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읽기] 2015.04.29 성완종 리스트
기사에 앞서서, 네팔 대지진으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기립니다.
1. 이슈 들어가기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정계와 재계가 비상이었습니다. 여론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반면에, 언론과 정계에서는 연일 폭로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오늘 기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조선/중앙/동아/경향/한겨레/한국 6종 신문의 4월 27일 월요일 보도 방식에 대한 비교입니다.
2. 이슈 디테일
1) 경향신문
사설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여권 실세들 중에는 ‘구속은 커녕 소환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경향신문 인터뷰 음성파일과 ‘8인 리스트’가 적힌 메모가 실재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말하는 ‘수사 논리’가 어떤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선 현금으로 돈이 오고가기 때문에 물증을 찾기 힘들고,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에서 검찰 조사를 강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와 같은 지적들을 하였습니다.
[경향신문, 2015년 4월 27일] ‘검찰, 은닉된 ‘성원종 다이어리’ 일부 확보’
[경향신문, 2015년 4월 27일] 사설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 2주 동안 뭘 했나
프로기: ‘성완종 리스트’의 시발점이 되었던 경향신문이죠. 현실적으로 이번 검찰 조사가 쉽게 진행되기는 어렵겠죠. 그렇기 때문에 강도 높은 비판이 과연 유용할까 회의감도 듭니다. 그렇지만 경향 외에도 6종 신문 모두가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혹은 회의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 동아일보
‘성완종 다이어리’를 물론 다뤘고, 2013년에 금감원이 갑작스럽게 대출심사제도에 은행장이 여신위 집단을 대신하게 하는 개편이 추진되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편 1면과 5~6면을 할애해서 ‘녹음 일상화’에 대한 비판을 다뤘는데요. 성회장 사건이 한국 사회의 ‘녹취 중독’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합니다. ‘성완종 게이트’ 주요 국면에 등장한 녹취파일만 4건, 계약관계나 부부갈등서도 녹음이 일상화 된 점을 불신 사회라고 하였습니다.
“성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건넨 1억원의 전달자로 지목한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6일 자신의 병실로 찾아온 성 회장의 발언을 녹취했다. 윤 전 부사장은 또 홍 지사 측에서 “보좌관에게 준 걸로 하자”고 제안한 얘기도 녹취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2015년 4월 26일] 대한민국은 녹음중
[동아일보, 2015년 4월 26일] 불신이 부른 물증 집착… “감시 당연시하는 인식 바꿔야”
프로기: 지적한대로 녹음이 가히 ‘생활화’되면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통해서 녹음하는 행위를 반성하자는 취지에는 공감이 잘 되지 않습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녹음 파일조차 없었더라면 수사가 진행되었을까요. 더욱이 기사 1면과 5~6면을 할애할 만한 내용은 아니지 않을까요. 녹음과 불신사회를 비판하기 이전에, 부도덕한 정계와 재계를 심도 있게 비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동아에서 부재했던 정계, 재계에 대한 비판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다뤘더군요. 부정부패 척결 취지를 이어가는 걸까요.
3)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홍문종의 재산 증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단독 보도로, 가장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현 정부 실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현금성 자산이 2012년 3억원, 2013년 5억원 등 2년에 걸쳐 8억원이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3억원은 출처가 불분명해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빚이 100억에 달하는데 그 가운데서 예금은 늘었고, 건물을 매각한 돈 13억도 그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일보, 2015년 4월 26일] ‘성 리스트’ 홍문종 수상한 재산 증가
4) 조선일보
사실상 사업체를 보유하거나 운영하면서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여러 의원들의 사례를 지적했는데요. 익명으로 다뤘지만, 순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 A의원, 항공사 실제 소유주인 B의원, 건설과 물류업을 하면서 상임위인 국토위에서 활동한 D의원, 회사 주식을 대량 보유한 채로 관련 업무를 보는 의원 7명 등을 지적했습니다. 에이치앤철강의 주연승 의원은 실명까지 거론되면서 매출이 15배 이상 늘어난 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이스타항공그룹 회장 출신인 이상직 의원이 국회에서 이스타항공에 유리한 새만금/군산 공항 지원 요구 발언이 많다는 점도 보도했습니다. 구석 기사였지만, 의원 후원금 중 고액기부 77%가 직업이나 주소가 모호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인적 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하더라도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처럼 직업 불명의 후원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2015년 4월 26일] 금배지 달았던 3년새 회사 순익 15배로
[조선일보, 2015년 4월 26일] 이상직 (이스타항공그룹 회장 출신) 국회서 새만금/ 군산공하 지원 요구 발언 많아
[조선일보, 2015년 4월 26일] 의원 후원금 고액기부 77%가 직업 주소 모호
프로기: 사견이지만, 조선일보의 취재력이나 정보력이 타 매체에 비해 강하다는 점이 느껴지는 보도였습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시작되었지만, 정계와 재계에 만연한 돈놀이. 당분간 이와 같은 의혹 보도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고 성완종 회장과 노무현 정권과의 결탁 관계를 비중을 크게 두어 조명했습니다.
(조선일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의혹은, MB가 당선자 신분으로 인수위를 꾸릴 때 +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인수위 핵심 권력일 때+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탁 의혹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요청으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이 사면될 때 함께 성 전회장이 사면 받았다. 는 4가지 이유입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의혹은 성 회장이 11월 23일 상고를 포기했다면 이미 사면 확정이었을 것 +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친구’ 강금원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이유들입니다. 그런데 양측 모두 비난 공세만 퍼붓고 있고 아무런 물증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 2015년 4월 26일] 노건평 강금원 이상득 원세훈 이름까지... 성, 여야에 다 청탁한 듯
5) 중앙일보
4면에서 ‘성완종 특별사면 공방’으로 한 면 전체를 할애했습니다. “2007년 말 정권 이양기, 이상득 노건평 형님라인 있었다”는 기사 제목으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이 각각 성 회장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중앙일보, 2015년 4월 26일] “2007년 말 정권이양기, 이상득 노건평 형님라인 있었다”
프로기: 고루고루 다룬 것 같지만 기사를 읽어보면 대체로 ‘노무현 정권’과의 결탁을 의심하는 주장과 그에 대한 해명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조선과 중앙의 프레임이 조금 더 노무현 정권을 의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한겨레는 MB 정권을 겨냥한 단독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6) 한겨레
‘MB 정권 특혜 의혹’ 전정도 씨가 포스코플랙텍의 자금 1000억원을 이용했다는 보도입니다. 전 회장은 2010년 경영난을 겪던 성진지오텍 주식을 포스코에 비싼 값에 넘기고, 반대로 산업은행에선 회사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는 ‘이중 특혜’를 받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겨, ‘엠비(MB)정권 실세개입’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2013~2014년 자금을 인출해서 전 회장이 자신의 개인적 사용을 했는데요. 전 회장은 이를 시인하고 수개월 안에 모두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포스코와 포스코플랜텍은 담보제공도 없이 말만으로 이를 믿을 수는 없겠다며 고소 고발을 결정했습니다.
[한겨레, 2015년 4월 26일] ‘MB정권 특혜 의혹’ 전정도, 포스코플랜텍 자금 1000억 유용
프로기: 그런데 조선, 중앙, 한겨레에서 다룬 성완종 회장의 ‘특별사면’이나 ‘전정도 회장의 MB 정권 특혜’는 지금 쟁점이 되는 이슈에서 초점이 빗나간 듯 합니다. 현 시점에서5~8년 전에 ‘누가 그랬니’는 좌우 편가르기, 아니면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 생각합니다.
공통분모 : 대통령 비판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한국의 공통 분모가 딱 하나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6종 신문은 모두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회피,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입장 표명, 유체이탈 화법, 낡은 수첩 인사, 외교 감각의 부재 등을 지적했습니다.
3. 편집인 코멘트
실세가 포함된 이 문제. 어디까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수 있을까요?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