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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Nov 03. 2023

숨 쉼에 감사

37일 차

숨 쉼에 감사가, '숨'이 살아있음에 감사로 느껴지는 언니가 있다. 언니와의 대화는 언니를 직접 만나야지만 느낄 수 있는 바이브가 있다. 어떤 힘든 상황도 숨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 빛으로 보여지는데. 이걸 만나야만 느낄 수가 있어. 특유의 넉살 가득한 미소로, "야~ OO이라고 해버려~"라고 얘기하는데 그 안에 단단하게 뭉친 지혜가 있거든. 살면서 지표처럼 찾아갈 언니가, 선배가 있다는 건 참 큰 행운이다.


언니는 육아 초보에게 진심으로 '편안하게' 하라고 했다. 지켜야 한다는 규칙들이 세상에 많지만. 그 규칙들을 빈틈없이 지키는 것보다, 툭- 툭-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좋은 육아라고. 육아를 하면 공감하겠지만 규칙들이 거창한 게 아니다. 영시가 깬 시간이 늘어지면 나도 모르게 초조하고, 먹는 시간이 일정치 않으면 말려드는 기분이고. 그런 사소한 규칙들이 나를 옭아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언냐는 편안하지 못한 분위기에서 잠 1시간, 수유 10ml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정확한 말을 해주었다. 도움을 받는 걸 미안해하면서 내 방식을 고집하느라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도움을 즐겁게 받으며 감사함을 충분히 표현하는 게 모두의 노력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 같다고. 하, 너무 지혜로워. 나머진 내 일기장에만 써둔다.


언니 만나기 전에, 내가 날 붙들어보려고 맘카페, 맘단톡을 엄청 기웃거렸다. 방법을 모르겠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분유 먹으면 다 배앓이하는 것 같고, 4개월 아기는 다 수면 퇴행에 고통받는 것 같았다. 모든 육아가 고통과 고생만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까지 잠을 설쳤어. 막연히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인 상상만 하게 됐다. 워킹맘이 불가능하겠다, 혹은 불행하겠다 같은.


그런데 사실 난 원래도 커뮤니티 글들을 잘 안 보는 편이다. 나랑 의견이 너무나 다르고, 글까지 쓸 정도면 정말 격앙된 감정을 가진 경우가 많으니까. 근데 육아에 한해서는 정신 못 차릴 만큼 인터넷 글들에 휩쓸리고 있었다.


사실 육아는, 생각해 보면, 그냥 사는 건데. 아이와 함께 사는 게 전부인 건데. 함께 행복할 한 명이 는 것뿐인데 너무 겁먹고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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