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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Nov 08. 2023

힘 빼기의 기술

40일 차

영시 덕분에 엄마가 배우는 게 많아. 책을 읽어도 와닿지 않던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말이, 어제오늘 격하게 와닿아. 


산후도우미님이 안 계시는 2일이었어. 첫날은 혼자라는 생각에 엄청 긴장을 했지 뭐야. 그래서 널 앞으로 옆으로 계속 안고, 굴리다시피 하다 보니 장장 낮 13시간이나 영시가 안 자는 사태가 벌어졌어. 하루종일 잠을 못 잤으니 영시는 엄청 피곤해했고. 엄마는 또! 너의 생활 리듬이 깨져버린 걸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있지도 않은 리듬인데) 다시 수면교육을 검색하고, 수면교육 교재라는 것도 사고. 잔뜩 힘이 들어갔지.


그러다 다음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안경 대신 렌즈를 꼈어. 엄마는 콧대가 낮아서 안경이 자꾸 흘러내리거든. 와- 그게 하루를 한결 낫게 하더라. 안경을 렌즈로만 바꿔도 컨디션이 좋아지는 거야. 이어서 선물 받았던 아기띠를 처음 써봤어. 엄마는 사실 새로운 걸 배우는 걸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라서 아기띠 매는 법이 어려워 보여서 미루고 미뤘거든. 그러다 오늘 처음 썼더니. 와- 영시가 그 안에서 너무 편하게 잠드는 거야. 엄마도 영시를 안는데 힘이 1/10밖에 안 들어가고. 덕분에 널 안는 느낌마저 훨씬 좋아서,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어.


렌즈, 아기띠. 두 개만 썼는데도 안간힘을 쓰던 엄마에서 훨씬 편안한 엄마가 됐어. 그 덕에 마음에도 힘이 좀 빠졌어.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먹는 너를 불안해하지 않기로. 때가 되면 리듬이 생기겠지라는 믿음으로. 좀 편하게 대하려고. 악착같이 해내려는 마음을 접게 된 이틀이었어. 뭐든 편하게, 쉽게 할 수 있는 템들을 쓰는 게 좋단 것도 배웠고. 덜 힘드니까 여유가 생기고 웃음이 나. 


그래서인가 오늘은 엄마 품에 푹 안겨서 쉽게 잠드는 영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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