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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Jul 23. 2015

세월호, 마무리된 반쪽은 적어도 최선

[행간읽기]2014.11.13   세월호 특별법 

1. 이슈 들어가기

세월호 사건은 누군들 그러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눈을 뗄 수 없고 귀를 닫을 수 없었던 참극이었습니다. 충격이 커서 뿐만 아니라, 충격이 길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묵은 때를 드러내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오늘은 일단락 지어진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사안들을 살펴봅니다. 세월호 3법, 세월호 승무원 재판, 농성장, 수색 종료, 재난 안전 대책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2. 이슈 디테일


A] 세월호 3법 읽기

세월호 특별법 (4·16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주골자입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1년을 기본으로, 최대 18개월 동안 가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별조사위원은 여당 5명 + 야당 5명 + 대한변협 2명 + 대법원 2명 + 세월호 유가족이 추천하는 3명까지, 모두 17명으로 구성됩니다. 위원장은 가족 측이 추천하는 상임위원이 하게 되어 있고, 부위원장 및 사무처장은 여당, 진상조사소위원회는 야당에서 추천합니다. 또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미진할 시 별도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세월호 특별검사'를 임명해 최장 180일 동안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검 요청은 최대 두 번 가능합니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대한 변호사협회 세월호 특위 간사이자, 유족들의 법률대리인 맡고 있는 황필규 변호사를 비롯해 다른 기사들에서 언급된 비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17명의 조사위원에 여야에서 추천하는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게 됩니다. 여야가 깊이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위원회 자체의 독립성이라든지 실질적인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쟁의 연속에 불과하게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보입니다.


2) 조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 최대 1000만 원이 부과됩니다. 과태료 액수가 제재 역할을 할 정도로 강하지 못해 보이기도 합니다. 최초엔 과태료를 3000만 원으로 부과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위헌 논란과 정당 간에 서로 타협하는 과정이 있었다는데요.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에 대한 고민 이전에, 국민의 생명을 두고 정치적 흥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습니다.


3)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자료 제출이나 증언 요구에 대해 공무나 업무상 기밀일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무상, 업무상 비밀은 보장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자료는 제출하지 않더라도, 열람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실시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는 '열람권'을 규정한 바가 있습니다. 반면, 세월호 특별법에는 '열람권' 조항이 없다고 합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를 설치한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인사혁신처'를 신설합니다. 이른바 세월호 참사로 부각된 '관피아'(관료 마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법안입니다.


유벙언법(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

  인명 피해가 많은 사고가 발생했을 시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 및 관련된 제3자에게도 재산 몰수나 추징이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몰수·추징 판결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세 정보, 금융거래 정보 등의 제공 요청, 압수, 수색, 검증영장의 도입 등 재산 추적수단을 강화하는 법안입니다.

[매일경제, 2014년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어떤 내용 담겨 있나?

[에너지경제, 2014년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정부조직법·유병언법 국회 통과 

[노컷뉴스, 2014년 11월 8일] "세월호특별법, 조사권도 특검도 한계 뚜렷" 

[시사오늘, 2014년 11월 7일] 드디어 빛 본 세월호 특별법, 예상 갈등은? 

프로기: 오랜 진통 끝에 통과된 법안인만큼,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목조목 비판할 점도 나열해드렸는데요. 내년 1월 1일부터 1년 6개월 (+3개월 보고서 작성 기간)이 지나야 이 법안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실효성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선 섣부른 비판도, 섣부른 찬성도 하기 조심스럽네요.


B] 세월호 승무원 재판

왜 선장은 살인죄를 적용받지 않았는가?

재판부는 선장 이씨에게 선고 가능한 법정 최고형을 언도했습니다. 유기치사상죄(30년),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3년), 해양환경관리법 위반(3년)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어 36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각각 죄의 최고형을 합한 형량입니다.


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먼저 도주한 선장 이준석 씨 등 승무원 4명에게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살인죄로 인정되려면 승객들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도, 결과를 용인했음이 입증되어야 하는데요. 부족하지만 진도 VTS 교신, 선장이 실제로 퇴선 지시를 한 점, 침몰 중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사실 등을 미뤄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관장 박모씨의 경우엔, 부상한 동료가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마땅히 해야 할 구호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죄.


대신 검찰은 살인죄가 성립 안 될 경우 차선으로 유기치사상죄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법원은 세월호 승무원 15명에게 공통으로 유죄를 인정해 징역 5~20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선장 등은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과 승객들의 퇴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경이 구조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두려움 때문에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도 답답하겠다

한편, 이번 재판은 최선의 배려를 했다고 평가됩니다. 1) 세월호와 쌍둥이라 불리는 오하마나호를 살피기 위해 직접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을 찾은 점, 2) 사법 사상 처음으로 원격 중계를 하여 재판 실황을 전달한 점, 3) 세월호 침몰 과정을 모의실험으로 분석한 전문가들의 증언 관리에 주의를 기울인 점, 4) 16명의 피해 진술과 생존 당시 동영상, 그 외에도 3천2000여 건에 2만 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을 검토한 점, 5) 공소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유가족의 의사를 존중한 점, 6) ‘실체적 진실 규멍’이라는 재판의 목적을 누차 강조한 점 등 때문입니다.


법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고, 형량이 부족한다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사건인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의 선장이 징역 2697년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재판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 체계상 최고형이 징역 36년에 불과하단 것은 우리의 형법형량 자체가 너무 낮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신문, 2014년 11월 11일] "역사에 남을 재판" 세월호 승무원 1심 결과와 의미?

[조선일보, 2014년 11월 12일] 304명을 死地에 버린 罪… 징역 36년이 최고刑? 

프로기: 사법부의 판단은 가장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하기 때문에, 사법부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크게 실망했고, 언론에서는 최근의 법원 판결과 엮어 ‘국민 법 감정’과 ‘사회 정의’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판결에 대해서 너무 쉽게 비난을 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쨌거나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일은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C] 농성장에 남은 유가족들

유가족들은 11월 5일 청와대 앞 농성장을 철수했습니다. 유가족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을 믿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외면당했다는 서운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11월 8일, 국회는 유가족들의 국회 앞 농성장을 철거했습니다.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날씨가 추우니 유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들은 11월 9일 국회 농성자 철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광화문 농성장에 대해서는 유가족들도, 서울시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비췄습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의 미흡한 점이 있기 때문에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견제의 역할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시민들이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도록 알리겠다는 명분을 밝혔습니다. 서울시도 유가족들의 입장을 존중하며, 최소한의 편의를 위한 의료, 소방 지원을 유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마이뉴스, 2014년 11월 11일] 농성장 철거? "새끼 잃은 부모는 두려울 게 없다" 

[KBS, 2014년 11월 9일] 국회, 세월호 농성장 철거 

[SBS, 2014년 11월 5일] 세월호 유가족, '청와대 앞' 농성 76일 만에 철수 


D] 세월호 실종자 수색 종료, ‘가장 가슴 아픈 결단'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수색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이제는 실종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희박해졌을 뿐 아니라 안전에 관한 현장의 거듭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잠수에 의한 수색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결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수중 수색의 종료 요청을 전 가족이 해주셨다”며 죄송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담화 직후에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사 분들의 안전이라며 정부와 구조팀 등에 수중 수색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 수색을 중단하더라도 남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선체 인양 등의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잠수사들은 실종자 9명을 찾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마음을 밝혔습니다. 구조는 민관이 협력을 해야 강화가 되는데, 그 과정이 미흡했다는 아쉬움도 전했습니다.


한 켠에서는 유가족들은 인양 자체를 거론하지 않았었지만, 언론에서 먼저 인양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시간이 흐르고 세월호 피로도가 언급되자 가족들이 투표에 부치게 된 것이라는 보도를 하였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언론 보도로 인해 받는 상처가 많았다며,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는 반성이 있었습니다.

[헤드라인제주, 2014년 11월 11일] 정부, 세월호 수중 수색작업 종료 담화문 전문

[팩트 TV, 2014년 11월 4일] 집중 취재-세월호 참사 200일, 기억과 치유 

[미디어스, 2014년 11월 12일] 세월호 수색 공식 종료…"또 다른 희생 염려"

[연합뉴스, 2014년 11월 12일] 세월호 수색 공식 종료…잠수사의 심경은? 


E] 근본적인 재난 대책에 대한 고민들

프로기: 예전부터 큰 재난 혹은 사고 이후에 정부의 대처가 미흡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실망한 사람들이 실제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계속해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자 ‘안전 불감증’에 대한 자성이 일었습니다. 이에 앞으로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안전 교육이 의무화되고, 관련된 전문 연구 센터도 설립되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오는 2018년부터 안전교육과 관련한 독립 교과서나 단원이 생기고, 초등학생 3학년은 수상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교원의 경우 안전교육 준 전문가로 육성되고 모든 유치원과 학교는 연 3회 자체적으로 전수점검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발달단계별 체계적 교육이 가능하도록 7대 안전교육 표준안(재난, 생활, 교통, 폭력·신변, 약물·유해·사이버, 직업, 응급처치)을 개발한다. 이들은 앞으로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재난·안전 정책 개발과 기술적인 연구들을  함께하게 된다.

[내일신문, 2014년 11월 11일] 초등생 3학년 수영교육 의무화 


카이스트(KAIST)에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재난학연구소가 설립됐다. 재난의 원인과 발생 과정, 대응과 사후처리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정책·기술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학적 측면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을 예정이다.

박 소장은 “인재라는 측면과 기술적·사회정책적 문제가 복합된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체계적인 국가 재난·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연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4년 10월 22일] 카이스트 교수들 “국가 재난·안전 시스템 연구하자”


안전 상업화?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 문제가 제기된 안전규제 완화 문제들에 대해서 개선도 되지 않고, 일부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방안도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 부처들이 안전산업 육성방안을 우후죽순 발표하고 있는데, 막상 내용에는 시민의 안전과는 무관하고 그야말로 산업 육성에 주안점을 둔 것들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민간 재난보험 상품’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방재컨설팅 업무’를 보험사에게 허용하겠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또 기획재정부는 소방헬기를 국산 헬기로 도입해 국내 안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요. 이런 계획들이 실제로 국민의 안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상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참세상, 2014년 10월 29일] 세월호 참사 200일 ‘안전 대책’ 사기극, ‘안전 장사’로 둔갑


프로기: 어디선가 정부의 감시 감독보다, 안전 산업을  보험 시장에 맡기니까 오히려 기업 경쟁, 이윤 때문에 사고가 감소했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어요. 문제의 본질을 잊은 것 같은, 상업화에 치중한 정부 정책은 실망스럽긴 합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면야.      


3. 필진 코멘트

많은 것들이 정리된 것 같지만, 또한 많은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았습니다.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고 각종 서류가 만들어졌지만, 행동은 이제부터니까요. 그래도 관련 법안이나 재판부의 판결, 사회 곳곳에서의 반성들은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어떤 갈등이 빚어질지,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진 편견은 어떻게 남을지, 우리 사회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드러낸 허물이 적어도 반쪽은 최선을 다해 정리된 것이라 믿습니다. 나머지 반쪽도, 더 이상 정치적 도구로 휘둘리지 않고, 잘 아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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