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 2014.05.27 민간 군사기업(PMC)
1. 이슈 들어가기
프로기: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 군사기업은 한국에서는 근 10년 새에 관심을 받게 된 분야입니다. 국가의 구성으로 여겨지던 군대가 기업 차원에서 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도 다가온 것인데요.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야이지만, 세계적 흐름에서는 이제 엄연히 국가 군대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민간 군사기업의 군인은 “용병”이라는 용어로 불립니다.
민간 군사기업의 오래된 역사를 살짝 말씀드리자면, 이집트부터 빅토리아 영국 시대까지 전쟁을 대신하기 위한 ‘용병’을 고용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었습니다. Jeffery Herbst는 “민간이 폭력을 공급하는 것은 20세기 이전까지는 국제 정치에서 평범한 부분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병사에게 필요로 하는 교육 기간이 단축되었고, 이로 인해서 용병은 고용되기 보다는 시민에게 징병의 의무를 부과하는 게 더 효율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 오스트리아와 프러시아 시민 군대로부터 얻은 교훈도 시민을 병사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에 한 몫 더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현대전의 양상이 국가가 모두 도맡기에는 복잡해졌고, 영역에 관계없이 민영화가 이뤄지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군사력도 민간 차원으로 옮겨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P. W. Singer, Corporate Warriors, Cornell University, 2003]
한국에 등장한 PMC
“우리 군은 장차 남북한 군비통제 조치의 실현 여부를 떠나 현재의 인력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모습이 바뀌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병력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며 “이 경우 핵심기능만 제외하고 상당 부문의 주변기능은 민간 영역의 외주에 의존하는 국방운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민간 군사기업의 담당할 수 있는 분야로 그는 비무장지대 일대의 지뢰 제거, 첨단 정보기술, 각종 전투근무 지원 등을 우선으로 꼽은데 이어 추가저그올 훈련 등 군사자문, 해외진출 및 군사력 제공 등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2002년 5월 10일] ‘민간 군사기업 육성’ 주장 대두
한국에서도 큰 규모의 감군이 일어나고,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해지면 특수부대 제대자들을 모은 ‘한국용’ 군사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 국방연구원(KIDA)도 이미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도 해외에서 피랍된 한국인을 신속히 구출할 수 있는 부대 창설에 관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하니, 한국도 조만간 영어에 능통한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구성된 군사기업이 생겨날지 모른다.
[주간동아, 2008년 3월 5일] 전쟁터 ‘용병회사’ 한국에 상륙!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진 곳은 블렛케이다. 특전사 부사관 출신 대표가 2010년 4월 세운 이 업체는 직원 모두가 특전사 부사관 출신이다. 블렛케이 관계자는 “우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체”라고 말했다. 2010년 지방재건팀 사업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차리카르에서 진행하는 태화산업개발의 발전소 공사 현장 경비를 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비공개로 사업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안에 있는 한국 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소속 병원 인력의 경호도 맡고 있다.
[한겨레, 2012년 8월 13일] 민간 군사기업, 한국에도 있다
프로기: 민간 군사기업이 한국 신문에 처음 등장한 건 2002년이었는데요. 민간 군사기업이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강대국에서 활발히 운영되면서 국내에서도 군수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한 북한 금강산 관광, 탈레반에 의한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선교사 납치 사건 등 이 시기에 굵직한 사건들이 국가가 개입하기 어려운 안보 문제에 대한 민간 군사기업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컨택터스 사건’
그러던 중, 2012년 여름에 ‘컨택터스 사건’이 터지면서 한국 민간 군사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경기도 안산 SJM 공장에서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자 용역이 불법적으로 폭력을 행사에 노조원들이 다치고 경찰은 방관한 사건인데요. ‘블렛케이’의 활동에 비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업체입니다.
거센 파장에는 이유가 있다. 노동계는 동원된 용역의 규모 측면에서 이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7월 27일 컨택터스 소속 용역들이 들어간 곳은 SJM만이 아니다. 이날 컨택터스는 전국에서 1300여 명의 용역을 집결시켜 300여 명을 SJM에, 1000여 명은 발레오만도에 투입했다. 문용민 금속노조 충남지부 사무국장은 “노조 활동을 10년 넘게 했지만 용역들은 많아야 200∼300명이었다. 1000명이 넘는 건 본 적이 없다. 이건 경찰이나 군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컨택터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 군사기업을 표방한다고 홍보해 왔다. 2008년부터 아프간 공관 경호사업에 진출했으며 무장 해상경호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에는 언론 배포용 보도자료를 만들어 “많은 국가들이 치안장비로 사용하는 모델(장비)”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장비의 면면을 보면 과장이 아니다. 투명 방패, 투명헬멧, 물대포 차량, 군견, 채증용 무인헬기까지 망라한다.
[경향신문 2012년 8월 4일] 노조에 폭력 ‘컨택터스’ 용역깡패인가 민간 군사기업인가
프로기: 컨택터스로 인해서 ‘민간 군사기업’이라는 개념이 관심을 받게 되고 또 이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강하게 생겼습니다. 한 부대에 맞먹는 인력이 용역에 동원된 것을 보고, 그 폭력성이나 파괴력을 제어할 수 없을 때 일어나게 될 사태에 대해서 걱정의 목소리가 커졌죠. 이로 인해서 민간 군사기업의 영향력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민간 군사기업 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언론에서는 활발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민간 군사기업 세계적 활동
실제로 2010년 미국 의회조사국의 조사를 보면, 분쟁지역인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민간 군사기업 인력은 모두 6만 8195명으로 당시 현지에 주둔하던 미군 수보다 많았다. 지금은 ‘엑스이’(Xe)로 이름을 바꾼 미국의 대표적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뿐만 아니라,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업체로는 미국의 다인코프,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 영국의 컨트롤 리스크스그룹, 아모그룹 인터내셔널, 하트시큐리티 등 다양하다. 심지어 전 세계 민간 군사기업의 이해단체인 국제평화유지 활동협회(IPOA)도 있다.
[한겨레, 2012년 8월 13일] 민간 군사기업, 한국에도 있다
민간 군사기업은 아프가니스탄과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서 주로 활동해왔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 군대가 반군을 막지 못하거나 국경 근처 테러를 막는 데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cademi가 400개의 부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 동부 분리주의자 운동에 대항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에 파견되어 다가오는 월드컵을 대비하는 안보 관련 임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2013년에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던 군대 중 62퍼센트가 민간 군사기업이었으며,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미정부는 $3.3 trillion 달러를 썼다.
[Article 3, 2014년 5월 22일 ] Friend or Foe? The Rise of Private Military Corporations
프로기: 여기에 더해서 미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하게 활동하고 있는 민간 군사기업은 “Academi”입니다. “Academi”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블랙워터(Blackwater)”라는 이름은 익숙하실 텐데요. 다만, 블랙워터는 2007년 9월 16일 이라크에서 무고한 시민 17명을 죽이고, 미 의회 보고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 195건의 총격 사건에 휘말려있으며, 그중 163건은 선제 공격에 의한 사건이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사건들은 대부분 증거 불충분 혹은 미 국방부의 지원으로 크게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로 인해서 블랙워터는 2009년에 “Xe”로, 또 2011년에 “Academi”로 이름을 바꿨는데요. 다러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브라질의 블랙워터
독일 언론 Bild am Sonntag에 의하면 블랙워터로 알려진 미국 민간 군사기업 Academi에서 판겨한 400여 명의 용병이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계 분리주의자들을 제압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 그 민간 군사기업을 고용한 주체는 누군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 총리는 키예프가 외국 민간 군사기업을 고용해 ‘법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은 시민 운동과 항의를 억누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인 블랙워터 용병 영상 소개 기사)
[RT 2014년 5월 12일] 400 US mercenaries 'deployed on ground' in Ukraine military op
Acadmei가 월드컵에 대비하기 위한 브라질 경찰 훈련을 진행했다. 미국 북캐럴라이나에서 진행된 훈련은 대테러에 대한 미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훈련이었다. Academi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준비하는 그리스 경찰의 훈련을 맡기도 했다. 미 정부가 떠안기에는 민감한 문제들인 외국군 훈련부터 외국 외교 인사 엄호까지 맡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군인 출신자들로 구성되어있다.
한편 2010년 위키리스크에 의하면 미국은 테러의 위험 수위가 높다고 가장하며, 월드컵 준비를 위한 대테러 훈련을 지원했다. 가장한 이유는 미 회사들의 입장에서 굉장한 사업 상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 의회에 의한 테러 방지 지원 총 투자액이 2년 간 약 2만 달러에 그치는 데다가, 거래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의문점이 많이 남는다.
[The Huffington Post, 2014년 4월 30일] Blackwater and the World Cup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이러한(민간 군사기업을 활용한 안보) 모델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군대의 개입과 빈민촌에 상주하는 보안 업체들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난한 지역 혹은 국가에서의 인권 침해와 일상 생활의 군대화에 대한 염려가 크다. 무장 군대들이 받아온 훈련은 시민 사회와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전략으로는 부적절하고 경험도 적기 때문이다.
[RT, 2014년 4월 29일] World Cup war: Blackwater providing training to Brazil security forces
프로기: Acadmi는 사회적 문제를 많이 일으켰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보시다시피 국가 단위로 군사력이 필요한 곳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군 효율’의 측면에서 비용은 적게 들이되 능력은 신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죠. 또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브라질 외에도, 영국의 경우에는 자국군의 규모보다 민간 군사기업의 규모가 더 큰 정도라고 합니다. 때문에 막기 보다는(UN에 의해서 현재는 민간 차원에서 군사력 이용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용병”의 정의와, 민간 군사기업의 활동 영역에 대해서 명확히 선을 긋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합의되기 어려운 국제법
협약안에 대한 각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어떠한가? PMSC의 80%가 설립되어 있는 미국, 영국, EU 등은 PMSC의 개념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점, 각국의 법체계가 상이한 점, 국제협약이 아닌 국내법이 효율적인 규제수단일 수 있는 점을 들어서 협약 제정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국, 파키스탄, 이집트 등은 PMSC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의 증가, 관련 지침(Montreux Document)의 비실효성을 들어 협약 제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큰 이상, 단일화된 국제적 의사가 결집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 자체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이제는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가 국제적인 논의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 이에 따른 인권 개념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 최소한 국가의 공권력을 대신하는 기업의 작용에 대해서 만큼은 국제 인권 규범의 규제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로앤비, 2013년 9월 2일] 민간 군사보안업체(PMSC)에 대한 국제협약 논의 동향
3. 편집인 코멘트
프로기: 개인적으로는, 국가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 제 1의 책임이자 목표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군대를 가질 수 있고 폭력(처벌, 전투 등)을 행사하는 데에 있어서 합당한 이유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데요. 그런 규범적인 가치를 돈을 주고 팔게 되었을 때 폭력의 합당함이나 국가의 의무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아리송해집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