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2015.02.05 연말정산 개정
1. 이슈 들어가기
연말정산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소득자들의 2월 월급에 납세의 영향이 드러나게 될 텐데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국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납세액을 피부로 느끼고 나면 더 많은 비판이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에 대한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어제자 행간읽기에서 익명님이 이번 연말정산을 알기 쉽게 설명하셨습니다. 오늘 행간읽기에서는 연말정산이 비판을 받는 이유를 짚어봅니다. 특별히 대학생 교육비와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연말정산 자체가 화두인지라 조금은 묻힌 주제라 다뤘습니다.
2. 이슈 디테일
1) 소득공제 VS 세액공제
[용어]
연말정산: 매달 원천징수를 받는 근로자. 급여 지급자(=원천징수 의무자)가 해당하는 연도의 소득세액과 원천징수 세금 합계액을 대조하여 신고함. 이 때 과부족이 생기면, 부족한 만큼의 금액을 연말에 정산하고 조정하는 것. 때문에 근로소득자가 관건.
누진세제: 조세의 소득 재분배를 위해 고안된 방법. 세율 38%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1억 5천만 원.
소득공제: 기본 근로소득공제에 부양가족, 의료비, 교육비 등을 소득에서 절대치로 삭감해옴. 누진세제로 인해 높은 한계세율(=초과수익에 대해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비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이지만, 납세에서 유리함.
세액공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똑같은 금액을 공제하는 세액공제. 높은 누진세제를 유지하면서 공제는 일정하므로 고소득층에게 과세한다는 원리.
소득공제 → 세액공제 과정을 정리하면,
소득공제에서 고소득자들은 많이 벌면서도 많이 쓰니까 소득이 적게 책정되었다. 그래서 세금도 덜 냈다. 저소득층이나 중간층도 소득이 적게 책정되었지만, 소득세율 자체가 낮으니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 고소득자의 지출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기본 근로소득공제의 많은 부분을 세액공제로 바꾸었다. (→ 그러다 보니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경비를 써 온 저소득층과 중간층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프로기: 이렇게 보면 세액공제가 소득공제보다 평등한 조세법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좀 더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세액공제의 원리가 교과서적으로 옳지만 현재 현실과 닿아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2) 다 좋아 보이는데, 왜 문제지?
a. 고소득자가 아니니까
정부가 주장하는 연봉 5500만 원은 결코 고소득자가 아니다. 1600만 명의 근로소득자만 놓고 보면 상위 15%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연봉 5500만 원은 상위 40%에 속하는 중산층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계층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달 전 41%에서 32%로 크게 줄었다. 2012년 39.4%에 달하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유리알 지갑인 근로소득자만 엄하게 다루고 있다.
[매일경제, 2015년 2월 1일] 세액공제보다 소득공제로 돌아가자
b. 없지만 열심히 사는 형편 사정도 모르고
연봉 7000만 원 이상 직장인은 특히 ▲대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 ▲부양가족의 의료비를 많이 지출한 경우 ▲기부금을 많이 낸 경우 ▲연금보험에 가입한 경우 등에 정부 발표보다 더 많이 증세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맹 김선택 회장은 “연봉 7000만 원 이상이라 하더라도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부모 봉양과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지출, 자기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어렵다면 수년째 급여가 동결되거나 고용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이번 연말정산에 따른 박탈감과 분노는 극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투데이, 2015년 1월 28일] 납세자연맹, 연말정산 핵폭풍 ‘2월 개봉박두’
c. 근로소득자만 봉인가, 부동산/주식/자영업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김 회장은 또 “이들은 국가가 자신보다 더 많이 버는 부동산 임대소득자 등 자본소득자, 소득이 투명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제대로 과세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더 낸 세금으로 그들에게까지 복지혜택을 늘리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법이 이처럼 어려운 가계 살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사업소득에 대한 가혹한 기준으로 부양가족 인정을 어렵게 한 반면 이자·배당소득, 주택임대소득, 공무원연금 등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생활하는 부모님에 대해선 부양가족공제를 허용하는 점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대전투데이, 2015년 1월 28일] 납세자연맹, 연말정산 핵폭풍 ‘2월 개봉박두’
[아주경제, 2015년 1월 26일] ‘연말정산 근로자’에 가혹한 ‘소득금액 100만 원’ 기준 높여야
d. 비과세 항목에는 이유가 있다, 공제 범위도 한정했지 않느냐 (라디오 인터뷰 요약)
홍기용(인천대 교수): 최소한도의 돈에 의료비, 교육비가 포함된다. 그 부분은 비과세를 해왔다. 비과세를 하고서 소득에 대해 38%, 6% 과세를 해온 거다. 진정한 부의 재분배를 하고 싶다면 세액공제보다 세율을 올리면 된다. 세액공제로 인해서 ‘필요경비’가 적은가 많은가로 차별이 생겼다. 교과서적인 논리로 저소득층이 피해를 본다.
김재진(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 소득공제의 많이 걷고 많이 주는 방식에서, 세액공제의 적게 걷고 적게 주는 방식으로 변한 것뿐이다. 오히려 덜 손해다. 소득공제로 했을 때는 연봉 1천만 원과 10억 사이에 세금 절감 효과가 67배나 난다. 편차가 심하다. 고소득자에게 공제를 더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세액공제가 맞다.
홍기용: 2013년부터 우리나라 조세특례 제한법에 공제의 범위는 25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대학생 둘 키우고 의료비 쓰면 2500만 원을 넘기도 힘들다. 세액공제라고 해서 부자에게 기본 공제 금액을 더 과세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액공제 전환은 고소득층 과세보단 저소득층 피해가 크다.
김재진: 선진국 제도를 많이 연구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글로벌 스탠더드는 세액공제다. 소득공제는 예외적이다. 세액공제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아까 말했듯이 소득공제는 개인이 절감할 수 있는 재량이 있어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세액공제가 재분배 기능이 더 적합하다.
홍기용: 고소득자에게 돈을 징수해서 저소득층에게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걷힌 9300억 원은 근로소득자의 세금이다. 근로소득자에게 세금을 걷은 것은 어쨌거나 증세이고, 이것은 정부가 밝힌 목적과 다르다.
[YTN, 2015년 1월 23일] “연말정산 논란, 세액공제냐 VS 소득공제냐”
3) 이런이런, 교육비 대학 등록금 문제
올해 연말정산의 가장 큰 변화는 이 같은 교육비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교육비는 소득에서 공제액을 빼고 나머지 금액에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공제 방식이 적용됐지만, 이번 연말정산에선 과세한 금액의 15%를 과세기간의 종합소득 산출세액에서 공제하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됐다. *공제 한도는 대학생의 경우 900만 원입니다.
[조세일보, 2015년 1월 8일] 교육비의 압박… 연말정산으로 덜어내자
프로기: 대학 등록금에서 기본공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부양가족의 소득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이거 정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요!
소득금액: 총수입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 [연봉 - 근로소득공제 = 소득금액]이란 이렇게 계산됩니다.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부모님이나 배우자 등 부양가족의 소득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하면 연말정산 때, 의료비와 교육비 등을 포함한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자녀의 소득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득금액 100만 원에 해당하는 연봉은 2009년 7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2014년 귀속 근로소득부터는 333만 3333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연봉 333만 3333원은 2014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60만 3403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월 27만 7778원입니다. 이것만 벌어도 근로소득자의 부양가족(기본공제)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제 조금씩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경비원 근무를 하거나, 마트 아르바이트 등을 했던 아내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소득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죠. 보탬이 되려 했는데 도리어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억울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현실적인 대학생 생활과 대조해보았습니다.
a. 최저임금+주말 알바만 해도 기본공제 제외
2015년 최저임금안 5,580원 (2014년도보다 7.1% 인상)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알바천국에 검색하니 편의점 알바가 10,491건, 음식점 알바가 27,408건 이더라고요. 만약에 한 대학생이 생활비를 벌고자 알바를 했다고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편의점 주말 알바라면: 16시간(1일 8시간) X 52주 X 5,580원 = 4,642,560원
식당 주말 알바라면: 16시간(1일 8시간) X 52주 X 6,000원(알바천국 참조) = 4,992,000원
이렇게 둘 다 기본공제 제외 대상에 올라가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고 주말 알바만 해도 교육비를 포함한 기본공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b. 그렇다면 어떤 대학생이 유리할까
이렇게 된다면 ‘과외’를 해서 소득이 잡히지 않는 대학생이 가장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위 명문대가 아니고서야 과외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아예 따로 돈을 벌 필요가 없는 넉넉한 형편의 대학생들이 유리하겠죠. 돈을 벌지 않아도 돼서 공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 소득 재분배와 맞닿아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c.20대 층에서 빈익빈 부익부 극화
반면, 과외를 할 수 없는데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대학생들 수가 훨씬 많습니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포함해 기본적인 근로 보장이 되는 알바 자리를 피하게 될 것입니다. 소득이 분명하게 보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교육비 공제 범위에 들어가기 위해서, 근로 보장조차 안 되는 곳이나 소득 신고가 불분명한 알바 장소를 찾아가게 되겠죠. 소득 재분배 기능보다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극화를 끌어낼 것 같은데요.
심지어 열정페이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유급 인턴의 경우 여름방학, 겨울방학 총 4개월 정도 근무를 한다면 기본공제 기준인 연봉 333만 원을 넘게 될 거예요. 알바를 하기 어려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무급인턴이 오히려 기본공제라도 받을 수 있으니 '열정페이'도 기꺼이 받아들일지도 몰라요.
‘서민 호주머니 짜내는 정부’
연맹 관계자는 "교육비와 의료비는 개인 부담이 큰 필요경비 비용에 해당하므로 세액공제가 아닌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이 이론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부양가족 공제, 교육비·의료비 공제, 출생 공제, 6세 이하 자녀에 대한 공제, 다자녀 공제, 기부금 공제, 연금보험 공제 등이 없어진 것이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부분 소비자의 부담이 크고 생계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돈 없고 아이 많은 ‘흥부’가 부자인 ‘놀부’보다 세금 부담이 커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자본소득이 많은 부모를 둔 자녀는 부를 물려받는 것도 모자라 부모님 소득공제혜택도 받는 반면, 가난한 부모를 둔 자식은 생활비를 보태드려도 소득공제를 못 받는다”면서 “너무 불공평한 세제인데 올해 세법개정으로 그 불공평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정산의 소득종류별 ‘소득금액 100만 원’에는 한국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자본소득 우대와 근로소득 차별 편향’이 너무나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대전투데이, 2015년 1월 28일] 납세자연맹, 연말정산 핵폭풍 ‘2월 개봉박두’
[시사저널, 2015년 2월 3일] 연말정산 후폭풍 “2월 월급 0원인 사람도”
3. 편집인 코멘트
프로기: 세금은 국가의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누구에게 책임을 더 부과하는지, 누구에게 더 혜택을 누리게 하는지, 국가의 경제 정책과 경제 철학이 담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세 정의'라는 용어가 있기도 하니까요.
이번 연말정산에서 바뀐 조세법은 실패로 보입니다. 정부는 논란을 잠 재우고자 하루 만에 소급적용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조급한 이 결정도 질타를 당하고 있지요. 하루 만에 법적 결정이 바뀔 수 있고, 일주일 만에 국민적 분노를 살 수 있는 것은 정책 결정에 철학과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로소득자의 털을 뽑는 조세법엔 자본소득이나 자영업자의 소득을 바로잡겠다는 노력도 부재했죠. 개정된 조세법은 정의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연말정산과 관련된 이야길 주변이나 SNS에 올려 이야길 해보았었는데요. 대부분이 ‘네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령’ 혹은 ‘공제액 이상의 돈을 벌어 채워 넣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말정산은 개인의 노력으로 빈 돈을 채워 넣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문제죠.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