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간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기 Oct 11. 2015

말문이 막히다니

[행간읽기] 2015.06.26 통신비밀보호법, SNS감청법

1. 이슈 들어가기 

오늘은 통신비밀보호법, 일명 SNS감청법에 대해서 입니다. 새누리당에서 세계최초로 발의한 법안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세계최초인지 살펴봅니다. 


통신보호비밀법 개정 발의안 내용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6월 1일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범죄수사 및 국가안전보장을 목적으로 경찰+검찰+국정원 등 수사기관을 감청을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이 감청을 위하 사업자들(전화, 인터넷, SNS등 아우르는 통신사들)은 감청설비를 의무 설치해야 합니다. 이 법안은 △수사기관에 대한 엄격한 감청 허용범위 적용 △수사기관을 제외한 주체의 감청 금지 및 처벌 △오남용 방지를 위한 '감시위원회' 설치 등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2. 이슈 디테일

감청, 이제 법적으로 해야지 

감청 주장1) “상당수의 감청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살인 등 강력 사건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휴대전화 등에 대한 감청 실패는 단순히 수사기관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국가안보 수호 및 국민의 생명보호에 치명적인 위협요소”

감청 주장2) “적법 절차에 따른 감청일지라도 개인 사생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기관의 과거와 같은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차단하고 합법적 휴대폰 감청을 보장해 주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법안 대표 발의자 박민식 의원) "최근 야당 소속 단체장들은 국민안전을 명분으로 메르스와 관련한 당사자의 정보를 공개했다"며 "그 논리대로라면 살인·성범죄·강도 등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강력범죄 발생을 예방하고, 수사하기 위해 통비법을 개정하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미디어스, 6월 2일] 새누리당, 세계최초 ‘SNS감청법’ 발의 ‘감청 합법화하자’

프로기: 즉 합법적으로 감청을 할 수 있 수 있으려면 법이 필요하고, 각종 수사에서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죠. 그렇지만... 전 아주 주관적으로, 메르스 정보 공개한 것과 SNS 감청 허용이 같은 맥락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설득력을 못 느꼈습니다. 


앞서 이 법안 발의가 세계 최초라고 말씀드렸죠. 그만큼 이 법안을 지지할 선례도, 관련 자례도 드뭅니다. 다만 이에 반대되는 사례가 지난 몇 년간 자주 이슈가 되었었죠. 


사이버 감청? 위험해 안 돼. 

안 돼! 사례1] 다음카카오 감청과 사이버 망명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틀뒤 검찰은 ‘사이버 명예훼손 형사처벌 강화’를 말하고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을 신설했습니다. 정진우 당시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친구 2368명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줘 질타를 받았지요.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카카오톡 감청 사건’과 그에 대한 불응, 사이버 망명 사태, 비밀채팅 개설 등이 벌어졌었죠. 

[(블로그)블로터, 12월 19일] ‘카카오톡’ 감청 논란 


다음카카오 사태의 교훈) 특히 여기에는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감청 불응사태 때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감청의 법적·기술적 정의를 두고 현행 통비법에 의문을 제기한 내용이 반영돼 있다. 당시 다음카카오 측은 “통비법상 감청은 송신 또는 수신 중인 전기통신 행위가 대상이므로 송·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내용을 청취하거나 읽는 행위는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12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카톡 내용을 모아서 제공하는 것은 ‘실시간’을 바탕으로 하는 감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감청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논리로 대응했던 것이다. 통신사업자의 사업장에 감청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면 이런 논란을 비켜갈 수 있다.

[경향신문, 6월 20일] 마스크 쓴 김에 입도 다물어 

(한국 내 통신보호비밀법과 관련한 내용은, 이 기사의 일독을 권합니다!)


안 돼! 사례2] 2014년 유엔 인권최고대표,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권’ 

아주 최근에 유엔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해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6월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권'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는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폰, 와이파이 가능 단말기와 같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국가와 기업의 감시 능력을 유례없이 확장시켰다고 우려하였다. 십여 년 전에는 국가가 도청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것을 다 듣고 분석할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뛰어난 검색과 프로파일링 기술이 있지 않은가. 이 시대 감시자들은 역사상 가장 탐욕스럽다. 누구에 대한 것이건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예전에 비해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저인망식으로 인터넷 회선에서 통째로 정보를 쓸어오는 '대량 감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인권 대표에 이어 10월에는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이 "각국의 대량 감시 프로그램이 온라인 프라이버시를 실질적으로 완전히 말살해버렸다"고 다소 직설적으로 비판하였다.


유엔은 위 보고서에서 우리의 정치·경제·사회적 삶이 기술 플랫폼에 점점 더 의존하는데, 그 플랫폼이 대량 감시에 취약하고 심지어 이를 촉진한다는 사실에 대해 고민한다. 국가 권력이 민간 기업을 협조자로 동원하는 최근의 경향 때문에 더 걱정스럽다. 누가 감시를 말릴 수 있을 것인가?

[프레시안, 2014년 12월 12일] 스마트폰 속 비밀 털리는 호구, 당신도?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안 돼! 사례3] 에드워드 스노든, 미국 국방부 산하 첩보기관 국가안보국(NSA) 감청 사태 

CIA와 NSA에서 일했던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다. 2013년 스노든은 가디언지를 통해 미국내 통화감찰 기록과 PRISM 감시 프로그램 등 NSA의 다양한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스노든은 자신의 폭로가 대중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대중의 반대편에 있는 일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위키리스크, 에드워드 스노든] 2015년 6월 25일 검색

프로기: 이 때문에 미국과 독일 메르켈 총리 사이의 관계가 애매해지기도 했었죠.


에드워드 스노든은 이 기관이 테러 용의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외국인들의 통신기록까지 무차별적으로 하루 수백만 건씩 수집해왔다고 폭로했다.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정치권은 NSA의 이 같은 행태를 제한하기 위한 일명 ‘미국 자유법(USA Freedom Act)’을 추진해왔다. 이 법안이 지난 6월2일부터 발효됐다.


(중략) 그렇다면 미국 자유법 발효에 따라 NSA의 첩보 활동은 어떤 규제를 받게 될까? 그동안 NSA는 법원 영장 없이 자의적으로 미국 시민들의 전화 통신이나 인터넷 검색 내역 등을 집단적으로 수집해 5년 동안 보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테러 혐의로 특정 개인에 대한 통신기록이 필요하다고 해도, 사안별로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영장을 먼저 발부받아야 한다. 개인별 통화기록을 합법적으로 수집·보관할 수 있는 주체는 해당 통신회사다. 즉, NSA가 특정 개인의 통신기록을 보려면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통신회사에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회사가 NSA의 감청 요청을 거부할 수 있게 됨. 그렇지만, 미국 자유법도 완벽하지 못하다는)비판 의견은 있지만 미국 자유법에 대한 미국 내의 대체적인 여론은 호의적이다. 시민들의 사생활에 대한 권력기관의 일상적 감시에 제동이 걸렸다는 일종의 안도감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미국 자유법은 미국 정부가 지난 10여 년 동안 시민의 사생활 영회역에 지나치게 침투한 것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프리 스턴 시카고 대학 법대 교수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지적은 음미해볼 만하다. “미국 자유법 발효를 계기로 드디어 미국인들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한 발짝 물러나서, 서로 상충된 가치로 보이는 ‘안보’와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찬찬히 생각해볼 여유를 갖게 되었다.”

[시사인, 6월 25일] 스노든 보고 있나? “당신이 해냈다구요”

프로기: 6월 1일은 새누리당이 감청 허용법을 발의한 날이자, 미국과 영국에서 국가 혹은 권력 기관에 의한 감시 감청이 근본적으로 금지된 법안이 발효된 날입니다. 같은 날 정반대의 법안이 세상에 나온 셈입니다. 

[The Guardian, 6월 14일] Let me be clear, Edward is a hero


3. 필진 코멘트

 2013년 구글 CEO 에릭 슈미트와 제러드 코언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 사람, 국가, 비즈니스의 미래를 다시 쓰다>라는 책을 냈었는데요. 한창 아랍의 봄이 지나고 SNS혁명 시대에 대한 담론이 불거졌을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책에선 반대로 정부가, 기관이, 기업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해 예측한 내용들이 담겼는데요. 읽으면서 섬뜩했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2년이 지나 어느 정도 현실로 옮겨오는 듯합니다. 사용자가 유리한 점이 있었다면, 관리자 또한 유리한 점을 찾겠죠.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국회법이 터져나오고, 아청법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통신보호비밀법에 관해서는 아직 기사도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뭐? 말도 안 되는 법이고만.”이라고 넘길 사안은 아닙니다. 감청 자체는 물론 인권 침해이지만, 모든 것이 정보화 처리되는 시대가 처음인만큼 적절한 경계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논란이 점화된다면 다음엔 언론사별 입장을 비교해서 다시 한 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

매거진의 이전글 칠월칠석날 당청의 궁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