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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Oct 11. 2015

칠월칠석날 당청의 궁합

[행간읽기] 2015.07.07 유승민, 여청 관계

1. 이슈 들어가기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가 한동안 논란이었습니다. 어제 6일,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매듭지어졌는데요. 6일이 결전이라던 예측과는 달리,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6일에 여야 대립 이전, 여당 내 갈등이 폭발했던 7월 3일 금요일의 기사들(경향, 조선, 중앙, 한국)을 비교해 봅니다. 유승민이라는 인물과, 새누리당 당내 갈등,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주제로 전해드립니다. 

p.s: 양력이지만 7월 7일이라서 '궁합'을 테마로.  재미로 박근혜-유승민 사주 궁합도 찾아봤는데요. 아닌 거 같더라고요.


2. 이슈 디테일

지역민曰 유승민, 박근혜랑 궁합 좋아! 

프로기: ‘합리적 보수’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유승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면모를 소개합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산업조직론을 전공한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입니다. 주로 사회적 경제론을 펼치면서 연초에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었죠. 2000년 초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경제 과외교사 역할을 3년 반정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앙시사매거진 기사에 따르면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까칠’한 면모를 보이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이 점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보완재’로 보며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고 분석합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비박 혹은 탈박이라는 논쟁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라는데요.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조언을 많이 했었다고 합니다. ( 이 점이 후반부에 이어집니다! )


일례로, 원내대표로 당선된 사흘 뒤에 ‘대통령 지지도와 국정운영 - 역대 대통령 지지도 변동의 시사점 및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엔 한국 대통령은 ‘레임덕 대통령’이니 임기 초 지지율을 과신하지 말라, 여당의 협조를 당연시 하지 않고 원활한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귀찮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의견을 들으며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등 직접적으로 하기 어려운 조언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중앙시사매거진, 2월 17일] 조용한 승부사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 대통령의 보완재인가, 대체재인가 

[서울경제, 2월 4일] 유승민 원내대표 


새누리당曰 "난 반댈세", "가만 있어보게" 

프로기:  그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갈등이 터져버렸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 : “개인의 자존심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의 안정과 당 단합"이라며 "용기 있는 결단을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비박계이지만 '유승민 책임론'을 줄곧 제기.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게 나한테 안 좋다는 점을 잘 안다"며 "하지만 누군가는 당을 위해 나서야 한다"

원유철 정책위의장 : "해도 너무한다. 유 원내대표 본인이 결정하도록 좀 (시간을 주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며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김무성 대표 : "회의를 끝내겠다"며 화를 내고 퇴장. "(너) 마음대로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당이 파국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 깨지기 쉬운 유리 그릇 다루듯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유 원내대표에게)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길 바라는 마음”

[조선일보, 7월 3일]유승민 거취 문제로 파행 "마음대로 해"… 최고委 박차고 나간 김무성


a)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가 시작되는 2일 “올 상반기를 돌아보니 우리 정치권이 국민에게 박수보다는 지탄을 받는 일이 훨씬 많았던 것 같아서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면목이 없다”고 했다.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사과가 갖는 효력은 20분을 가지 못했다.  

b) 김 최고위원은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왼쪽에 앉아 있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고 김 대표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회의를 중단시키며 박차고 일어났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다는 점에선 같은 편인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김 최고위원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말렸지만 소용 없었다. 그러자 김 대표를 뒤따라 나가던 김 대표 비서실장은 혼잣말로 “개XX, 저거”라고 했다.

[중앙일보, 7월3일]“콩가루 집안” “개XX 저거” … 난장판 된 새누리 최고위

프로기: 조선일보는 ‘따옴표’를 활용해서 7월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여당 내 갈등을 스케치했는데요. 중앙일보가 전한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서 언급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분위기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나서서 발언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속내를 말한 것도 이례적이었다고 합니다.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기도 전에 회의가 끝나버리고, 욕설도 오가는 등 이 날 새누리당 갈등의 민낯이 드러났는데요. 당내 갈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신랄하죠.

[중앙일보, 7월3일] 정치가 부끄럽다

[중앙일보 7월3일] “콩가루 집안” “개XX 저거” … 난장판 된 새누리 최고위

[중앙일보 7월3일] 친이였던 김태호 ‘친박 돌격대’변신

[경향신문, 7월 3일] 당 대표가 말려도, 유승민 거취 놓고 또 충돌… 여 ‘막장 최고위’

[한국일보, 7월 3일] 막말 오가고… 자리 박차고… 與 최고위 '막장 드라마’ 


청와대曰 우리 안 맞는거 같아. 앉지마.

프로기: 그러니까 여당과 청와대 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주요 행사에 여당 인사가 제외되는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먼저, MIKTA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빠졌습니다. MIKTA는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5개국이 결성한 중견국 협의체입니다. 국회의장 첫 회의가 서울에서 개막했는데요, ‘오찬’이었던 행사가 ‘접견’으로 바뀌면서 대통령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비교적 부드럽게 다뤘는데요. 

“국회법 개정안을 재상정해서 표결에 부치겠다는 국회의장에 대해 청와대가 불만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정 의장은 "대통령이 바쁘시면 그럴 수도 있다. (언론이) 싸움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7월 3일] 대통령·국회의장도 냉기류?


프로기: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 국회의장을 참석시키고 싶지 않다는 청와대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막을 잘 아는 여권 인사들의 설명은 다르다. 믹타 국회의장단 회의는 외교부가 거들었지만 국회의장이 주도한 행사였다.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정 의장이 오찬에서 빠진다는 말은 없었다. 지난 5월 믹타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 박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도 주최 측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배석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청와대 외교수석실에서 ‘정 의장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정 의장으로선 대통령이 원치 않는 자리에 가는 게 민망한 만큼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논란을 두고 정 의장이 박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취해온 게 ‘일정 변경’의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거부권 정국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이 여의도 인사들과 만나는 걸 꺼리거나 당정 행사에 유승민 원내대표를 제외시키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에선 당·청 채널의 단절을 염려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중앙일보 7월3일] ‘믹타’국회의장단 만나면서 … 정의화만 뺀 박 대통령

프로기: 중앙일보에서 말한 ‘정 의장이 취한 대통령과 다른 입장’은 경향신문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 아니라고 하고,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겠다고 밝힌 것이 청와대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략)  한 관계자는 “할 말은 많지만 우리가 뭐라 할 수 있겠느냐. 우리 측 분위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경향신문, 7월 3일] 박 대통령, 정의화 국회의장도 보기 싫었나


프로기:이 외에도, 7월 1일 ‘추경 예산안 당정회의’에 유 원내대표가 제외되었습니다. 원래 추경 당정에 유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전날 갑자기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주관으로 바뀌었는데요.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는 설명과는 달리, 최고-중진연석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유 원내대표가 아직 그만둔 것도 아닌데 왜 추경 당정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또한 7월 1일 오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식’에 김무성 대표가 불참했습니다. 김 대표는 바쁜 일정 중에 중요하지 않은 행사라 가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설명했는데요. 당내에선 “청와대가 김 대표 측에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7월3일] ‘믹타’국회의장단 만나면서 … 정의화만 뺀 박 대통령


박근혜-유승민 불화와 비박-친박 불화

프로기: 크게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간의 불화와, 총선을 앞두고 다투는 비박-친박 간의 권력 싸움이 이 정쟁을 불붙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유 근 승 혜 민 = 07%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의 기사 중에서 언급된 칼럼이 있었습니다. 한겨레 김의겸 기자가 쓴 청와대판 ‘달콤한 인생’…“유승민,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라는 칼럼인데요.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관계를 <달콤한 인생>에서 보스인 김영철과 2인자인 이병헌의 관계로 분석합니다. 


유능하고 사심없어 보이는 부하를 2인자로 삼았는데, 그 2인자가 자기의 뜻과 반대되게 일을 처리했을 때, 그리고 2인자의 일처리가 자신의 무능함, 약점, 아픈 부분을 건드렸을 때 보스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이라고 표현한 감정이 실은 ‘모욕감’이 아니었을까 한다는 겁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012년에 새누리당 당명 개정을 반대하고,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하고, 메르스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이 시점에 세월호를 안은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칼럼에선 “아마 첫 균열은 그보다 훨씬 일찍, 아주 사소한 데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라고 표현했는데, 분위기가 조금은 짐작이 됩니다.


게다가, 인물 유승민에서 짚었던 것처럼 자신의 원칙과 신념에 맞다면 뜻을 굽히지 않는 성격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또 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57)는 2일에도 ‘항상심(恒常心·어떤 경우든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했다. 친박계의 사퇴 압박 공세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일주일 넘게 ‘무언(無言)의 시위’를 계속하는 모습이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번 추경(예산)안은 가능한 한 오는 20일까지 처리하도록 상임위와 예결위를 독려하고 야당 협조를 구하겠다”며 “오는 7일로 6월 임시회가 끝나기 때문에 곧바로 8일부터 임시회를 소집해서 추경안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의 ‘6일 본회의 이후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원내대표직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경향신문, 7월 3일] 난장판 속 침묵한 유승민


비 친 박 박 = ??% 

프로기: 비박과 친박 사이의 불화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갈등입니다. 비박과 친박의 대립은 심각한 논제라기 보단, 빈축을 사고 있는 부분입니다. 당내 갈등에 대한 비판을 시론, 사설을 들어 전해봅니다. 


조선일보 사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국정이 '유승민 분란' 하나에 멈춰 서서 파행을 거듭한다면 국가적 자해(自害) 행위일 뿐이다. 여권만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염증(厭症)도 더 커질 것이다. 여권은 이제 유 원내대표 문제의 해결은 정치적 순리와 상식에 맡기고 감정싸움을 자제하면서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고 집권 세력의 의무다.

'유승민 분란' 정치 順理에 맡기고 國政 정상화해야

프로기: 정말, 유승민 '분란'에 불과한 일인가.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은 국정의 무한책임자다. 국정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하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별개로 국정 현안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리 밉더라도 여당 지도부와 소통을 재개하는 것이 순리다. 한 달 반 넘게 공석 중인 정무수석에 정치권의 신뢰를 받는 경륜 있는 인사를 임명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정무장관 신설이나 새누리당 의원으로 입각한 부총리·장관 6명을 청와대와 당 사이의 가교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통령도 정치인이니 공천권과 당 장악력도 중요하겠지만 민생과 국익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중앙일보 7월3일] 박 대통령, 당정협의 조속히 재개하라

프로기: 대책을 내놓은 유일한 사설. 지금까지의 대통령의 모습을 봤을 때, 정무수석과 소통이 원활할까. 


경향신문 시론

정작 꼴불견은 세가 불리할 때는 잠잠히 고개 숙이고 있다가 상황이 바뀌자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응징’을 부르짖는 이들의 모습이다. 한술 더 떠, 불신임을 위한 의원 총회를 열겠다고 서명작업을 벌이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 싶으니 순식간에 이를 철회하고 있다. 바람 불면 한 방향으로 일제히 펄럭이는 잠실야구장의 깃발도 이러지는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에 대한 정의가 낯부끄러워 사전이 스스로 페이지를 닫을 지경이다.

[경향신문, 7월 3일] 닮아도 너무 닮았다

프로기: 새누리당 내에서 의견이 그토록 쉽게 바뀌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일까. 단순히 새누리당 의원들이 부족해서 그런걸까. 


한국일보 사설

이런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가 박 대통령에게 거듭 거부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라고 거듭 촉구했던 것도 이 같은 정치적 혼란을 예상하고 국정운영 차질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외면하고 원내사령탑을 공개적으로 격하게 비난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 일을 저질렀으면 신속하게 수습하는 지혜와 정치력이라도 발휘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친위그룹을 자처하는 친박계 인사들의 조급한 행태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를 수라장으로 만든 빌미를 제공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최고위원 경선 당시“청와대가 당의 출장소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겠다”며 당청 수평관계를 외쳤던 그가 청와대 편에서 당 원내대표 축출에 앞장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한국일보, 7월 3일] 급기야 막장 드라마로 치달은 여권 유승민 갈등

프로기: '우리가 말했지' 식의 비판이 썩 와닿지 않음. 김 최고는 여야 불문하고 손가락질 받는 존재인 듯.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감되던 한 칼럼 


거기서 끝난 줄 알았다. 그리고 끝났어야만 했다. 누가 봐도 대통령이 이긴 싸움이었으므로. 상대의 공개 사과를 이끌어 내고, 원내 운영방식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도라면 적지 않은 승리다. 그러나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치생명을 끊으려 했다. 이미 무릎 꿇은 장수의 목을 베고자 한 격이다. 싸움의 목적이 승리(국회법 반대)가 아니라 목숨(원내대표의 낙마)이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대통령의 불만에, 추종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의석 160석 중 50여석을 가진 소수파가 의원총회 투표로 당선된 이에게 나가라고 떼를 쓴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저항이 있었다. 떠밀면 나갈 줄 알았던 원내대표가 버티기 시작했다. 애초 당의 헌법(당헌)에 따라 뽑힌 ‘선출권력’을 비정상적으로 찍어내려 한 것이 무리수였다. 


사퇴 요구의 부당함을 말하는 여론이 확인되고 당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자, 상황이 급변했다. 원내대표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했고, 청와대는 당에서 알아서 해 줄 것을 바라며 침묵했다. 싸움의 본래 주체가 사라지고, 결국 등떠밀려 우르르 몰려나온 추종자들만 무대에 덩그러니 남았다. 누구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지만, 다른 이는 슬며시 싸움을 외면한다. “저 사람들 대책도 없이 어쩌자고 저런 거야?” 사람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린다.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한국일보, 7월 3일] 닥공과 무관용의 대가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있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폐기되고 여당 단독으로 61개의 법안이 처리되었는데요.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를 할 것으로 예측한 시점이었지만, 여야 갈등이 점화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결정은 좀 더 미뤄질 것 같아 보입니다. 따라서 새누리당 당내 갈등이 봉합될 지 더욱 곪게 될지 아리송합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분열하느냐 결합하느냐, 또 이후에 여당 분위기를 누가 주도할 것이냐가 달려있기 때문에 언론도 여론도 관심이 높습니다. 


조선일보는 “  “를 이용해서 객관적인 모양새를 가진 기사를 냈지만, “ “ 전후 사정을 다른 신문사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는데요. 본래 기사에서는 “  “를 많이 활용할 수록,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하여 객관적인 모양새로 주관적 입장을 관철시키는 방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신문은 하나만 읽으면 안됩니다, 행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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