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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Jul 23. 2015

밀렵을 잡아라, 테러를 잡을 것이다

[행간읽기]2014.06.09  밀렵과 국제 테러

1. 이슈 들어가기

야생동물 밀렵과 테러. 얼핏 들어서는 연관이 적어 보이는 두 카테고리가 알고 보면 강력하게 엮여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그리고 이제 떠나는 싱크탱크에서 일하며 가장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연구라고 생각해왔던 주제입니다. 행간읽기에서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던 주제였어요! 

한국은 테러가 발생하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인지 테러의 위협을 보다 적게 체감하는 것 같은데요. 잠시 미국에 지내는 동안 여권이 없으면 박물관도, 도서관도, 심지어 야외 콘서트도 가지 못하는 엄격한 규정을 보면서 테러가 굉장한 위협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번에 수십, 혹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으로 야생동물 밀렵을 강력하게 금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2. 이슈 디테일


(1) 테러와 밀렵 사이의 고리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알샤바브(Al-Shabaab)의 돈 줄

2010년 우간다에서 발생했던 테러 이후에, 테러 우범 지역에 더 많은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쏠렸다. 반면 알샤바브라는 조직적이고 탄탄한 범죄 집단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지난 18개월 동안 알샤바브가 케냐에서 자행하고 있는 상아 밀렵을 조사했고, 결과적으로 알샤바브 운영 자금의 최대 40%가 상아 밀거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알샤바브는 밀렵과 브로커로 활동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밀거래에서 큰 규모의 이익을 연쇄적으로 만들어내는 주요한 고리가 되고 있다. 알샤바브는 권력과 그들만의 신념에서 비롯한 전투를 끊임없이 일으킬 것이로 예측된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군사, 군대, 탄약 그리고 다른 장비들을 마련할 것이고, 그것은 곧 자금을 불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 사회에서 계속해서 급진적인 테러 집단들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해외 금융 계좌를 동결시키고 있기 때문에, 알샤바브와 같은 조직들은 밀수품 불법 거래를 자금 마련 책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Elephant Action League] Africa’s White Gold of Jihad: al-Shabaab and Conflict Ivory

알샤바브에게 상아는 그저 납치와 같은 상품 화폐에 불과하다. 다른 자금 마련 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자원이기 때문에, 수천 명의 사람이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밀렵을 자행하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상아 밀매에서 알샤바브보다도 인명 문제가 만연하게 퍼져있다는 점이다. 이 밀거래 시장을 위해서 한 지역 사회 전체가 착취를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망인과 고아, 소년병들, 그리고 밀렵용 무기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1월 13일] White Widow Samantha Lewthwaite Linked to Ivory Poaching


케냐 쇼핑몰 테러사건

케냐 나이로비에서 2013년 9월 21일부터 24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지속된 이슬람 극단조직 알샤바브에 의한 테러이다. 이 테러는 9월 21일 10∼15명의 무장괴한이 나이로비의 부유층과 외국인들이 밀집한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침입, 총기와 수류탄으로 무차별 살상을 하면서 시작됐다. 괴한들은 9월 24일 케냐 정부가 완전 진압을 선언할 때까지 나흘간 쇼핑객들을 인질로 잡고, 케냐 군경과 대치했다.

테러 직후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세력인 알샤바브(Al Shabab)는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11년 기독교 국가인 케냐가 이슬람 국가인 소말리아에 군을 파병한 것에 반발해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으며, 소말리아에 배치된 케냐군이 즉각 철수하지 않는다면 추가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케냐 정부는 진압작전을 실시해 9월 24일 진압 종료를 선언했으며, 진압 과정에서 테러범 5명을 사살하고 11명을 체포했다. 이 테러 결과 진압작전에 투입된 군인 6명과 민간인 61명, 사살된 테러범 5명까지 더해 총 7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인 여성 강 모 씨를 포함해 영국인 6명, 프랑스ㆍ캐나다ㆍ네덜란드인 등 외국인은 모두 18명이 사망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알샤바브 케냐 쇼핑몰 테러

프로기: 알샤바브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이기도 합니다. 작은 규모의 단체가 아니고, 지난 일주일 안에만 소말리아 국회를 공격하고 소말리아 국경 마을을 공격하는 등 테러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알샤바브가 꾸리고 있는 야생동물 밀거래 시장과 그에서 나오는 이익의 관계. 저한텐 생각지 못한 연결고리였습니다. 


(2) ‘흰 금’을 주조하는 야생동물 밀렵 

실태

조직적인 초국가적 범죄 집단과 테러 집단들이 증가하면서 야생동물 밀렵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혀졌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야생동물 불법 거래는 네 번째로 큰 무역 시장으로 성장했다. 거래량은 19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신의 저항군(Lord’s Resistance Army)나 알샤바브와 같은 초국적 범죄 혹은 테러 집단이 야생동물 밀렵을 통해서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매월 내고 있다. 


그 실태를 요약하자면, 불법적인 야생동물 밀렵의 거래량은 용병(군대), 다이아몬드, 금, 그리고 석유의 밀매량보다 큰 정도다. 코끼리 상아 밀매량은 2007년과 비교하여 두 배 정도 증가하였다. 코뿔소의 서각은 암시장에서 5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이것은 금이나 백금보다도 비싼 값으로 치러지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케냐의 검은 코뿔소 개체 수는 1970년대에 20,000마리였던 것에 비해 이제는 650마리 정도 남아있을 뿐이다. 이렇게 밀매된 상아는 주로 전통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거나 장식용 소재로 쓰인다. 2012년과 2013년에 걸쳐서 코끼리는 약 6만 마리가, 코뿔소는 약 1,650마리가  밀렵당하였으며, 2013년의 상아 밀렵의 양은 지난 25년 중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산해보면 11시간마다 코뿔소가 죽어 나가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십 년 동안 약 1000여 명의 야생동물 공원 관리인들이 살해를 당하기도 하였다. 

[Stimson, 1월] Killing Animals, Buying Arms

프로기: 야생동물 밀거래 시장이 국제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규모가 큰 데, 거래 시장의 규모와 품목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잡힐 만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60 trillion 안보 시장

무인정찰기, 위성 사진, 추적 장치 그리고 다른 첨단 기술을 갖춘 장비들이 코끼리와 코뿔소를 구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도록 갖춰져야 한다. 야생동물 밀렵으로 쉽게 돈을 버는 테러범들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회 안보와 관련한 시장이 적어도 613조 2천억 원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맥킨지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위험에 처한 코끼리와 코뿔소를 구제하는 지금의 사업들을 포함해서, 아프리카 경제 인프라를 보호하는 기술 관련 회사들이 큰 규모의 경제적 이익과 소비자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The Washington Post, 1월 31일] Break the link between terrorism funding and poaching


(3) 사냥꾼 잡으러 사냥에 나서다

프로기: 야생동물 밀렵과 테러 사이에 명백한 연결고리가 발견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이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이 신속하고도 단결력 있다고 생각됩니다. 런던선언과 UN을 통해서 세계 국가들이 협조를 약속하고, 미국과 중국은 각각 정부 정책까지 발표하며 시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야생동물 보호가 늘 환경보호 차원에서 논의되면서 큰 힘을 얻지 못했었는데요. 이번 연구에서 야생동물 보호 협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런던선언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와 유엔 기구는 야생동물 밀렵 방지를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런던선언'을 통해 야생동물 거래를 심각한 범죄로 다루고, 거래 단속 등을 위해 국경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야생동물 불법거래와 공무원 부패 및 돈세탁 등 조직범죄와의 연계성을 조사하고 상아 등 야생동물 제품을 폐기하는 국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회의 연설을 통해 "야생동물 불법거래는 심각한 국제 문제"라면서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이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최고 수준의 정치적 결의를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는 이 회의에 참석, 코끼리, 호랑이 등의 야생동물을 절멸시키고 있는 "섬뜩한 거래"를 종식하기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2월 14일] "야생동물 불법 거래 막자"…'런던선언' 서명


UN도 나서서

4일 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상아 밀매가 집중된 국가들에게 ‘코끼리 밀렵과 상아 밀수 행위’를 추적해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무장단체와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안보리는 밀매업자의 자산 동결 및 여행 제한 등 경제적 제재 조치를 가하게 된다. 이번 결의안으로 그동안 상아 밀거래를 주 수입원으로 삼아왔던 아프리카 테러단체들이 단속망에 걸려 제재를 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인륜 범죄 혐의로 국제 수배된 ‘세계 최악의 범죄자’ 조셉 코니가 이끄는 ‘신의 저항군’(LRA)을 비롯해 소말리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알 카에다 연계단체 ‘알샤바브,’ 수단 민병대 ‘잔자위드’ 등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웬디 엘리엇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의장은 “유엔 안보리가 야생동물 밀렵과 밀수에 대해 경제 제재 조치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불과 1년 전만 해도 야생동물 밀렵이 환경 문제를 넘어 범죄로 인식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문제 해결에 첫 단추를 끼운 셈”이라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 2월 5일] UN ‘상아 밀매와 전쟁’ 은 ‘테러와의 전쟁’


정의에 빠질 수 없는 미국 

미국이 최초로 야생동물 밀거래에 대한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코끼리 상아 거래를 금지했다. 이는 “미국은 코끼리 밀렵과 상아 불법 밀거래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발표된 전략은 미국이 상업적 상아 수출입을 금지함으로써, 세계적 분위기를 주도해 야생동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또한, 야생동물과 관련한 법을 준수하는 분위기를 이끌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 의회도 이번 미 정부의 발표에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의회는 야생동물 밀렵 방지와 관련하여 제정되어있는 법의 준수를 강화하기로 하고 새로운 정책들도 충분히 받아들여,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고 하였다. 

[Enough, 2월 14일] The US Takes New, Robust Steps to Combat Illegal Wildlife Poaching and Trafficking


국제 문제 해결에 이례적으로 참여하는 중국 

어마한 수의 불법적인 야생동물 관련 거래가 적발되었고, 관계자에 따르면 400여 명 이상의 용의자들이 체포되었다고 전해졌다. 중국 멸종 위기 동물 수출입 관리 사무소는 350건의 거래가 잡혔고, 3톤가량의 코끼리 상아 혹은 상아로 만든 상품, 그리고 1000개가 넘는 숨겨져 있던 상품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36개의 코뿔소 서각과 그 외에도 다수의 야생동물 관련 상품들이 적발되었다. 코브라 2로 불리는 이번 작전은 중국과 미국, 남아프리카, Lusaka Agreement Task Force, 아세안 야생동물 집행기관(ASEAN Wildlife Enforcement Network), 그리고 남아시아 야생동물 집행기관(South Asia Wildlife Enforcement Network)이 함께 조직하였다.  

[Xinhuanet, 2월 10일] China leads int'l wildlife crime bust

상아 밀수업자로 의심되는 중국인이 케냐에서 체포되어 인도되었다. 이는 중국이 해외에서 야생동물 관련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도록 도운 첫 번째 사례다.

[The Guardian, 2월 10일] China helps arrest suspected ivory smuggler in Kenya


3. 편집인 코멘트

프로기: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워싱턴 D.C. 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다고 인사를 드렸었는데요. 한국에선 개념도 생소했던 ‘싱크탱크'에서의 시간도 마무리되었습니다. 국내 문제건 국외 문제건 생각하는 것만으로 수입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것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뻔한 소리만 들을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아, 역시 싱크탱크다.’라고 감탄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밀렵과 테러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동아시아 국제 정치 혹은 세계적인 문제를 논의할 때 한국의 힘이 크지 않다는 것을 절절히 체감한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한국에서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사람들이 영양가 있는 생각들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혹은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이라고 꿈꿔봅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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