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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무화과 창업 일기 21

책방 무화과가 생각하는 행사란

by 도라

오늘은 토요일 출근을 했다.

남편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자 내가 매일 출근하는 곳. 자동차검사소로.

(표지 사진은 60여 대의 자동차 검사를 마친 후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 든든해서 몰래 찍어뒀다.)


남편이 토요일에도 일을 하기에 나는 아이들 케어 담당으로 토요일 출근에서 열외였는데, 최근 토요일 검사 대수를 2배 늘리면서 아이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나와서 일손을 돕는다.


평일에 나의 직종이 사무직이라면 토요일에는 현장직이다.

주로 하는 일은 예약 순서에 맞게 차를 정렬하고, 옮기고, 검사원님들이 등화장치를 체크할 수 있도록 라이트를 깜빡이거나 브레이크를 밟고, 주행거리를 전달하는 등의 보조 역할이다.

이 일에도 나름의 리듬이 있어서 그 리듬에 맞춰서 일하다 보면, 자동차 60여 대를 정렬하고 깜빡이고 하다 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이 훌쩍, 만보가 넘는 걸음수를 남기고 지나간다.

오늘은 너무 더워서 화장이 다 지워졌고, 지난번에는 용감하게 샌들을 신고 갔다가 엄지발가락 부분이 짓물러버렸다.


그래도 나는 토요일 출근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4시간을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것도 좋고, 서로 바쁜 와중에 땀 흘리며 파트너와(내 파트에선 주로 남편)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실없이 웃는 것도 좋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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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는 바로 온라인 회의가 있었다.

늦가을에 개최 예정인 행사로 지자체가 지원하고 지역 작은도서관이 기획 운영하는 제법 큰 행사를 위한 회의다.

작년에 시범적으로 처음 시작한 행사인데 반응이 좋아 올해도 또 개최하게 되었다.

검사 접수실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책장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켜고 회의를 진행했다.


부캐로 미대 언니를 가지고 있는 나는 라이브 페인팅 코너를 맡게 됐는데 어젯밤 늦게까지 회의자료 ppt를 제작하다 보니 너무 피곤해서였는지 자료 표지에 진심을 담고 말았다...

(고양이 사진은 출처를 못 찾았다.. 혹시 원작자가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직접 운영하던 작은도서관을 닫은 뒤,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같은 지역 내의 작은도서관들에서 계속 일을 해왔는데 그중에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들이었다.

그 인연이 지속되어 이사 온 후에도 참여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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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컨셉을 잡고, 활동을 기획하고, 그 모든 것들이 드디어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펼쳐지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이란!

내가 해내는 것들 중에 가장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 중 하나다.


또 하나의 커다란 기쁨은 작은도서관 활동가 선생님들과 이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에 있다.

오랜 시간을 작은도서관과 함께 한 분들에게 느껴지는 향취 같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곁에 머물 때에, 조용히 그 향취에 젖어드는 것이 느껴질 때에 참.. 좋다!

(혼자만의 비밀이었는데 공공연하게 말하려니 참.. 쑥스럽네.)

작은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적어봐야겠다.


아무튼! 이런 연유로 자연스레 무화과 책방에서도 여러 종류의 행사를 꿈꿔보게 된다.


우리 자동차공업사는 일요일에 완전히 텅 비고, 그 공간이 꽤 된다.

위치는 외지지만 넓이로만 따져보자면 지자체 행사가 열리는 광장 정도의 넓이까지 견주어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일요일에 공업사에 갈 일이 있을 때면 그 공간이 아쉬워 여기서 밤에 자동차극장을 하면 어떨까? 자동차 잡지나 동호회 행사는? 영화제를 해보면 어떨까? 청소년 축제를? 플리마켓을? 작게는 그림책 놀이터를? 크게는 부스 20개 동이 늘어선 대형 북 페스티벌을 열면?? 하는 상상으로..

챗GPT를 계속 괴롭혔고, 받아낸 예산안만.. 사실 이미 여러 개다.


이곳에 오려면 자동차를 가지고 와야 할 테니, 체험 전체를 성실히 완료하면 작은 자동차 액세서리를 증정하거나 엔진오일, 워셔액을 보충해준다면???

상상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이쯤 되면 나의 MBTI 정도는 모두 들통났을 것 같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무척 즉흥적인 타입이라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데에 젬병이지만, 부산스럽게 메모지에라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적어둔다면 어느 날 메모들이 촤르르 연결되는 날이 있다.

그러니까 더 생각하고, 기록을 남기고, 행동해야겠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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