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뻐진 건 나였다
까만 5부 수영복을 샀다.
늘어나지 말라고 두 겹으로.
“부끄럽다고 까만 거 사지 마~ 결국 돈 두배로 든다~ 처음부터 맘에 드는 걸로 해!”
나를 수영의 길로 인도한 선배님은 나에게 후회할 거라고 하셨지만,
인간사… 알면서도 말 안 듣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영복을 끌어올리며, 나는 얼마 있지도 않은 기운을 한껏 끌어 써야 했다.
허벅지를 구겨 넣으며 수영복과 나의 전쟁이 시작된다.
어느 날엔가는 낑낑대는 내 등 뒤에서
안쓰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비누칠을 빡빡해서 입으면 잘 들어가~”
흑흑.. 난 비누칠을 해서 입고 싶지 않았다.
비싸게 산 수영복이 상할까 봐 걱정도 되었고,
그 비누거품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들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자존심이 있었다.
수영복에 굴복하지 않겠어!
사실 입기 불편했지만 끝까지 고집했던 진짜 이유는,
부끄러움이었다.
헐벗어야 하는 것도 부끄러운데,
괜히 화사하면 다들 나만 볼 것 같아서.
사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그리고 어차피 다들 물속에 들어가 있는데.
그때는 그랬다.
단벌신사로 살다 보니,
그리고 또 누가 원치 않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까
허겁지겁 잡아당기다 보니 올이 살짝 풀렸다.
구매처에 문의하니, 베트남에 보내야 한단다.
바다 건너 보낸 나의 수영복…
그 기간을 버틸 두 번째 수영복이 필요했다.
조금 용기 내 보았다.
바로 원피스로 가기엔,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게, 창피했다.
3부 수영복을 샀다.
아니, 이게 웬걸!
확실히 이전보다 쑥 들어갔다.
입는 게 편하다 보니 베트남에 갔던 수영복이 돌아왔지만,
저절로 3부에 손이 갔다.
그때는 그거만큼 편한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흡사,
레슬링복 같았다.
결국 보라색꽃이 가득한,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보자마자 반해버린 원피스 수영복을 들였다.
그때도 괜히 부끄러웠던 나는
강습 때는 못 입고,
주말 자유수영 때만 입어보았다.
왜 사람들이 점점 화려해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예쁜 거 입고하니까 더 신나잖아!
장비빨 안 세워도 되는 운동이 수영인데,
미적인 부분은 어쩔 수가 없다.
기분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어?!
역시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쉽다.
수영복은 증식했고,
방 한구석에 결국 수영복 수납장을 만들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하하.
부끄러워할 게 전혀 없었다.
처음 화사한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강습 간 날,
다들 예쁘다고 해주었고, 그냥 그게 끝이었다.
나 혼자 상상의 물거품을 일으켜
나를 가두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결국
예뻐진 건 수영복이 아니라,
자유로워진 마음과 환해진 표정의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