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기 Nov 09. 2023

우연이래도 좋아

46일 차

영시야 방금 너는 스스로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어! 엄청 역사적인 날이야. 우연이래도 기특해. 오늘 새벽엔 잠이 깬 영시에게 수유 대신 기저귀만 갈아주고 토닥였더니 다시 잠이 들더라고. 조바심 낸 게 무색하게 한 단계씩 커가는구나.


뱃속에서 뭘 했던 건지. 한쪽 팔을 걸치는 걸 좋아하는 영시. 하나씩 보고 있으면 웃긴 점들을 발견하고 있어. 신생아에서 아기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재미인가 봐. 요새는 새로운 선생님이랑 지내면서 다리 쓰는 법을 엄청 배우고 있는데. 3일 만에 일어나는 걸 즐거워하기 시작했단다. 대견하면서, 엄마는 가까운 미래가 굉장히 걱정되는구나...^^ 힘센 아기라고 선생님이 매일매일 하루에도 20번씩 얘기하시거든. 대체 얼마나 기운찬 아기가 될지.


기운찬 아기일 것부터 시작해서, 엄마는 사실 마음 한편에 늘 걱정이 있어. 엄마는 일하는 게 엄청 좋거든. 그래서 일하러 갈 건데! 영시가 너무 기운차서 할머니가 버거워하면 어떡하지, 이유식은 사서 먹인다고 해도 아가 음식도 할머니가 만들다 힘들면 어떡하지, 동생도 갖고 싶은데 할머니가 고단하면 어떡하지 등등. 자꾸 이 결론이 엄마가 일을 관둬야 하는 상황이 생기려나?로 흘러가니까 또 어떡하지. 엄마는 열심히 일하는 엄마가 되어보고 싶어. 영시와 영시2가 없다 해도 걸었을 길을 걷고 싶어. 먼 훗날 윤여정 선생님처럼 "This is the result, beacuse mommy works so hard."라고 말하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파.

매거진의 이전글 집안이 망하지 않고서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