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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Oct 27. 2023

영시에게

33일 차

이 시기가 날아가는 것 같아서 글을 남겨두려고 해.


영시는 젖을 먹을 때 색색 소리를 내며 먹어. 숨소리도 아니고 말소리도 아닌 소리인데. 그 가냘픈 소리가 매번 듣기가 좋아. 오늘은 녹음까지 해봤는데 나중에 잘 들리려나!


이제 태어난 지 33일. 공식적으로는 신생아도 지난 어엿한 아기가 되었어 영시는. 엄마는 생각보다 준비가 안 되었던 엄마였는지, 혹은 막연한 상상만 하다 현실을 맞이해선지 마음이 좀 고된 한 달이었어. 너를 키운다는 기쁨보다, 내가 잃은 일상이 앞서버린 서툰 사람인 상태야. 옆집 이웃이 있었으면 좋겠고. 나만 집에 갇힌 게 아니면 좋겠고. 엄마 하던 일을 계속 하고싶고 그래. 나중에 너도 어른되면 엄마랑 이런 얘기할 수 있겠지.


그치만 네가 점점 커가는 만큼 엄마도 엄마에 적응이 되어가는 거 같아. 처음 젖을 물 땐 입만 오물거렸던 네가 이제는 야물딱지게 양쪽 젖도 다 잘 먹고. 오늘은 주사 맞는다고 무려 눈물을 흘리며 울기까지 하더라. 이제 눈도 더 잘 마주칠테고, 웃음도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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