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 2015.02.24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
1. 이슈 들어가기
‘김영란법’, 저도 좋은 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자정 능력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법으로라도 부정부패를 해결해보자는 의지가 담긴 법이구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떠들썩한 법안이어서 제대로 알기가 어렵더라고요. 오늘도 부족하지만, 조금은 보탬이 되고자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2. 이슈 디테일
1) 현대판 탐관오리들
내연 관계 변호사에게서 벤츠 리스 비용과 명품 핸드백을 선물 받고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한 이른바 ‘벤츠 검사’,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던 기업인으로부터 그랜저를 받고 후배 검사에게 청탁해 무혐의로 종결받게 한 ‘그랜저 검사’, 건설업자로부터 각종 향응과 금품을 수수한 ‘스폰서 검사’ 등이 방아쇠였다.
2010년을 전후해 발생한 이 사건의 해당 검사들은 알선수재, 뇌물죄 등으로 기소됐지만 상당수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건 청탁 전에 승용차를 받았다거나 일상적 향응은 직무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2) 김영란법
여론이 후끈 달아올랐고 최초의 여성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위원위장이 이끌던 국민권익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2012년 8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비즈니스와치, 2015년 1월 19일] ’김영란法’이 도대체 뭔가
프로기:’향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거나 직접 연관성에 대한 증거를 못 찾아서 무죄’가 되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한 법안이라고 합니다.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입니다.
3) 김영란법이 걸어온 길.
프로기:권익위 원안 - 법무부 반대 - 정부안 제출 - 권익위 검토보고서 - 정무위 수정안으로 이어집니다.
먼저, ‘금품’과 ‘부정 청탁’의 기준은
금품: 금품에는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향응, 교통 숙박 등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등 유형 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포함
부정 청탁: 허가, 면허, 각종 행정 처분, 인사, 시험 관리, 포상, 비밀 준수, 계약, 예산 배정, 각종 거래, 병역 관련 업무, 각종 평가, 행정지도, 단속, 수사, 재판
이라고 하니 굉장히 꼼꼼하죠.
a. 국민권익위원회의 원안 ('권익위')
2012년 8월 입법예고
내용: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행위에 대해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
대상: 공직과 관련된 모든 기관 종사자와 그 가족
구체적으로 헌법기관(국회·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종사자, 국가·지방 공무원. 약 154만 여명과 그 가족.
처벌: 해당 공무원에 대해선 직무상 관련성이나 어떤 명목을 불문하고 예외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 금품 5배 이하 벌금.
이유: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준 경우라면 대가성을 바라지 않았을 수 없고, 금품을 주고받은 시점에선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투자 목적’이 있을 수 밖에 없다
b. 법무부의 제동
내용에 대해: 축의금이나 부조금 등 까지 과도하게 제한을 둬선 안 된다
대상에 대해: 친족까지 의율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에 해당할 수 있다
적용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지닌 검찰이 먼지털이를 하면 피해나갈 공직자들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
c. 총리실의 중재 - 수정된 권익위 정부안 ('정부안')
2013년 8월
내용: 대가성이 없더라도 관련 직무와 관련된 공직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가 빠지면서 범위 축소 (도망갈 구멍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었음)
대상: 권익위와 동일함
처벌: 벌금 상한선 3000만원
d. 세월호 참사, '관피아' 논란
e. 권익위 검토보고서 제출
2014년 5월 27일
내용: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부활
대상: 사립학교와 사립유치원도 포함. 가족의 개념은 좁혀서 부정확한 개념들을 분명히 함.
처벌: 동일함
f. 국회 정문위원회의 법안 확대 ('정무위', '수정론')
내용, 처벌: 동일함
대상: 모든 민간 언론 종사자도 대상에 포함. 현재 직접 당사자 뿐 아니라 법의 적용을 받는 친족까지 포함시키면 해당자가 1800만 명에 달한다는 추산
g.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검토로 현재 진행중
2015년 2월 24일
4) 입법, 스텝 바이 스텝
기준의 모호함
[홍지명] 부정청탁 금지와 금픔수수 금지가 있다. 어떤 것이 부정청탁이고 어떤 것이 정당한 청원 혹은 민원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법사위장) 이상민] 입법 형식이 네거티브든 포지티브든 좀 분명해야 한다. 형사처벌의 전제조건이 되는 요건이기 때문에 명확해야 한다. 부정청탁의 입법 형식이 일정 부분 이것은 부정청탁이다, 또는 이쪽은 부정청탁이 아니라고 그랬는데 상당히 혼란스럽다. 법률 전문가들이 봐도 혼란스러운데 일반 국민들은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홍지명] 기준이 혼란스럽고 애매모호하다. 법 적용 단계에서 자의적 해석이 염려된다.
[이상민] (원문) 저희들이 걱정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 그런 자의적인 법집행이 되고 형사처벌이 되면 한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형사처벌 문제가 거론되는데, 이게 왔다 갔다 하고 누가 봐도 불분명하면 결국은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경찰이나 검찰 또는 권익위원회가 자의적 행사를 할 수가 있고, 국민들 각 개인의 법적 생활이 안정되지가 않죠. 매우 불안정하죠. 그리고 누가 감시하고 있고요.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살아간다면 행복한 사회는 아니지 않습니까.
[KBS, 2015년 2월 9일] 이상민 의원 “김영란법 3대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이해충돌방지 부분 빨리 정무위에서 통과시켜야”
프로기:‘부정 청탁’ 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공직자 면책 요건’ 등 주요한 꼭지마다 혼란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기준 자체가 모호한 법이라고 보여집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월27일 3차 법안소위에서 공직자의 가족이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본인이 책임지고 반환 인도를 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공직자) 본인이 돈을 받은 것과 똑같은 형사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처음 열린 공청회에서는 "(가족의 수수한 금품을 반환하지 않더라도) 신고하면 면책되는 게 맞다"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에 김용태 의원이 즉각 "장난하느냐. 무슨 말이냐"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2014년 7월 17일] ’좋은 법'에 숨은 무시무시한 칼
과잉금지 + 연좌제
프로기:과하다와 과하지 않다, 필요하긴 하다와 반드시 해야 한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법사위는 김영란법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위헌성을 주장했는데요. 주요 논쟁점에 대해서 참여연대는 비판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간단하게라도 요약해서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섣불리 요약하기엔 왜곡되기가 쉬워보였습니다. 법률 전문지에 실린 기사이니 읽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로이슈, 2015년 2월 23일] 참여연대, 법사위 전문위원 ‘김영란법’ 위헌성 검토보고서 반박
사립학교, 언론 등 민간영역
지난해 5월 김영란법 관련 정무위 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사슴인지 말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국회의원 ‘나으리’들의 대화가 나온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언론 부분을 얘기하시지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논리적인 연장선상에서 보면 KBS, EBS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은 다 포함돼야 하는 게 아닌가.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 그럴 것 같은데요. 길게 논의하지 맙시다. 이상직 새정치연합 의원: 그래요. 강기정 의원: 종편이고 뭐고 전부. 인터넷 신문, 종이 신문도 넣고.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다 넣어야지. 이렇게 간단히 전 언론은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김기식 의원은 “언론사는 공공성(公共性)이 크므로 당연히 김영란법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동아일보, 2015년 2월 24일] [송평인 칼럼] 김영란 법안의 지록위마
돌출 발언의 스피커는 다름 아닌 이완구 총리 후보자였습니다. (…)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해봐…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중앙일보, 2015년 2월 13일] [이규연의 시시각각] 김영란법, 안 막아줘도 됩니다
프로기:좀 자극적인 인용이지만, 속기록과 녹취라는 점이 당황스럽지요. 김영란법의 무게감을 감안한다면 입법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이 경솔했다고 보여집니다. 입법이 그렇게 쉬운게 아닐텐데요.
실효성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이 상징성·형평성에만 치우쳐 입법화되면 자칫 실효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한을 2월 국회 처리로 한정하지 말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법사위 단계에서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부패·비리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김영란법이 기능을 다하기 위해선 한두 달 정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2015년 2월 9일] 김영란法, 상징성이냐 실효성이냐"… 딜레마 빠진 법사위
프로기: 실효성과 관련해서는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넓은 것도 중요한 문제이죠. 또한 면책이 될 수 있는 기준에 대해서도 일관된 입장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자진신고를 하면 면책인지, 자진신고와 함께 금품을 반납해야 면책인지요. 이에 대해서!
- '공직자 처제 10만원짜리 스카프 선물' 사례를 봤을 때 적용 범위와 기준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성보 권익위원장이 법안을 꼼꼼히 살피지 못하고 한 답변이다. 쉽게 말해 가족이 금품수수한 것을 공직자가 수수한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 공직자와 그 가족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시할 수 없는 경우, 즉 가족이 개인적인 이유로 금품을 받은 경우는 당연히 적용 대상이 안 된다. 법안 제8조 제3항 단서에서 "공직자 가족의 고유한 사회적 경제적 관계 등을 통해서 받는 금품 등"은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KBS, 2015년 1월 8일] 김영란이 말하는 ‘김영란法’
프로기: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의 해명이 있었지만, 현 권익위원장이 법안을 꼼꼼히 알지 못한다는 것도 지적받아야 마땅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드문 전화인터뷰이니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
5) 할까?
익명을 요구한 여당 의원은 "김영란법은 여당과 야당 간 정쟁에 밀려 처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법안이 가진 문제 탓에 못 한다고 봐야 맞다"고 토로했다.
[아시아경제, 2014년 7월 17일] '좋은 법'에 숨은 무시무시한 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24일 국회에서 주례회동을 갖고 김영란법 처리 등을 집중 논의했다. 주례회동에 참석한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여야가 2월 임시국회 내 법사위에서 처리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어제 공청회에서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듯이 법사위 내부에서도 수정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전날 김영란법 공청회에 참석한 6명의 진술인 가운데 5명은 법 적용대상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헤럴드경제, 2015년 2월 24일] 여야 원내지도부 “김영란법 2월국회 내 법사위 처리”
할 수는 있다던데
광주시가 김영란법과 맞먹는 고강도 부정부패 방지책을 내놨는데 2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무원을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지난 11일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한 공무원 직무 관련 고발 지침을 새로 만들고 '공무원 행동강령'도 개정했다. 2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의무적으로 사법기관에 고발하게 된다. 광주시 산하 모든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 각종 심의회에 참여하는 민간인들(주로 교수)이 대상이다.
[노컷뉴스, 2015년 1월 12일] '김영란법'의 과잉입법 논란…답은 '광주시'에 있다
프로기: ‘광주가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김영란법은 외국 입법 사례도 없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선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구역이 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편집인 코멘트
김영란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합니다. 그리고 처벌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시행됩니다. 만약 올 2월 국회본회의에서 통과가 된다면 2017년 봄부터 적게는 154만 명, 많게는 1800만 명이 법의 적용대상이 될 것입니다.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점이 많지만, 이 법이 실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청렴해질까요.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