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2014.11.28 삼성, 한화 M&A
1. 이슈 들어가기
삼성과 한화 사이에 빅딜이 성사되었습니다. 삼성이 한화에 1조 9000억 원을 받고 방위산업과 화학 계열사들을 매각합니다. 삼성은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 원에 ㈜한화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를 1조 600억 원에 한화케미컬과 한화에너지에 나눠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매각 대상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털까지 4개 계열사입니다.
이렇게 해서 삼성은 전자, 중공업, 건설, 서비스 등으로 사업 분야가 좁혀졌고, 한화는 기존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사업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매각을 두고 삼성은‘ 선택과 집중’, 한화는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면서 윈윈 하였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1) 삼성
삼성, 짐을 덜어냈다
이미 석유화학 분야는 셰일가스 등의 영향으로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방위산업 또한 규제가 심해지고 정부 주도 군수사업의 계획도 불분명합니다. 게다가 삼성테크윈이 ‘방산 비리’등과 맞물려서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등 어려움이 예상되는 산업 분야였는데요. 전자, 금융 등 주력 사업들과의 시너지도 적어서 이번 매각을 통해 삼성이 짐을 덜었다고 분석됩니다.
[동아일보, 2014년 11월 27일] 삼성에선 빛 못 본 업종, 한화 넘어가면 ‘시너지의 핵심’
매각에서 제외된 화학 계열, 삼성정밀화학과 삼성 BP화학
화학 계열사에 속하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 BP화학만 매각에서 제외가 되었는데요. 이에 삼성 측은 이 두 계열사는 화학이라기보단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어 매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정밀화학의 경우엔 론시멘트 물성 향상제, 2차 전지 핵심소재인 배터리 양극활물질 등을 공급하고 있고, 삼성 BP화학은 LCD와 태양광 소재인 초산비닐 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2014년 11월 26일] 화학 계열사 중 삼성정밀은 왜 남겼나
삼성의 청사진
삼성전자는 삼성의 주력회사인데요.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제조업 기반 회사였다면, 앞으론 소프트웨어 중심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분석됩니다. 삼성은 빅데이터센터 등 2대 소프트웨어 전문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 기관으로 신설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삼성이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꼽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 헬스케어의 기반이 될 핵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최근에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체외진단기 분야 시장 확대를 준비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업체 스마트싱스와 시스템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 캐나다 클라우드 프린팅 업체 프린터온을 두 달 사이에 인수하는 등 활발히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전체 계열사 임원의 15% 가량을 감축하고 전자·금융 두 사업을 그룹의 핵심 가치로 삼는 고강도 조직 개편도 병행키로 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다음달 초로 예정된 삼성 사장단 인사와 맞물려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해집니다.
[중앙일보, 2014년 11월 27일] 삼성, 화학·방산 솎아내고 SW로 간다
이건희 회장을 뒤이을 자
이번 매각으로 경영권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을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부회장은 주력사업인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해서 서비스, 중공업, 건설, 의료까지 아우르고, 대신 이부진 사장은 호텔·상사(물산)·유통 등을,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섬유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삼성은 그런 의도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경향신문, 2014년 11월 26일] 삼성, 전자·금융 축 전열 정비… 지배구조 단순화 ‘일석이조’
2) 한화
한화, 잘 샀다
거래 가격만을 따져보면 한화가 좀 더 유리한 거래를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한 삼성물산이 지분 일부만 처분하고 매각 대금도 2년 그리고 3년으로 나눠서 분할 상환하도록 한 것은, 한화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매각 발표 이후에 가장 많이 나왔던 우려가 매각 비용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한화 측은 인수에 나서는 3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비현금성 자산을 합치면 5조 8000억 원에 달하고, 이 회사들이 매년 내는 이익이 약 7000억 원이기 때문에 인수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겨레, 2014년 11월 26일] 재계 놀랜 ‘자발적 빅딜’…삼성, 선택과 집중 강화
[JTBC, 2014년 11월 26일] '삼성-한화 빅딜' 한화가 먼저 제안…인수비용 2조 어디서?
한화와 시너지 효과
이제 한화그룹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무인기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영상 처리와 정밀 제어 기술, 삼성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 중장기적으로 무인시스템, 첨단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화의 기존 석유화학사업과 인수하는 삼성 계열사의 매출을 더하면 LG화학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를 세계 9위 수준(291만 t)으로 늘려 원가 경쟁력도 확보하게 됩니다.
또 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춰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군도 다각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 한화그룹 측 설명입니다.
[동아일보, 2014년 11월 27일] 삼성에선 빛 못 본 업종, 한화 넘어가면 ‘시너지의 핵심’
프로기: 그렇지만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매각 대상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테크윈은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2만 8850원)로 직행했다. 주가 전망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김운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던 찰나에 매각이 결정돼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면서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주가가 힘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방산 부문에 강점이 있긴 하지만 산업의 특성상 단기간 큰 폭의 성장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 2014년 11월 26일] 삼성-한화 '빅딜' 어디에 더 호재냐…주판알 튕기기
인재경영의 부담
삼성과 한화 양 쪽 모두 이번 매각에 대한 사전 고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어제 언론보도를 통해서 소식을 접한 사원들은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해집니다. 매각이 정리되는 내년 6월이 지나면 삼성맨에서 한화맨으로 전환되는 4개사의 직원의 수가 7750명이라고 합니다. 인수를 맡은 한화 3개사의 직원 수는 7300명이라고 하는데요. 양사가 합쳐지면 한화 출신 직원보다 삼성 출신 직원 수가 더 많은 어딘가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한화가 삼성의 일부를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인 자체를 아예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처우에 대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향후에도 변화가 없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죠. 삼성맨의 자부심으로 근무하던 직원들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지는 한화가 안은 부담이라고 생각됩니다.
[JTBC, 2014년 11월 26일] '삼성-한화 빅딜' 한화가 먼저 제안…인수비용 2조 어디서?
김 회장의 복귀 신호
삼성이 경영 승계의 판을 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면, 한화에는 김승현 회장의 복귀 신호가 아니느냐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한화의 경우,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큰 계약 건이었는데요. 김승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지만 각종 매각과 M&A에 관해서는 뒤에서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 삼성토털 및 석유화학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노렸을 것”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회장은 ‘타고난 승부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던 김 회장이, 사회봉사명령 이행을 마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바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입니다.
[헤럴드경제, 2014년 11월 27일] 돌아온 승부사…한화 김승연 회장의 ‘역발상 경영’
곁들여서 한화에너지는 직접적으로 화학계열사와 연관은 없지만,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한화 S&C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김 회장의 아들 3 형제가 한화 S&C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한화에너지가 3 형제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2014년 11월 27일] 삼성에선 빛 못 본 업종, 한화 넘어가면 ‘시너지의 핵심’
지금은 매각 시대
프로기: 이번 매각이 IMF 때 일었던 정부 주도의 매각 이후로는 가장 큰 규모의 매각이자, 기업 간의 자발적인 매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매각, 합병, 구조조정이 큰 규모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10대 그룹 중 LG, 롯데, GS를 제외한 7개 그룹이 계열사 매각, 합병, 인력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재편 내용도 일개 계열사·사업부 구조조정이 아닌 기존 사업의 근간을 다시 짜는 ‘큰 판’으로 커지는 추세다. “1999년 정부 주도 ‘빅딜’ 이후 최대 산업 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요 그룹의 사업재편은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힘들기 때문이다. 내수경기 침체와 중국 기업의 도전 등으로 전자·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주력 업종 간판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9조 원가량 급감했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지난해 1조 4000억 원에서 올해 2300억 원으로 80% 넘게 줄었다. 작년까지 조 단위 이익을 냈던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3분기까지 3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 2014년 11월 27일] [삼성-한화 '2조 빅딜'] "지금 안 바꾸면 죽는다"…10대 그룹 중 7곳 '사업재편' 잰걸음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삼성과 한화의 빅딜에 대해서 손익을 따지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한화가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분야에 집중해 성공을 이뤄낼지, 삼성이 주력 부문을 확실히 하면서 지금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한화는 삼성맨과 장기적 산업이라는 부담을, 삼성은 이건희 회장 이후의 새로운 경영구조를 시험하는 부담을 각각 떠안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계 1위가 아니면 기업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두 기업 모두 성공적으로 이번 전략에 안착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