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 2014.04.22 세월호 침몰 사고
1. 이슈 들어가기
전 국민이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현상을 기사를 통해 접했습니다. 저도 세월호가 침몰한 날부터 며칠 동안 진도 체육관 생중계와 뉴스 생중계를 끄지 못했었는데요. 대한민국 국민 외에도 많은 사람의 마음 속에 안타까움과 미안함, 분노, 무력함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갖가지 논쟁들이 얽힌 참극이라 생각합니다. 조심스럽네요.
2. 이슈 디테일
사건 일지
4월 15일: 안개가 짙은 기상 상황(1)에서 승객 476명(2)이 탑승한 ‘세월호’가 출항.
4월 16일: 8시 58분(3)에 목포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사고가 접수(4)됨. 9시 40분에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 시작. 해수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5)가 가동됨. 5차 중대본 브리핑에서 구조 164명, 사망 3명, 실종 292명(6)으로 집계됨.
4월 17일: 해경특공대와 해군 잠수부가 정조 시간(7)에 맞춰 밤샘 수색을 벌임. 해양 크레인 3척과 잠수부 555명, 박근혜 대통령 외에 정치 인사들이 현장 방문. 밤사이에 살아있다는 소식이 SNS(8)로 들려왔고 경찰은 조사를 통해 모두 허위라고 밝힘.
4월 18일: 강 교감 스스로 목숨을 끊음. 청해진 해운(9) 압수수색. 선체 진입 성공과 실패를 번복하는 발표
4월 19일: 사망자 발견 급증. 시신 유실 방지용 그물망 설치.
4월 20일: 실종자 가족들 청와대로 거리행진, 그리고 경찰과 대치. 경기 안산, 전남 진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4월 21일: 생존 선원 4명 체포. 수색 작업 꾸준히 확대. 세월호 유출 기름띠 확산.
[뉴시스 4월 21일] ‘출항에서 침몰, 수색까지’ 6일간의 기록
프로기: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분명하거나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어서 정리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1) 출항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에는 기상과 해상 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인천여객터미널도 출항을 허가했습니다. 출항 당시에는 날이 괜찮았다는 진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MBC 4월 19일] 16일 짙은 안개로 지연 출항 … 세월호만 출항했다
(2) 승선한 인원에 대해서는 청해진 해운도 정부도 그 수를 번복하고 있습니다. 476명은 거듭된 수정 이후에 현재 공식적인 승선 인원입니다. [아시아경제 4월 20일] 사고 난 지 5일째인데… 정확한 승선 인원은 ‘오리무중’
(3) 사고 당일 아침 7시 20분경 KBS 굿모닝 대한민국에서 분명히 세월호의 좌초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고도 합니다. 또한, 8시 10분쯤에 배에 이상을 느꼈다는 증언, 혹은 8시 30분쯤에 이미 보고가 되었다는 등 최초 사건 발생 시간에 대해서 아직 뚜렷한 정황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뉴시스 4월 21일], “사고 인지 시점은 언제?” 의혹 봇물
(4) 사고가 접수될 당시 관제 센터와 채널 12번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채널 16번이 위급 상황에 반드시 이용되어야 하는 규정인데, 이를 어겼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서 세월호 27년 운항 경력의 운항사가 잘못된 관행을 증언했습니다. 중요합니다. [JTBC 4월 21일] 세월호 전 항해사 “16번 채널 쓰면 문제 커 져 사용 안 해”
(5) 해수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라는 두 큰 기관이 수색 작업에 참여하면서, 보고와 지휘 체계에 혼란이 많았습니다. 이번 사건이 빠르게, 정확히 수습되지 못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지적됩니다.
(6) 중대본 브리핑은 구조자를 368명에서 164명으로 정정하고, 이어서 다시 174명으로 발표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구조자 인원을 번복하여 원성을 샀습니다. [SSTV 4월 19일] 승선자 구조자 정정, 하루에도 몇 번씩 번복 “도대체 왜…”
(7)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 지역은 일반적인 해양과 ‘정조’ 현상이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해양 전문가의 조언이 부재한 채로 수색작업이 시작되어 수색이 더뎠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YTN 뉴스 보도 참조)
(8) 생존자 문자가 확산되던 시기에 여러 매체에서 “해경은 밤사이 이 학생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 위치 추적을 한 결과 "카카오톡 메시지 2건이 사고 지점 근처 기지국인 진도 조도 기지국 부근에서 발신된 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4월 17일)”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사고 지점 근처 기지국’인데요. 명백하게 허위로 밝혀진 생존자 문자도 있었지만, 사고지역과 기지국이 일치하는 메시지들도 허위였는지는 불분명해 보입니다.
(9) 청해진 해운은 지난 3월 데모크라시 5호를 무리하게 출항시켜 충돌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오 가 고호를 운항 법령을 지키지 않아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세계닷컴 4월 21일] ‘사고뭉치’ 청해진해운
선장, 직업의식. 윤리의식.
이 교신은 선임 항해사가 하였다고 현재 알려졌다. 관제센터에서는 승객들을 대피시키라고 지속적으로 지시했다. 하지만 교신 내용을 들어보면 승객이 아닌 승무원들 위주로 상태를 파악하고, 퇴선 명령을 내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며, 해경이 오기 전까지는 다른 상선 혹은 어선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0일], 진도 VTS와 31분간 교신.. 구호조치 불이행
프로기: 선장에겐 ‘첫 번째 도망자’, ‘나 홀로 탈출’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춰져 있던 진도 VTS와의 교신을 통해 선장의 판단력이 드러났습니다. 한편, 외신에서도 배와 승객을 버리고 떠난 선장에게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한편, 선장은 승객들이 최선의 조건에서 대피해야 했기에, 퇴선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낮은 바닷물 수온과 거센 조류가 있어서 “다른 위험과 맞닥뜨릴 수 있었기 때문” (선장이 만든 상황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무엇인가 비난하는 문맥)이라고 설명했다.
[The Guardian 4월 19일] South Korea Ferry Captain Sorry as He Describes Evacuation Delay
선장이 배를 버린 것은 전 세계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을 져버린 것이며, 법으로서도 규정된 행동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John B. Padgett III는 “바다를 지휘했던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창피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선장의 사례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다 하지 못한 범죄라는 개념을 시험하게 했다.
[New York Times 4월 19일] Breaking Proud Tradition, Captains Flee And Let Others Go Down With Ship
프로기: 5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생사가 선장의 결정에 달려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다른 어떤 원인보다도 선장의 잘못된 판단이 치명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이라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배의 선장’이라는 역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선장을 교육하지 못한 기관, 나아가 허술했던 감독 기구 등도 함께 논의되어야겠죠.
불신, 재난 대응에 우왕좌왕
프로기: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에, 무엇보다 실종자 가족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수색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승선 인원 번복부터 구조 현장 보고 체계 분산, 구조 현황 번복 등 정부는 끊임없이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였죠.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정보를 제공받은 가족들은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모든 정보는 현장에 있고, 이를 정확히 가려내고 판단하는 게 최종 책임자의 역할”이라면서 “전문가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주관부처인 해수부는 아무런 역할을 못했고, 심각상태 이후 가동돼야 하는 중대본이 가동됐다. 비상대응체제 초반부터 규정 위반인 셈이다. 그러나 심각상태임에도 중대본은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낙관적인 발표로 일관했다.
[서울신문 4월 21일] 재난 비전문가가 중대본 지휘… 안행수. 해수부도 ‘제각각’
다수의 언론은 "해군 특수부대 350명 투입(16일), 민관군 합동 잠수팀 512명 작업(17일), 전문 잠수인력 512명 수색작업(18일)"이라는 식의 브리핑 자료를 그대로 받아 읊었다. 실종자 가족이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단어 사용에 오류가 있었다. 우선 '투입'과 '대기'의 차이다. 정조 시간은 30분이다. 가이드 라인은 3개(19일 기준). 정조 때 들어갈 수 있는 잠수사는 2인 1조 기준으로 6명이다. 정조는 하루 4번, 하루 동안 30명이 채 못 들어간다. 만약 UDT와 SSU 등이 1회 2차례를 시도하면 그 수는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
[디스패치 4월 20일] “불신은 어떻게 시작됐나?’… 실종자 가족의 48시간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아주 낮다는 것을 실종자 가족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시신들이 발견되고 있어 날카로웠고, 정부의 불충분한 답변으로부터 좌절감을 느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우리는 왜 명령이 전달되지 않는지와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지 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싶다. 그들은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있고 책임을 떠넘겨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실종자 가족들이 보인 “정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입니까?”, “정부가 살인자다.” 등의 반응은 외신에 그대로 실렸습니다.
[RT 4월 20일] Death toll in S. Korean ferry disaster rises to 61 as divers find more bodies
프로기: 실종자 가족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정부의 발표만을 그대로 인용하는 언론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직접 수중 카메라를 구해 수색 작업을 촬영해오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관련 부처가 국민을 농락하려고 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계획과 정보는 빨리 제공되어야 했고, 자세한 설명은 상당 부분 생략되어야 했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그렇다 해도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표가 늦어지더라도 완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상황을 지켜보는 몇몇 외신들의 반응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명은 신속함, 신뢰와 책임감이 있는 정부, 이타적인 시민들의 도움이다. 반면에, 암은 의무를 다하지 않고 비겁한 기업들이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미흡한 점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군력과 헬기를 비릇한 장비가 재빠르게 투입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책임감 있게 가족들 앞에 섰다. 수백 명의 다이버들과 시민 자원 봉사자들이 용기를 보여줬다. 반면 청해진해운의 사장은 “쇼크”로 몸이 좋지 않은데, 한국의 전형적인 “휠체어 회장”을 연상시킨다.
[Forbes 4월 17일] Ferry Disaster Shows Korean Leadership At Its Best And Worst
정부의 초기 대응과 구조자 인원 번복이 있었지만, 수색과 회복을 위한 구조의 정도는 대단하다. 하지만 이 위기에서 가족들의 언어적 신체적 비난이 거세다. 외국인의 눈으로서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의 시민 운동과 일본 식민 통치의 역사를 거치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게 자리 잡았다. 부정 부패한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미디어에 의해 형성되었고,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낮다.
[Wall Street Journal 4월 19일] In Emotive South Korea, Government Is Target in Ferry Tragdey
프로기: 의미 있는 지적일 수도 생각합니다. 이 글에 대한 반응에, 이번 사건으로 인한 아픔과 답답함을 역사적 습관으로 치환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에어포켓, 그 가능성에 대해서
프로기: 지난 며칠 간,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에어포켓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었습니다. 어렴풋이 크지 않은 가능성이라는 것은 짐작하셨겠지만, 많은 언론들과 정부가 ‘에어포켓’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수색 작업은 ‘에어포켓에 남아있을 생존자’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에어포켓이 기능할 가능성은 생각보다도 훨씬 적은 듯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외부의 힘에도 배가 버틸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와 같은 배는 15개의 갑판 객실 중에 2곳만 침수가 되어있을 경우에 버틸 수 있으며, 이것은 수밀문이 닫혀있다는 가정하에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배를 구성하는 격벽들 사이에 물이 일정한 양을 넘어서서 들어차면, 배는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한국의 여객선 사고가 그 예라고 지적했다. 배가 순식간에 뒤집혀 많은 사람들이 갇히게 되면, 안타깝게도 사망자 수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배의 구조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배 설계는 100년 이상 크게 변화해오지 않았다.
특별 안전 점검 당시 31가지 항목 가운데 5가지 항목이 적발되었으며, 배가 침수됐을 때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수밀문 작동 불량이 이에 포함됐다. 화물 적재상태도 잘못 기재돼 있었다. 안전점검 보고서에는 차량 150대, 화물 657t을 실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18일 차량 180대에 컨테이너 105개(1157t)를 실었다고 발표했다. 차량 적재 기준인 148대를 넘겼는데 보고서에 허위 기재한 것이다.
[중앙일보 4월 21일] 침수 방지 장치 등 5곳 불량 … 사고 50일 전 적발됐었다
나이지리아의 사례와 이탈리아의 사례가 한국의 이번 세월호 침몰과 비교될 수 있는 사건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세월호와 달리 배가 완전히 침몰되지 않았었다. 세월호는 다만 그 크기가 커서 침몰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안에 빈 공간과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CNN 4월 18일] South Korea ferry disaster: What’s the likelihood of finding survivors?
에어포켓을 유지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구조보트에 공기를 주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지금까지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입증되어 왔다.
[CNN 4월 17일] South Korea’s Sewol ferry disaster challenge ahead
프로기: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앗을 수는 없었겠죠. 하지만 너무 큰 희망을 심어주는 것도 절망을 주는 것에 못지 않은 잘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족이었다 해도 뉴스와 정부가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에 ‘에어포켓’에 대한 희망이 가득한 채로, 공기 주입 또는 수색 작업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을 것입니다. 또한 앞서 한 기자가 지적했듯이, 이번 참극으로 인해서 위험성을 깨닫고 선박 제조 분야에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선박 설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속보 경쟁, 잘못된 정보 범람
온라인과 방송, 공영방송과 케이블 채널을 가리지 않고 진도에서 벌어진 참극에서 얻어낸 모든 정보들을 누구보다 먼저 ‘속보’란 이름으로 내걸었다. 정부가 발표하면 받아 적고 게재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알고자 하는 의지보다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정확한 정보보단 신속한 소식이 중요했다. 기자가 아니라 속기사들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언론과 SNS의 역할이 재난보도에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녔는지를 실감하기도 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언론사들에겐 취재의 대상일 뿐이었다. 일부 언론사는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대며 사건 정황을 묻는 등 피해자들의 육체적, 심리적 안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취재경쟁에만 몰두했다.
[초이스경제 4월 21일] KBS미디어 인사이드, “세월호 침몰 관련 언론 보도행태 아찔”
프로기: 세월호 침몰 사건은 한국 안에서는 이미 수 천 개의 기사가 발행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 제가 본 어떤 한국 이슈 중에서도 이번 사건 만큼이나 외신에서 많이, 그리고 깊게 다뤄진 사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안에 얼마 만큼이 사실이고 얼마 만큼이 주장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로 그대로 ‘정보’가 된 기사도 많고요.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인지 실종자 가족들은 주로 외신기자에게만 취재 협조를 하고 있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곳곳에서 실종자 가족을 인터뷰하는 매체가 모두 외신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기자협회 4월 20일] 눈물 훔치고 한숨 내쉬고.. 외신기자의 슬픔
프로기: ‘홍가혜 사건’도 특기할 만합니다. 함부로 격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분이 심리적으로 이상을 앓고 있다면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자신이 뱉은 말은 진실이었을 것입니다.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에 책임 의식이 있는 언론인이 없었던 것은 비판이 아닌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24조 3은 “재난방송은 피해 현장, 복구상황,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의 모습 등을 지나치게 선정적인 영상·음향 또는 언어 등으로 강조함으로써 시청자, 피해자 또는 그 가족에게 불필요한 공포심 또는 불안감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이런 방송심의 규정에 따라 MBC ‘이브닝 뉴스’, JTBC ‘뉴스 특보 진도 해역 여객선 침몰’, MBN ‘뉴스특보’ 등 3건에 대해 심의를 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4월 21일] 방통심의위, 막 나간 ‘세월호 침몰 보도’ 칼 댄다
프로기: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언론의 재난 보도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사람들은 인터넷 방송으로 사고 현장 생중계를 차라리 직접 지켜봤고, 뉴스타파나 미디어몽구 등의 대체 언론의 정보에 더욱 귀를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더 살펴볼 것들
한국의 이번 사건은 일찍이 “인재”라고 지적되었지만, 몇 가지 더 살펴볼 것이 있다. 먼저는 몇몇 엄청난 재난은 한 가지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준비하여 놓던지 간에, 항상 구멍을 빠져나가는 사건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음으로는 비난은 개인보다는 집단 혹은 기관에 가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선장 개인의 문제 너머에 있는 회사의 설비, 절차 등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혹은 경험을 앞세우는 선임자 앞에서 문제점을 깨닫고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구출을 위해서는 개인들이 교육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긴급 상황에서 사람들이 대처하는 방안을 따라 배의 구조도 다시 구상될 필요가 있다.
[New York Times 4월 19일] Learning From Korea’s Disaster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그 외에도 던져진 문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 사회가 침몰하고 있다는 단면이 이 사건 하나로 드러났다고도 말하더라고요.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인 세모 일가의 이력.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 터미널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를 해오고 있었다는 계산.
수준 높은 안전 교육이 아닌 수학여행 폐지로 앞으로의 사고를 막자는 주먹구구식 대책론.
정파를 떠나서 이 참극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던 정치인들. 아니면 이 참극을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은 정치인들.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정권’이 아닌 ‘대한민국 행정부’에 향해있음을 바로 봐야 한다는 지적.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은, 마치 내 몸이 껍데기만 남고 그 안이 통째로 드러나 버린 것 같은 슬픔을 겪고 계시겠죠.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들 중에 손 쓸 수 없었던 일들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웅도 말고, 사람다운 사람만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에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전해지는 얘기들을 듣고 있으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다운 사람을 바다 밑에서 잃은 것 같습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