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속도로
이번 글은 2025년 10월 28일,
바로 어제의 일기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은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한 채
엉덩이를 들이미는 겨울에 힘없이 떠나버렸다.
다행히 챙겨 나온,
몇 년 전 쟁여둔,
수납장에 잠들어있던 마스크 덕분에
얼굴만큼은 따뜻하게 차가운 바람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오늘은 달이 유난히 노랗다.
요즘 일이 바쁘다.
지난주에 수영 강습 대신 야근을 했다.
주말에도 자유수영 대신 출근을 했다.
스트레스성 당분 폭식을 하면서 몸이 부쩍 무거워졌다.
작년 이맘 때는 입맛을 잃어 살이 빠졌는데, 올해는… 큰일이다.
오늘은 꼭 강습 가야지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손목이 울렸고, <긴급 휴장>이라는 글자가 시야를 꽉 채웠다.
이런…
마침 직장에서 잔잔하게 내 온도를 올려주었다.
빠직.
다들 사정이 있으니까, 그들만의 사정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 노력에 가늘게 금이 갔다.
수영이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급하게 찾아 1시간 거리의 수영장으로 원정을 떠났다.
내일 피곤할 게 걱정되지만, 당장 오늘 머리를 물속에 넣어 식혀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실 그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살았던 지역이다.
과거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수영장에
미래의 내가 굳이 멀리서 찾아왔다.
그때는 지금 나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다음 몇 년 후에는 또 어떤 나를 만날까 생각하며
그때는 걸어서 가본 적 없는 길을 걸으며
설레는 마음에 발걸음이 차츰 가벼워졌다.
원정수영은 여행과 같다.
낯설고 새로운 풍경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타지의 바람을 느끼듯
타지의 물살을 느껴본다.
확실히 오랜만에 하니 금방 지친다.
나를 달래어 다시금 출발하고 싶은 기력도 없다.
아직 평일이 3일이나 남았으니 무리하지 말아야지.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내가 다니는 수영장과 아주 많이 달랐다.
대회용 풀장이라 애초에 스케일이 다른데,
한쪽 레인에서는 아예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었다.
와 -
그리고 바로 옆 레인에서도 강습이 한창이었는데,
40-50대 여성분이 대다수인 우리 반과 다르게,
젊은 남자들이 많아서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꾸역꾸역 노력과 끈기로 버틴 나는 지금 우리 반 1번이지만,
여기서 강습을 받으면 거의 꼴등일 것 같다.
기가 팍 죽어버렸다.
조금 더 큰 냇가에 놀러 갔다가 충격받은
작은 우물 안 개구리.
움츠러들었지만,
먼 곳까지 왔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다시 굽은 어깨를 활짝 펴보았다.
나는 나의 속도로 즐기다가 나왔다.
살짝 덜 마른 머리가 시원했다.
기로에 섰다.
여기서 의욕을 잃을 것인가,
자극을 받고 다시 의욕을 불태워볼 것인가.
나의 솔로몬, 남편은
“원래 다 그런 거지.”라고 했다.
“원래 세상은 넓고, 잘하는 사람은 많아.
하지만, 자기는 자기를 생각해 봐.
다른 운동보다 수영을 제일 잘하잖아?
그리고 그 정도면 잘하는 거야.
젊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기겠어~
비교 대상이 잘못 됐어.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고!”
그래, 비교는 나를 갉아먹을 뿐.
나는 나에게 집중해야지!
사실 그들이 얼마나 오래 해왔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나는 나를 가라앉게 했던 것이다.
조금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가라앉았던 마음을 띄워보았다.
역시 세상은 넓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구나!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나도 꾸준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