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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Oct 11. 2015

국민연금을 보는 네 시각

 [행간읽기] 2015.05.12 연금개혁, 국민연금 개혁

1. 이슈 들어가기 

길 여기저기 플랜카드가 보입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개혁. 오늘은 경향, 한겨레, 중앙, 조선의 5월 12일 자 기사가 '국민연금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갈등 관계에 청와대, 문 장관, 새정련, 새누리 네 입장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네 시각'으로 제목을! 


2. 이슈 디테일

프로기: 청와대, 문 장관(복지부), 새정련, 새누리로 입장을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a. 등장인물 간의 갈등

청와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릴 경우 미래세대가 1702조 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 보험료를 두 배 인상해야 한다. “월권”, “세금폭탄”, “세대 간 갈등”, “보험료 두 배”등 거친 용어를 쓰는 중.

새정련: 청와대의 주장은 ‘공포 마케팅’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1.01%만 올려도 소득대체율(재직기간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연금 수령액 비율)을 50%로 인상할 수 있다. 현행 보험료율(9%)을 유지해도 어차피 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이다. 소득대체율 올리는 경우만 고갈되는 것처럼 부풀려 말하고 있다. 

문 장관: 소득대체율 50%를 시행하면 국민연금 기금이 2060년 고갈을 밝혀라. 새정련은 은폐 마케팅이다. ‘기금 고갈 상황’을 목표로 삼을 수는 없다. 소득대체율을 높이지 않으면 2100년 이후 기금 고갈이 된다. 다만, 의도치 않은 혼란을 준 것은 미안하다(보험료 인상 소신 → ‘2배 폭탄론’ → 다시 ‘3.5~4% 인상안’ → 청와대 ‘폭탄론’에 동의: 입장 바꿔옴).

새누리: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통과시키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명기하지 않고 국회 규칙을 만들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로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를 미뤄서 안 된다. 


a-2. ‘5•2 합의문'

공무원들의 연금 기여율(보험료율)은 5년에 걸쳐 7%에서 9%로 올리고, 연금 수령액(재직 중 평균 월급여 X지급률 X 재직연수) 계산 시의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1.9%에서 1.7%로 내리기로 했으나 국민연금과 관련해선 “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는 실무기구의 합의를  ‘존중한다’고만되어 있습니다. 


b. 입장 차이

프로기: 국민연금을 둘러싼 입장입니다. 각 신문사마다 어떤 점을 눈여겨 볼만한지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b-1. 중앙일보: 1면에서 기사로 다뤘지만, 1면의 메인은 북한의 SLBM 발사였습니다. 관련 기사는 두 개뿐이고, 간략한 소개에 그쳤습니다. 뒤에 사설/칼럼 란에도 ‘국민연금’을 주제로 한 것은 없었습니다. 

여당이 야당에 대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로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를 미뤄서 안 된다’고 질타하고 있다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또한 문 장관의 사진 캡션에 “더 강하게 반대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문 장관이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2015년 5월 12일] “국민연금 50% 명시 못한다” 새누리당 확정

[중앙일보, 2015년 5월 12일] 야당 “보험료 2배 공포 조성” 문형표 “기금 고갈은 막아야”

프로기: 중앙일보가 전달한 여당의 입장에 관해, 한겨레에서 보충 설명을 볼 수 있었는데요.


b-2. 한겨레: 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50% 명기 거부’ 방침을 정한 것이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공무원연금 개편 무산 책임론이 야당을 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인터뷰 마무리에 “5 월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프로기: 한겨레는 현재 국민연금 기금 사용처에 대한 기사를 오히려 더 자세히 분석해 내놓았습니다. (직접 인용과 요약이 섞여 있습니다.)


"‘기금이 소진되면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에 편승해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를 계속 불려왔다.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성에 일정한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기금 적립 자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만, 필요 이상의 적립금은 되레 국가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연금 전문가의 지적도 많다. 


11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현황’자료를 봤다. 국민연금 기금 482조 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35%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연금 가입자한테 얻은 보험료를 오랜 기간 쌓아놓은 뒤 이를 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나라도 많지 않지만, 국내총샌상 대비 30%가 넘는 공적연금 기금을 보유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58.9%가 국공채로 31.1%가 주식으로 쓰이고 있다. 국공채도 언젠가는 세금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거대 기금’을 운영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위험하다.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적립한 기금의 20%를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할수록, 시장의 왜곡 가능성도 커진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주식이 주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연금 기금이 정부와 자본에 유리한 쪽으로 쓰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기금 고갈 공포를 조장하는 ‘숨은 목적’도 있다. 거의 모든 역대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을 ‘정책 기금’으로 활용하고자 욕망했던 점을 짚어볼 만하다. 현 정부도 이 방안을 검토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었다."

[한겨레, 2015년 5월 12일] 새누리 “50% 명기 안돼” 당론  채택.... 새정치 “합의 파기” 반발

[한겨레, 2015년 5월 12일] 적립금을 쌓고 또 쌓고...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정부 정책기금 활용 눈독 

[한겨레, 2015년 5월 12일] 정부, 연금운용 맡을 공사 설립 추진 “위험성 커지고 경제부처 입김 우려”

[한겨레, 2015년 5월 12일] 당-청 충돌 피했으나, 골 더 파였다 

프로기: 한겨레에서 ‘국민연금 기금’ 사용에 관한 기사 옆에 ‘연금운용을 맡을 공사 설립’에 관한 기사도 내놓았습니다. 이 한 페이지를 보면, ‘현재 기금 운영도 못 믿겠는데, 공기업을 하나 더 만들겠다고? 이런.’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한편, 조선일보는 주로 공무원연금 안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뤘습니다. 유일하게 1면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기사는 아예 싣지 않기도 했습니다. 


b-3.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분석과 현 상황에 대한 해석을 자세히 다루진 않았습니다. 기사가 2개였는데요. 하나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8년 전에 소득대체율을 ’40%로 인하’하자는 안을 내놨다고 조명했습니다. 이종걸 대표는 법안 발의 당시에 정치권에선 기초노령연금을 2018년까지 10% 올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연금을 합쳐 50%의 소득대체 효과를 내도록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한 가지 소소한 재미는, 중앙일보에서 ‘좀 더 강하지 반대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인용했던 맥락을 읽을 수 있었던 점입니다. 새정련 쪽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 기구에 정부대표가 참여했는데, 소득대체율 50%를 반대했다면 합의를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그 당시에 “좀 더 강하게 반대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대답한 것이었습니다. 덜 자극적인 맥락이었던 셈입니다. 

[조선일보, 2015년 5월 12일]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요구하는 이종걸, 8년 전에 ’40% 로 인하’안 내놔

[조선일보, 2015년 5월 12일] 野 "1702兆 세금폭탄은 공포 마케팅"… 文복지 "野, 부작용 숨긴 은폐 마케팅"

프로기: 한편, 경향에선 가장 자세하고도 중요하게 ‘국민연금’ 문제를 다뤘습니다.


b-4. 경향신문: 먼저 청와대의 간섭에 대해선 한겨레와 같이 비판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경향은 새누리당의 결정은 ‘선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 후 국민연금 사회적 논의’라는 청와대 입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 “새누리당 최고위의 방침은 새누리당이 ‘청와대 2중대’임을 자인한 꼴이자, 야당 원내대표와 진지한 협상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에선 다루지 않았던 관점인데요. 


김무성 최고위원이 “이번 개혁은 여러 상황이 어렵고 시간도 촉박했다. 그럼에도 국회 주도 아래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성공시킨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한 점을 들어 여야 합의문의 의의를 강조하며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청와대 지적을 우회 비판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유승민 대표가 “국민연금 문제는 이대로 가도 2060년에 연금기금이 고갈된다. 소득대체율 높/안높 논의 전에 어떤 정부든 국민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은 여야 막론하고 인정해야”한다고 밝힌 점은 청와대가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인상안을 “추후에 논의하자”며 논의 자체를 미룬 점을 겨냥했다는 관점입니다. 


여야 합의에 있는 문제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입장을 내세우면서 새누리당의 입장이 옹색해졌다는 것입니다. 


한편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기고한 칼럼에선 “1702조 원은 세금이 아닌 보험료로 충당하는 게 사회 보험으로서의 국민연금 원리에 맞다” 며 “청와대 주장은 세금폭탄론을 퍼트리려는 악의적인 것이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강한 비판을 싣기도 했습니다. “연금액 지급에 필요한 재원의 절반 정도가 투자 수익금에서 발생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청와대가 소득대체율 인상 시 추가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보험료로만 충당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건 국민연금 제도의 ABC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정부 “야 은폐마케팅” 야당 “노인들 도적 돼”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여, 청 가이드라인 맞춰 “50% 수치 명시는 불가”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대통령 정쟁행위 멈춰라” 야’1702조 뻥튀기’ 맹공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김무성 “대타협” 유승민 “연금개혁 필요” 소심한 반박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청 ‘세금폭탄’ 주장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총대 멘 문형표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연금 논쟁은 ‘복지 대 성장’ 총선•대선 전초전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칼럼) “연금 재원 절반 투자수익으로 충당 가능 ‘1702조 세금폭탄론’ 기초도 모르는 소리”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칼럼) ’공포 마케팅’

[경향신문, 2015년 5월 12일] (시론) 연금의 진실, 노후소득보장 

프로기: 기사 수가 어마어마하죠.


c. 갈무리

중앙: 기사를 간단하게 다루면서 현재 갈등은 간명하게 보여줬지만, 생략한 내용이 많아서 다른 언론에 비해서 이 문제를 명확하게 아는데 큰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5.2 합의문을 설명해준 정도! 

조선: 박근혜 대통령의 강원도 플랜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공무원 연금’ 위주의 보도였습니다. 이에 국민연금에 대한 입장은 중앙과 마찬가지로 간명하되 깊이 있게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종걸 원내대표 과거를 들춰서 비난한 점. 

경향: 가장 많은 기사를 내고 칼럼도 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국민연금’ 그 자체와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조였습니다. 무능한 혹은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여당의 느낌을 받게 하는 기사들.

한겨레: 국민연금의 운용에 대한 비판 기사가 돋보였습니다. 현재 갈등에 대해서 전후 맥락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4 매체 중에서 홍준표 지사의 해명에 관해 가장 많이 다뤘던.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1분 안에 쏟아내는 말만 해도 A4 한 페이지 정도 될 겁니다. 그 많은 말들을 짧은 기사 안에 인용을 하는데요. 수많은 말 중에 무엇을 편집해 인용하고 해석할 것인지는 기자마다, 데스크마다, 신문사마다 다릅니다. 기자의 권한인 셈이고 또 기자의 책임인 부분이죠! 이번에도 여러 번, 어떤 발언의 앞뒤 맥락을 한 신문 안에서 찾은 게 아니라, 다른 신문을 이어 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지속되는 ‘국민연금’ 논란은 이제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복지 대 성장’의 갈등입니다. 저는.... 종종  ‘아, 이걸 정치적 도구로 싸우는 걸 보면 진짜 급한 문젠 아닌가보다.’싶은 허탈감도 들더군요. 하하. 


경향과 한겨레가 파고드는 보도를 하고, 중앙과 조선에서 중요한 이슈임에도 크게 다루지 않은 점을 눈여겨 보았는데요. 전반적으로 5월 2일 합의를 만든 이후에 새누리당이 결정을 번복한 입장이고, 여러모로 청와대의 입김에 대해서도 불편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마 상대적으로 보수 신문이 이 문제를 작게 다루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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