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 2014.04.03 COI 보고서
1. 이슈 들어가기
지난 2월 17일, 국제기구 UN 인권위원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담은 구체적인 보고서를 발행했습니다. COI 보고서라고 불리는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북한 인권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의를 모두 아우르는 현재로서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적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 안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 당연한 문제인 나머지, 낡고 매력없는 문제가 되어버린 면도 있어 보였는데요.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국제 사회에서의 관심은 물론, 국내에서도 문제의 중요성이 환기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이슈 디테일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최고지도층의 정책과 결정 때문에 반 인권 범죄가 자행됐다는 372쪽 분량의 북한 인권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위원회는 한국, 일본, 영국 등을 방문해 탈북민·납북피해자 가족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 공청회와 증인 240여 회의 개별 면담을 통해 고문, 자의적 구금 등 9개 유형의 인권침해 사항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여왔다.
9개 유형의 인권침해 사항: 1) 식량권 침해 / 2)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되는 여러 종류의 폭력들 / 3) 고문 및 비인도적인 대우 / 4) 자의적 구금 / 5) 차별; 체제 부정, 기본권, 자유권에 대해서 / 6) 표현의 자유 침해 / 7) 생명권 침해 / 8) 이동 및 거주 자유에 대한 침해 / 9) 자행되는 실종; 유괴, 강제 납치, 행방불명 (UN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
[연합뉴스, 2월 18일]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 보고서 주요 내용
각 국가 언론들의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인권 유린 실태의 끔찍함과 잔학함에 놀랐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투데이, 2월 18일] 유엔, 북한 인권보고서 발표…세계 각국 “실효성 있나”
COI 보고서, 372쪽을 요약하자면
첫 번째 키워드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성립’
‘반인도적 범죄’란 ICC 조약인 로마 협약 7조에 따라, 국내(domestic)에서 저질러지는 살인이나 조직 혹은 사람들을 멸절시키는 일제의 행위를 일컫는다. 노예, 강제 납치, 고문, 성적 학대, 그 외에 여러 가지 범죄 유형이 속한다. 이러한 범죄가 체계적이거나 또는 광범위하게 일어났다고 입증이 되면 ‘반인도적 범죄’라고 정의해진다.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의 사례도 ‘반인도적 범죄’로 범주화됐다. 이에 대한 최종 입증은 사법 체계에 의해 판단되어야 하지만, 이번 보고서가 철저하고 체계적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장이다.
[OTV, 3월 14일] 박선기 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인터뷰
프로기: 이번 COI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 인권의 실상이 국제 사회 기준에서도 ‘범죄’로 명백하게 정의해졌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탈북자들의 증언으로부터 그 실태가 알려져 왔지만, 시간이나 인력이 투자될 만한 주제로 여겨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국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고, 무엇보다도 북한을 상대할 때는 핵무기 문제가 선결 과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UN이 문제를 ‘문제’로 인정한 것이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됩니다.
두 번째 키워드 ‘보호 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ion, R2P) 원칙 적용’
‘보호 책임’은 2005년에 UN 회의에서 탄생한 것으로, 세계 정상들이 참석해서 세계 평화를 침해하는 사건에 대해 국제 사회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국제법 이론이다. R2P는 국가는 자국민을 대량 살육, 인도에 반한 범죄, 전쟁 범죄 및 인종청소 등 4대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R2P는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국제사회는 국가의 1차 책임 수행을 지원할 책임이 있고,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는 경제제재와 같은 강제조치를 통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COI는 이 원칙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시아경제, 2월 17일]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의 의미
프로기: ‘보호 책임’의 정의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에 반인도적 범죄의 가해자가 ‘국가’이고, 북한 주민들은 난민으로 규정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들도 근본 원인이 북한 체제로 지적된 현재에서 그 정권을 지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이 정의에 따라서, 북한 주민을 보호할 책임이 UN 헌장에 명시된 인류 전체에게 부과된 셈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권고’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고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엔 기구가 처음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김정은이 ICC에 기소되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다만 스칼라튜 사무국장은 김정은은 김정일이나 김일성보다는 기소될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며, 만약에 기소가 된다면 3대 동안 이어져 온 일들에 대한 책임을 모두 묻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월 18일 ] “유엔기구, 북 반인도적 범죄 첫 인정”
프로기: 하지만 ICC에 회부되고 실행력을 가지려면 안보리를 통과해야 합니다. 북한이 ICC 조약인 로마 협약의 가입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이 이미 외무성을 통해 ICC 회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비췄기 때문에, 안보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입니다.
네 번째 키워드 ‘북한의 후속 조치에 대한 방향 제시’
북한 정권은 범죄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기초적인 증거이기도 한 수용소 죄수들을 모두 죽이도록 명령했다는 사실이 보고서에 기록되어있다. 김일성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지령은 증언자들로 인해 진술되었다. COI 보고서는 이러한 북한 정권이 변화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제안했다. 그 내용은 먼저 독립적인 사법부를 구성하고, 국가 보안대를 해체할 것.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북한이 분류한 범죄 유형을 재구성할 것. 범죄로 구분되는 반체제 혹은 반인민 죄는 폐기할 것.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독립적인 언론을 설립시킬 것. 등이 있다.
프로기: 북한이 이와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너무나도 희박해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 외에도 아직 사회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국가들이 많이 있지요. 그래서 저는 이 제안이 최소한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고도 보입니다. 사법부의 독립, 국가의 자의적인 권력에서 벗어난 군대와 법 체계, 종교와 표현의 자유 등.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COI의 후폭풍
중국의 거부권 피하기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유엔 특별법정'에 회부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사법체계의 틀에서 다룰 수 있는 방안으로, 유엔 특별법정 설치 방안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의결 없이 곧바로 유엔총회에서 다수결로 정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거부권 행사 장벽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다.
[연합뉴스, 3월 24일] 북 인권 관련, 김정은 '유엔 특별법정'회부 방안' 급부상
프로기: 또한 북한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기록할 현장 기반의 조직을 설치하도록 COI 보고서에서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 기구가 세워질 국가는 대만과 한국이 유력한 후보라고 합니다.
UN 인권위원회 후속 결의안 채택
그리고 한 달이 지나 열린 제네바 UN 본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조사를 수행하는 후속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30개국이 찬성하고, 11개국이 무효표를 던졌으며, 6개국만이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던 때에, 북한 대사 조세평은 “정치적 전면 대립 단계다”라고 표현하는 한편, 미국 조사위원은 그의 말을 세 차례나 막아서는 등의 신경전을 보이기도
했다.
[ABC News, 3월 28일] UN prolongs North Korea human rights investigation
프로기: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이유는 아마도 이 후속 결의안이 2월 17일에 발표된 COI 보고서가 구속력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요소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인권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개발도상국과 비동맹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시나리오를 뒤집은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초강력 대북 제재 법안, HR 1771
COI 보고서의 결론(김정은 정권이 반인도 범죄의 근본 원인이다.)과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 및 비핵화 의지 결여가 이 법안의 추진을 가속했다. HR1771은 북한과 거래하는 정부, 은행, 기업, 개인들이 미국과 경제 교류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정은의 자금 통로를 막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김정은 정권의 해외비자금을 동결시켜 압박한 후, 주민들을 위한 식량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기대되는 법안이다. HR 1771 법안은 3월 27일에 전체 하원의원 435명 중의 134명의 의원이 지지 서명을 했다. 이 법안은 5월쯤 본격적으로 심의될 예정이다.
[Voice Of Korea, 4월 2일] 미 의회서 탄력받는 북한 제재 이행법안 HR 1771
프로기: 미국의 독자적인 경제 제재 법안인데요, 북한을 국제적으로 철저하게 고립시키겠다는 다소 과격한 법안입니다. 현재 적지 않은 수의 하원의원이 서명했지만, 아마 본 회의에서 상정되는 과정에서 덜 과격하게 수정될 것이라고 얘기들을 합니다.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이번 COI 보고서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최악의 인권 상황이라고 불리우는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다뤄진 것뿐만 아니라, 다른 분쟁 국가 혹은 미래의 폐쇄 국가에서 일어나는/일어날 인권 유린 범죄에 대한 기준이 세워진 계기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