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포자라니!

발바닥은 물을, 나는 희망을 찼다.

by 유영

자유형과 배영에 작은 날개가 달린 기분이었다.

"오 꽤 나가는데?"

그런데 곧, 그 작디작은 날개는 축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만났다.

그 이름하여... 공포의 평영!


'수포자(수학 포기자)'이후로 처음 들었던, '@포자'. 말로만 듣던 바로 그 '평포자'의 단계에 입성했다.


심지어 평영은 평포자만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아예 이 단계에서 수영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무시무시한 평영의 문턱에 섰다.




평영은 아예 영법이 다르다.

다리를 쭉 뻗어서 발등으로 물을 누르는 타 영법의 킥과 다르게, 평영킥은 다리를 접었다가 발목을 꺾어서 발바닥으로 물을 누르는 방식이다.


어렸을 때 본능적으로 평영 비슷하게 물놀이를 즐기던 사람은 '이게 왜 안돼?' 할 수 있고, 되는 사람은 정말 잘 되고, 안 되는 사람은 정말 제자리, 다른 영법은 다 잘해도 평영만 못할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영법은 다 못해도 평영만 잘할 수 있다고 했다.


과연 나는?

두근.


두둥.

나는 다른 것도 못하지만 평영은 더더욱 못하는 사람으로 판명 났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유튜브를 많이 봤지. 하하.

하지만 따로 노는 몸과 머리엔 아무 소용도 효과도 없었다.


킥판 잡고 처음 휘둘러본 발차기에 대충격을 받았다.

정말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출발하세요!"

"넵!"

...

?

누가 정지 버튼을 눌렀는가. 멈춘 화면 속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내 발바닥은 물을 누르기는커녕, 허공, 아니 허공도 아닌, 도대체 어디를 찬 건지 모를 부끄러운 헛발질을 할 뿐이었다.


아예 어떻게 물을 차고 나가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몸도 머리도...

이게 가능한 거예요? 네?


그나마 다행인 게, 뒤로 가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제자리는 지켰다.

적어도 퇴보는 안 했다. 휴.




물 잡기랑 같이 하면 또 한 번의 난리가 난다.

팔과 다리의 박자가 중요한데, 상체와 하체 중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상태에서 같이 하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냥 웃음만 났다. 나 왜 이래. 내 몸 진짜 웃긴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나의 오기가 또 한 번 발동되는 순간이다.


여전히 평영은 제일 자신 없는 영법이다.

그래도 나는 물속에서, 아주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다.

그게 중요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