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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Jul 23. 2015

명절 아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간읽기] 2014.9.11  명절증후군

1. 이슈 들어가기

가을밤은 깊어지고, 보름달은 익어간다. 지갑은 얇아졌지만, 마음만은 풍성하다. 추석을 알리는 일상의 변화들이다. 추석, 선물꾸러미를 한 아름 안은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고향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맛있는 음식이 끊임없이 밥상 앞에 놓이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

[뉴시스 9월 7일] “추석은 무슨…”, 명절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프로기: 행복한 추석스케치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화목함 속에서도 명절 스트레스를 다들 조금씩은 겪으셨을 텐데요. 뉴시스 9월 9일 자엔 “‘부부 명절 증후군’ … 명절이 혐오화 되는 풍속”라는 제목을 가진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혐오’라는 단어까지 쓰여야 할 정도인가 싶은데요. 명절에 ‘가족’이라며 주는 상처와 갈등에 대해서, 또 ‘가족’으로서 더 돈독해지고자 하는 고민을 하고자 합니다. 


기사를 준비하다 보니, 스위스는 크리스마스 후에 이혼율이 높아지고, 미국 등 서양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고 해요. 명절증후군은 범 국가적인 현상이었던 것입니다!


2. 이슈 디테일

명절증후군

‘명절증후군’이란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겪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 증세 등을 통칭해서 일컫는 말이다.

[정책브리핑 9월 8일] 피할 수 없는 ‘명절증후군’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명절을 준비하는 가족들은 명절을 전후로 불평등한 남녀차별이나 자아 상실감으로 인하여 신체적 자각증상, 즉 명절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중략) 명절이 현대사회 가족 내부의 갈등과 해체의 원인으로 가족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김순종(2014),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듣기만 해도 스트레thㅡ인 사례들

“어릴 적엔 그저 명절날 어머니와 고모님들이 만들어주시는 맛있는 명절 음식이 좋았죠. 오랜만에 보는 사촌들과 노는 것도 즐거웠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명절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져요. 친척분들이 자꾸 제 근황이나 취업·결혼·장래 계획까지 시시콜콜 따져 물으시는 게 부담스러워요. 농담이라도 사촌들과 자꾸 비교당하는 것도 싫고요.”


일이 끝난 뒤에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류 씨는 “정치·종교·사회적 관심사가 다른데도, 대화 도중 젊은 세대들에게 자꾸 어르신들의 의견만을 강요하며 동의를 요구하신다. 솔직히 제 의견을 말씀드리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저를 무작정 비난하시거나 억지로 설득하려고 하시는 바람에 더 힘이 든다.”며 명절이 끝나면 후유증으로 늘 몸살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정책브리핑 9월 8일] 피할 수 없는 ‘명절증후군’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프로기: 이 외에도 "이번 추석엔 어디부터 가지? 또 시댁부터 먼저 가나, 어떻게 친정부터 먼저 가나", "식구도 적은데 이걸 누가 다 먹어? 음식을 이렇게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부엌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vs "운전 때문에 피곤해"등 갈등이 잦게 일어나죠.  


명절 스트레스 기분 탓일까

명절 스트레스는 남성과 여성 모두 경험한다. E쇼핑몰은 25세~45세 기혼여성 고객 2180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 유무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에서 86%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보고하였다(국민일보, 2012.09.26). 맘스다이어리와 한국워킹맘연구소는 남편 5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응한 남편 중 90%가 “명절이 스트레스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중앙일보, 2013.02.09). (45쪽)

프로기: 연구자는 명절에 지내는 차례를 중심으로 가족가치관과 명절 인식, 그리고 명절 차례행동과 명절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자가 30세부터 50세 이상 기혼남녀 1,17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직접 실시하였는데요.  


전체적으로 명절 스트레스는 2.48점으로 중간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최근 대중매체들이 보도한 것처럼 명절 스트레스 수준은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다. (중략) 이와 같은 결과는 명절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은 명절 차례를 지내는 의식 그 자체가 아니라 명절 차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경제적인 문제, 가족·친척 간 갈등, 과도한 가사노동 등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163쪽)

김순종(2014),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2010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명절에 주로 일하는 사람’은 여자들(어머니, 딸, 며느리)(62.3%)이나 며느리들(32.7%)로, 남녀 모두(4.9%)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작년 통계청이 실시한 최근 5년 간의 이혼통계 조사에 의하면, 명절을 지낸 직후인 2월과 10월에, 직전 달보다 이혼 건수가 평균 11.5% 정도 증가한다고 하니,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사회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정책브리핑 9월 8일] 피할 수 없는 ‘명절증후군’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에 따르면 지난 9월 2∼4일 20·30대 청년 네티즌 238명을 대상으로 추석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추석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응답이 68.3%에 달했다. (중략) 귀성을 결심한 응답자 163명 중 46.4%는 고향에 2일 이하만 머물겠다고 밝혔고, 10%는 고향 집에서 한나절도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9월 5일] 삭막한 추석… 2030 세대 “기다려지지 않는다”

프로기: 종합하자면 명절로 스트레스를 받는 인구는 한국인의 상당수이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과대 해석된 부분이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혼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세대가 지날수록 명절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짜증만 내기 보다는 우리 가족 문화의 현재를 알고 개선해야 할 시기인 듯합니다.


현상 뒤의 맥락 읽기


ㄱ. 3~5 일자리 가부장제 문화 체험의 부작용: 시대가 변했다. 20~30대 젊은 부부들은 일도, 가사일도 분담한다. 남편들은 더 이상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문화에 익숙한 부모 세대와  함께하는 명절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부모와 자녀세대 간 간극은 잉꼬부부도 다투게 한다.

[머니투데이 9월 8일] 추석엔 잉꼬부부도 꼭 '이것' 때문에 싸운다

김종우 교수(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명절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핵가족으로 살던 주부들이 명절 기간 동안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대가족 체제를 경험하며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대의 여성은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더 큰 반발심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시댁과 갈등이 있거나 남편이 상대적으로 친정에 소홀하면 긴장과 분노, 좌절감 등의 불쾌한 감정은 더욱 커지고 스트레스가 가중돼 우울증 증세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9월 8일] ‘고맙다, 수고했다’ 말 한마디… 명절 스트레스에 명약


ㄴ. 잘 모르는 + 종적 관계의 덕담:  한국 사회에서의 간섭이 이루어지는 프로세스를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권력의 비대칭(the bias of power)’이 철저히 작용한다. 즉 이 과정에 공평한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간섭이 진정으로 ‘순수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참견’이라면, 아랫사람도 윗사람의 일에 참견할 수 있어야 정상이다. 그리고 아무리 윗사람일지라도 아랫사람의 말이 끝날 때까지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한국 사회에서 윗사람의 간섭에 아랫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 저항감이 생기는 건 이 간섭들이 그 순간의  말뿐이고 스트레스만  줄뿐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 간섭을 하는 방식 또한 세련되지 못하고 매우 거칠기 때문이다.

[미디어워치 2월 1일] 명절 스트레스의 주범- 지나친 간섭, 애정인가 질병인가


ㄷ. 어색해진 우리 사이에: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명절 전에는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유사한 사람과 어울리다가 명절을 계기로 문화적으로 계층적으로 이질적인 친척들과 어울려야 하면서 대화의 소재나 관심사를 나누기 어려운 어색한 시간이 보내는 불편감을 겪어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9월 8일] 추석에 나타나는 명절증후군, 극복 방법은

프로기: 또한 예부터 명절에는 어르신들로부터 덕담을 듣곤 하는데요. 예전에는 대가족 문화 안에서 서로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중에, 명절을 빌어 평소에는 하기 어려웠던 조언을 건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척이라도 일 년에 두어 번 보는 사이가 되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조언과 덕담이 곧 섣부른 말 실수가 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지혜를 담은 덕담 자체가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간과해서 생기는 갈등으로 보입니다. 


스트레스를 피해 돌아가는 방법

김 교수는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해주고 서로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맙다', '수고했다'는 진심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가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가장 큰 명약"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9월 8일] ‘고맙다, 수고했다’ 말 한마디… 명절 스트레스에 명약

프로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사에서 나름대로 방안을 내어놓았는데요. 기사가 길어 정리해보자면!

● 다 같이 즐기는 놀이문화: 또래 끼리는 함께 즐기는 게임을 하며, 어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정치/시사보다는 예능/오락 TV 시청을 하며 담소를 나눈다.

● 소지품 챙기기: 돈이나 개인의 소중한 물건 같은 건 스스로 잘 보관해서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도록 신경을 써둔다.

[정책브리핑 9월 8일] 피할 수 없는 ‘명절증후군’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 찜질방 심리치료: 설거지나 쉬운 가사일은 남자 형제들끼리 해결하고, 어른들께 형제들끼리 의논한 결과라고 말씀드린다. 고생한 여자들을 찜질방에서 몇 시간 쉬게 보내주면, 수다와 사우나에  피로도 금세 풀려 더 낫다.

● 가족이 발급한 ‘휴가증’: ‘그동안 가족을 위해 수고한 님은 쉴 수 있는 자격이 있으므로 5일간의 휴가를 명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휴가증을 남편에게 발급해준다. 우스워 보이지만, 분석심리학자 칼 융도 인간은 상징을 가질수록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이병준 <가족의 재탄생> 중, ‘멍절’아닌 ‘명절’로, ‘절명’아닌 ‘즐명’으로  (링크 X)

● 공감의 화술: 추궁하는 듯한 화법 말고, 상대방의 감정이나 느낌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윗사람은 “내가 거기서 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가 아니라 “어이구, 얼마나 아프겠니?”의 공감을 해주어야 한다.

[미디어워치 2월 1일] 명절 스트레스의 주범- 지나친 간섭, 애정인가 질병인가

● 감정을 직접 표현: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 자기가 느낀 감정만을 표현하는 것이 낫다. 속상한 점이든 고마운 점이든 남의 말을 빌리거나, 다른 케이스를 예를 들거나, 빈말을 하지 말고.

[일요신문 9월 7일]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 ‘남편도 괴롭다’

● 2인칭보다 1인칭: ‘너는 ~했니’. ‘너는 언제 할 거니’보다 ‘나는 너가  ~할지 알고 싶다.’, ‘나는 너가 ~할 건지 궁금하다.’등의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2인칭은 듣는 입자엥서 비교당하고 강요당하는 느낌을 준다.

[머니투데이 9월 9일] 추석 친척간 다툼, 근원을 뿌리째 뽑는 방법은


3. 필자 코멘트

프로기: 각 나라마다 명절이 갖는 의미와 특색은 계승되기에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가족 가치를 내세워서 불편하고 부당한 상황을 덮고 넘어가는 태도는 지양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쏟아져 내리는 부정적인 기사가 저는 피곤했는데요. 명절 갈등을 무작정 싫어하기 보다는, 배경을 알아 보고, 그러면 이해가 되고, 더해서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친척을 포함한 가족은 친구나 지인과는 다른 유대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100명이 넘는 대가족의 외가를 갖고 있어서 갖가지의 가족 모습을 보고 자랐는데요. 이름조차 아리송한 친척이어도, 가족이기에 소중하고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충분히 치이고 지치는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본 가족들만큼은 서로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사이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명절 내 피로하셨던 독자분이 있다면, 기사 읽고 ‘내가 그래서 짜증이 났구나’  위로받는 기사였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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