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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나, 그리고

by 김열매

너 왜 이거밖에 못해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보다 못하는데도

참 잘했다, 힘들었지,

잘못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옆집이

부러웠다.


나도 나중에 꼭

아이에게

잘못해도 괜찮아,


니가 잘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야,

엄마는 너의 모든 노력을 사랑해,


노력을 내려놓고싶어할 때조차

그 마음도 사랑해,

니가 말못할 그 순간순간을 사랑해,


라고 말해줘야지,

다짐했다.


세월을 너머너머 넘어서

십년인지 이십년인지 삼십년인지 모르게 지나


내가 잘할 때 잘한다고 칭찬해줬던 엄마와

내가 못할 때 못했다고 혼냈던 아빠,


나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나를 더 채찍질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정말 그랬을까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

돌고돌아

지금 내가

문과였는지 이과였는지 모를 인생을 사는데


누군가는 아이를 위해,

좋아하는 걸 더 잘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라해,

누군가는 아이를 위해,

잘하는 걸 더 잘 할 수 있게 가르치라고 해,


나는 아직

여전히

내 인생을 헤매이고 있어,

아이의 인생에 어떤 기준점도

감히!

잡아줄 수가 없는 것 같아.


그저 궁금한 거라면,

정말 달랐을까,

달라졌을까,


이제부터는

달라질 수 있을까.


내 인생에 고민들.

끝나지 않을,

끝내고 싶지 않은,

그런 고민들


엄마 덕분에

아빠 덕분에

나는 오늘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어.

고마워.


이제 조금쯤

너는 왜 그것밖에 못하냐던 말의 의미를

그 마음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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