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 2014.3.18 미 국방성 예산안 개편
1. 이슈 들어가기
워싱턴 D.C에서는 한창 예산안을 두고 바쁘게 논쟁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중, 미 국방 예산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요.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미 정규군 병력을 크게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세계 곳곳의 분쟁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인만큼, 자국 내 예산안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결정으로 생각됩니다.
2. 이슈 디테일
미 국방성의 국방력 축소 규모 계획
미 육군 정규군은 9.11 테러 이후로 약 56만 명의 규모로 유지되어 오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서 49만 명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이번 미 국방장관의 발표로는, 육군 정규군은 44~45만 명으로 감축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A-10 공격기 운용이 중단되고 공군 공격용 제트기 편대도 완전히 사라집니다. (주한미군이 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를 교체 배치해왔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전술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감시 첨병이었던 U-2 정찰기는 글로벌호크라는 무인정찰기로 대체되고, 해군의 일부 항공모함은 퇴역 시기가 늦춰지게 됩니다. 그러는 한편, 사이버 전쟁 관련 예산과 특수작전부대의 예산, F-35 통합타격기 구매 비용은 현행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해군의 구축함 및 공격형 잠수함은 매년 2대씩 구매하도록 허락되어, 해군력을 증강할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2월 24일] 美 육군 대대적 감축… 44만 명으로 줄인다
[한국일보/2월 24일] 예산 때문에… 미국 육군 1940년대 수준으로 축소
허리띠 졸라맨 미 국방 예산안, 그 이유는?
이러한 미 국방력 축소의 배경엔 두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지속하고 있는 경제적 위기가 예산안부터 허리띠를 조여 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하나입니다. 비용 소모적인 중동 지역에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2월 25일] 미 육군 규모, 2차 대전 이전 수준으로 대폭 감축
미 국방성 예산에서 낭비되고 있는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 이번 예산안이 준비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 국방장관의 발표에서는 미국 군사들에게 제공되는 주택 보조금을 100%에서 95%로 삭감하고, 군사 건강 보험 세금 공제액을 증가시키고, 또한 군사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납세자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과 복지 혜택에 대한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표준 기준에서 두 배가 되는 예산이 예비군과 퇴역 군인들에게 지급되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야심 찬 미 국방성 개혁 계획은 현실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는 전망입니다.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로 이득을 얻고 있는 의회 의원들 및 퇴역 군인들이 예산안을 통과되기 어렵다는 추측에서 입니다. 이미 백악관의 한 관료는 백악관에 투자 기금으로 요청될 260억 달러는 양당의 예산관리법에 의해 가로막힐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 바도 있습니다.
[Foreign Policy/ 2월 27일] The New Defense Budget Plan
“세계 2차 대전 이전 규모로 축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문사들도 “세계 2차 대전 이전 규모로 축소”라는 문장을 헤드라인으로도 기사에서도 수없이 인용하며, 이번 미 국방성의 계획이 파격적인 행보라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예산안을 개혁하게 된 배경에서 살펴봤듯이, 지금까지의 국제전이나 정부 안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낭비해왔던 예산을 바로잡을 뿐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오히려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건강, 복지에 투자되던 예산을 전술, 작전의 범위로 끌고 왔다는 구체적인 분석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도 지상에서 직접 부딪히는 육탄전의 전쟁은 드물며, 미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부대의 규모와 예비군(세계 2차 대전 당시에는 없었던)의 규모를 생각해봤을 땐 이번 삭감 계획이 그렇게 큰
무리가 아니라는 일리가 있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프로기 : 저 역시도 “뭐? 세계 2차 대전 이전 규모? 왜?”라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왔었습니다. 많은 기사가 “세계 2차 대전 이전 규모”를 강조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세계 2차 대전 직전인 1940년대에도 미국 병력의 규모는 100만 명을 훌쩍 넘었기 때문에, 군사력이 급증했다고 일컬어지는 9.11 테러 직후에도 규모는 1940년대의 수준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방 예산이 미군 군사력의 약화나 위기에 빠진 국방력을 암시한다고 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의 감싸야하는 군사력의 범위; 자국, 중동, 아시아/태평양
먼저는, 자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군대가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국의 영토 보호(Homeland protection)를 위해서 미 국방성은 크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이버 안보 능력, 미사일 방어 그리고 자연재해 지원이 주력할 분야라고 분석됩니다.
[Wall Street Journal, 3월 4일] Pentagon Rolls Out Evolving Strategy
한편 세계 평화 영웅 미국이 떠안은 국제적인 부담이 상당해 보입니다. 특히나 이번 감축으로 인해 축소될 미국 해외 파병 부대의 규모가 국제 안보와 관련해 큰 이슈인데요. 미군 없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적인 도움을 감독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단순히 군사적, 무력 지원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국제적 지원이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해 온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면, 파키스탄에 주둔 중인 아프가니스탄 군사가 알 카에다의 표적이 될 위험성이 높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탈레반의 폭동이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2월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지휘했던 존 앨런 장군은 198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력을 철수한 결과로 얻은 것이 2001년 9.11 테러였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The Washington Post, 2월 23일] U.S. examines Afghanistan option that would leave behind 3,000 troops
프로기 : 저는 오히려 이 부분에서 미국의 계획이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은 영리한 판단인 셈이죠. 에너지 소모적인 전쟁을 종결함과 동시에, 이 틈을 타서 국제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지원해 온 도움을 많은 부분 삭제하겠다는 구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아직은 불안정한 중동 지역에서 시민들이 피해 혹은 테러를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존 앨런 장군이 지적한 9.11 테러와 소련군 철수의 연관성은 과도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내용이 꽤 오랫동안 미국의 여러 저널에 수차례 인용된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미국 혹은 국제 사회가 이차적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 육군 참모총장은 미국 국방의 현대화와 미래에 대한 강연(CSIS: Delivering a Ready, Modern Army for the Future, Featuring U.S. Army Gen. Ray Odierno (3/13)을 하는 중에서, 군사적으로 한반도가 중요한 위치임을 암시하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이는 앞서서 발표한 미 국방성의 계획에서 해군의 군사력을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미뤄보아, 미국이 앞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전투력을 계속해서 증강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3월 14일] “미래 가장 위험한 사태는 한반도 전쟁”
프로기 : 제가 용산에 살고 있어서, 괜히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여파를 생각하다 미 국방 예산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요. 척 헤이글의 발표 이후에 처음으로 미 국방성 사람이 공식적으로 강연장에 선 자리였기 때문에 갖가지 질문들과 논쟁이 나오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식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 이외에도 여러 번에 걸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주한 미군에 변화가 없다.’라는 결론을 이미 들어서 이번 미 국방성 예산이 큰 관심을 끌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지금보다 이후에 전작권 전환 문제나, 한미일 공동 안보 체제와 관련해서 바쁘게 논의들이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와중에, 중국의 국방 예산
이미 내용이 길어져 다 담지 못했는데, 며칠 전 중국이 군사력 현대화를 노리는 듯한 거대 예산을 발표해서 또 한 차례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미국의 국외 안보에 대한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한 이후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는데, 이제는 중국까지 국방력을 키우겠다고 하니 미 국방 예산안이 순탄하게 통과될지 다가오는 주가 궁금해집니다.
[The New York Times, 3월 9일] China’s Disturbing Defense Budget
[The Washington Pos, 3월 12일] Beijing’s breakneck defense spending poses a challenge to the U.S.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