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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Jul 23. 2015

프란치스코 교황이 꺼내 든 가치

[행간읽기] 2014.08.21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1. 이슈 들어가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돌아간 첫 날 조카 일가족의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비종교인이지만 따듯한 위로와 희망을 불어넣어준 분인 만큼,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야기가 세상에 유익한 이유는 그 안에서 저마다 가치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든 해악 하거나 무익한 이야기는 있을 수가 없대요. 제겐 이번 교황의 방한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했고, 그 이야기가 저마다 안에 갖고 있던 가치를  한두 가지쯤은 꺼내어 생각해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제겐 낮은 자리, 청년, 희망의 역할, 가난의 소외 등의 주제들이 떠올랐는데요. 방한의 갈무리(?)로 저마다 느낌을 정리해보실 수 있다면 보람찰 것 같습니다. : ) 


2. 이슈 디테일


(1) 어록 타임라인 + 코멘트

프로기: ‘프란치스코 교황 어록’이 매일 기삿머리가 되었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한 문장, 한 단어가 압축적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게다가 진정성과 공감도 담겨 있었죠. 곱씹어보게 되던 문장들을 시간 순서대로 한 데 모았습니다.


14일 서울공항 도착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14일 공항에 영접 나온 환영단과 인사를 나누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14일 청와대

14일 주교회의

15일 성모승천대축일미사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

    “이 세상에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정신적인 사막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절망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느냐”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한국을 찾은 바티칸 출입기자들은 “수위가 높은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 매체인 CIC의 요하네스 쉬델코 기자는 “교황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드는 현대의 경제에 비판적 시각을 가졌고 ‘죽음의 문화’란 표현을 자주 쓴다”며 “그렇지만 맞서 싸우거나 거부하란 표현은 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현실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설명을 듣자 미국의 가톨릭 전문 통신사 겸 방송사인 CNA·EWTN의 뉴스 프로듀서인 앤디 홀든은 “이제야 교황의 발언이 이해가 된다”며 “교황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 “젊은이여, 결코 희망 뺏기지 말라”]


15일 솔뫼성지 아시아 청년과의 만남

    "그리스도께서는 일어나 깨어있으라고, 또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여러분을 부르고 계신다” "뿐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아가 다른 이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라고 초청하고 계신다"

:    교황은 “세상 밖으로 나아가 다른 이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라”며 공공선에 대한 투신을 강조했다. 이는 사회 구성원 전체를 향한 말임과 동시에, 특히 기득권화 되는 종교에 대한 아픈 비판이기도 하다. 기독교도이면서 한국 개신교회의 문제점을 비판한 다큐 <쿼바디스>의 감독 김재환 씨는 “한마디로 부러웠다. 교황은 교회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돈보다 생명’이라고 깔끔하게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기 전 지금 적잖은 교회는 먼저 예수님을 떠났다. 고통받는 자의 눈물을 외면하고 탐욕에 휘둘리는 몇몇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고 명확히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8월 19일, 조정래 “교황, 정치인들에 각성의 따귀”]


16일 순교자 시복미사

    "순교자들의 모범은 막대한 부요(부유함)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   시복은 가톨릭 교회가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포해 공경의 대상으로 추앙케 하는 의식으로 교황이 순교자의 땅에 와서 직접 시복 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번에 복자에 오른 이들은 제사를 거부해 참수형을 당한 윤지충을 비롯해 한글 교리를 통해 평등사상을 전파한 정약종 그리고 12살 어린 나이에 순교한 이봉금 등 조선 조정의 천주교 박해로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미국의 소리 8월 20일, 교황 “순교자, 평화 인간가치 수호에 이바지”]


16일 꽃동네 장애인들과의 만남

프로기: 꽃동네에서 한 아이가 손가락을 빨자 교황이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넣어주었다는 기사가 많았었는데요. 실은 그 아이가 꽃동네에서 입양을 앞두고 있어 엄마 젖에 대한 그리움에 손가락을 빨고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좀 호들갑이라고 생각했는데, 뒷 이야길 듣고 마음이 짠했어요..)

한 편에서는 이런 소식도 있었습니다. 조금의 주목도 받지 못한 사안인 것 같아요. 완벽한 교황의 방문 현장을 만들기 위해, 윗 사람을 모시려는 한국의 오바스러움이 또 드러나지 않았나 싶네요. 

지난 13일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들은 교황 방한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우일 주교와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시위를 시작하기도 전에 명동성당 직원과 경찰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박 대표는 휠체어와 분리된 채  온몸이 들려 끌려 나오던 중 허리가 꺾여, 119에 의해 서울대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습니다.

[장애인신문 8월 19일, 꽃동네 방문 반대, 단식농성 시도 폭력 진압]


16일 수도자들과의 만남

16일 평신도 사도직 대표들과의 만남

17일 해미성지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17일 해미읍성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성덕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들은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와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본성적인 낙관주의를 그리스도교적인 희망으로, 여러분의 에너지를 윤리적인 덕으로, 여러분의 선의를 자신을 희생하는 순수한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시도록 여러분을 맡기라”


18일 명동성당 종교지도자와의 만남/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

[위키트리 8월 16일, 교황 방한 1~2일 차 어록들]

[위키트리 8월 19일, 교황 방한 3~5일 차 어록들]

[SBS 8월 17일, 교황 “젊은이여 깨어있으라! 잠든 사람은 춤출 수 없다" 

[조선일보 8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 , '한민족 화해' 위한 마지막 미사…"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프로기: 한국일보에서는 ‘Papa 프란치스코 따라잡기’라는 코너로 행사 진행 전 과정과 교황 강론 전문을 실어놓은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소개해드립니다.

[한국일보 Papa 프란치스코 따라잡기]


(2) 후폭풍

교황의 방한 의미를 볼 수 있는 것은 주제뿐 아니라 방한 기념 로고에서도 드러난다. 방한 주제에 따라 불꽃과 배 모양으로 이뤄진 로고는 파도처럼 일어나 불꽃처럼 세상을 비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역동적으로 타오르는 불꽃의 빨간색과 파란색은 분단국가인 남북을 상징하는 것으로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의미를 담고 있다. 불꽃이 서로 화합하며 어우러짐은 남과 북의 평화와 일치를 기원한다.


이밖에 파도와 칼날 모양의 배는 한국 교회가 순교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교회라는 것을 의미하며, 연한 파란색 배는 바다와 같이 넓은 하느님의 자비가 파도처럼 일어나 분열과 절망에 있는 곳에 일치와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기를 기원하는 뜻이다.

[CBS 8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진짜 의미는?]


교황이 설파하고 실천한 가치들이 긴 여운으로 남으리라는 것에 반기를 들기는 힘들 것이다. 그의 언행은 한국이 얼마나 기본을 잃어버린 사회인가를 일깨웠다. 화제가 된 ‘어록’은 특별히 어렵거나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탈권위적이라 칭송받은 행동들도 자유로운 인간 본연의 자세다. 마음을 열고 여유와 공감력을 지닌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중략) 기획된 포퓰리즘과 남미적 좌파 성향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를 현대에 맞게 고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마라’는 말”이라는 한 마디가 경제적 불편을 넘어 어려움을 겪어 본 많은 이들의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사실이다. (중략) ‘신의 대리자’ 교황이 남기고 간 것은 인간됨의 자세와 가치다. 왜 서구 선진국에서는 쇠퇴한 가톨릭의 수장에게 비신자들까지도 감동하게 됐는지를 위정자 들는 물론, 사회 각 구성원들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뉴시스 8월 19일, 쇠퇴한 가톨릭의 수장 교황, 그런데 왜 비신자들까지 감동했나]


이번 교황 방한 의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규만 주교: “다른 사람이 바뀌기 바라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가 교황에게 뭘 배웠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생각해야 하지 않나 한다. 나 자신에게도 교황이 좋은 모델이 됐다.”

강우일 주교: “이번 방문은 우리 모두를 향해서 ‘평화의 일꾼이 돼라’고 촉구하는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게 아니고 정의의 결과라고 말씀했다. 평화의 기본 바탕을 만들라는 광범위한 소명을 우리에게 준 방문이었다고 본다.”

교황이 출국하며 특별히 남긴 메시지가 있나?

강우일 주교: “간곡하게 ‘날 위해 기도해달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 난다.”

[한국일보 8월 18일, 평화의 일꾼이 돼라’고 촉구하는]


3. 편집인 코멘트

프로기: 의미와 상징으로 가득한 이번 방한은 마음에 짙은 흔적을 남겼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특히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라는 말이 인상 깊은데요. 비정치적인 자세로 인간에게 연민을 품을 필요가 있지요. ‘힐링’타령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음이 편해진 건 사시종교, 정파, 나라를 떠나서 되뇌어 볼만한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해진 건 사실입니다. 교황의 후폭풍을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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