도 수영장을 찾았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일단 자주 가면 물적응에라도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킥판을 꽉 잡고 가라앉는 몸을 어찌할 줄 몰랐지만, 그래도 했다.
어린이로 가득 찬 유아풀 구석에서 데크를 잡고 숨 쉬는 연습을 했다.
음~파~
그렇게 봄에서 여름이, 그 여름도 잘 익어버린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허우적거리던 그때,
희한하게 그날따라 조금 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오? 그리고 조금만 더.
3개월 만에 25m 완주에 성공했다.
'와, 말도 안 돼!'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도파민이 머리 꼭대기에서 폭죽을 쏘아 올렸다.
팡팡~!
사실 피아노를 치면서 이미 느낀 적 있던 감정이었다.
손가락이 내 맘과 다르게 움직일 때, 오른손 왼손 따로 하다가 합치면 고장 나버린 때, 첫눈에 보자마자 '나 못할 것 같은데' 싶은 악보를 만났을 때도.
피하지 않았다.
될 때까지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안 돌아가던 손가락이 돌아가고, 자꾸만 틀리던 화음이 조화를 이루는,
분명히 나아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완연한 망각의 동물인지라 잊고 있던 그 강렬함이 내 안으로 몰려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낙숫물이 댓돌을 뚫기엔 멀었지만, 눈앞에서 그 단단한 표면에 생긴 작은 틈이 빛나던 순간이었다.
3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이젠 아무도 특기를 묻지 않을 나이에 이르러서야, 나는 내 특기를 찾았다.
아니, 마침내 특기가 생겼다.
그냥 계속하는,
안 돼도 평정심을 붙잡으며 나아가는 묵묵함.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내 성격이, 내 자신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