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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Dec 29. 2023

백일

100일 차

영시의 백일! 을 엄마는 착각해서 정말 별다를 거 없이 지나갔지 뭐야. 심지어 엄마가 처음으로 저녁 약속을 잡은 날이었어. 아빠는 처음으로 저녁에 너를 혼자 돌보게 되어서 허둥대며 연락이 오고, 엄마도 마음이 불편해서 1시간도 채 못 있다가 집에 돌아왔어. 얼렁뚱땅 백일이었네.


'백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영시를 보니 백일이 채워질수록 뚜렷하게 성장해서 그런 것 같아. 영시가 며칠 전엔 웃기다고 웃는 일이 있었어! 엄마가 영시를 안고 거울을 보면서 리듬을 타고 장난을 쳤더니, 꺄르르르 웃기다고 웃는데 너무 신기하더라. 그래서 몇 번이고 장난을 치고 영상도 남겨두었지. 영시 웃는 소리가 좋아서 그 뒤로 매일 웃기려고 노력 중이야. 히히 그리고 요새는 눈을 마주치고 옹알이를 참 잘해. 특히 이모랑 외할아버지하고는 뭐가 통하는지 30분 가까이 쉬지 않고 얘기를 하더라. 쏟아지는 사랑을 영시도 느끼나 봐. 또 이제는, 아기체육관에 매달려있는 장난감들을 손으로 쥐고 놀기도 해. 손에 힘이 생겨서 뭔가 꽉 쥘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야.


더욱이 영시는 폭풍 성장 중이야. 몸무게도 무려 7.5kg를 넘었고 키도 65.7cm를 넘었어. 네가 많이 큰 것 같아서 늘 궁금했는데 엄마 선배네에서 운 좋게 잴 수 있었지. (게다가 어젠 선배가 전자 체중계를 선물해 주기까지!!) 너무 무거운 네가 가끔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잘 크고 있어줘서 고마워.


새삼 백일을 맞아 엄마가 엄마로서 꽤 괜찮은 점은 내심이 강한 것 같아. 널 두고 한 번도 화가 나거나 짜증 난 적이 없었어. 네가 너무 귀여운 덕분인가. 네가 순한 덕분도 있겠지. 영시는 순하게 잘 누워있어서 뒤통수엔 배냇머리가 다 뽑혀서 구멍이 뻥 나있을 정도야. 손님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눠도 조용히 잠들곤 해서, 다들 순하다고 놀래. 다른 아가들은 엄마랑 둘이 있을 때 돌변한다고 '아가 순하다'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데, 영시는 둘이 있을 때도 순해서 엄마가 인정할 수밖에!


백일이 될 때까지 아프지 않고 씩씩하게 잘 큰 우리 아가. 너의 유난히 빛나고 또렷한 눈을 마주치고 있을 때, 행복해. 엄마는 쫌 부족한 엄마라, 엄마가 되고 지난 3개월 동안 행복한 건 잘 모르겠지만. 너와의 순간순간 마다는 엄청난 행복함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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