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술 이야기: 하이볼 (1)

by 이프루


하이볼이 좋다. 1등은 맥주지만 2등이 하이볼이다. 흔히 위스키에 얼음과 함께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넣고 레몬 또는 레몬즙을 넣어 마무리하는 그것. 시초는 서양이었다는 것 같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봉구비어 스타일의 과일 하이볼 (예: 청포도하이볼) 또는 이자카야나 일식집에서 파는 산토리 하이볼 중 하나를 먼저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 첫 하이볼은 일본에 있었다. 9년 전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우동집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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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 하면 라디오회관이죠


카레우동을 주문하면서 음료가 아쉬워서 메뉴판을 보다가 하이볼ハイボール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십수 가지 종류가 있었고 그중 '라무네 하이볼'이라는 게 눈에 띄었다. 하이볼이란 게 뭔진 몰라도 라무네가 들었으니 맛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하이볼이 뭔지 모르니까... 직원분께 물어봤다.


나: 하이볼이 카레우동과 어울리나요?

직원: 에...

나: 많이들... 그렇게 시키나요?

직원: 아무튼 많이 나감


아무튼 맛있겠지. 그래서 그냥 시켰다. 지금이라면 그때의 나에게 대답해 주고 싶다. 맛있지~


IMG_6604.JPG 카레우동도 맛있었음


라무네 자체가 달달한 사이다 맛이고, 그걸 섞은 하이볼이니 당연히 달달하니 맛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맛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맛있다고 그랬던 기억만 난다. 그리고 한동안 하이볼을 잊고 지냈다. 맥주를 마셨으니까...


그러다 뒤늦게 운전면허를 따러 다니면서 하이볼을 좀 자주 마셨다. 선배 E와 함께 학원에 다니면서 교육 받고 시험 보고, 나중에 면허증 발급까지 같이 받으러 갔었는데, 만나는 날들 하루하루를 허투루 하지 않고 매일 맛있는 밥을 먹고 맥주나 하이볼을 마시고 코노에 갔다. 운전은 2시간 하고 뒷풀이가 6시간인 즐거운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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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간 방이동 어느 이자카야


사실 도로주행에서 한번 떨어졌는데 선배는 단숨에 붙어서 마지막 면허 시험을 보러 갈 때는 나 혼자였다. 물론 그날도 하이볼을 마셨다. 이번에는 합격 기념으로 가족들과 함께, 지금은 없어진 집 앞 이자카야에서. 이때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데, 산토리 하이볼이 근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산토리가 없는 곳에서 파는 짐빔 하이볼도 똑같이 맛있었다. 사실 조금 들어가는 위스키의 종류까지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내 미각이 섬세하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은 짐빔 하이볼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50218_220449744.jpg 짐빔 좋아



하이볼은 단 건 별로인 것 같다. 토닉워터 대신 탄산수를 넣은 게 좋고, 과일 시럽은 안 넣은 게 좋다. 얼그레이나 진저 하이볼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어느 시점까지 카라멜 마끼아또와 프라푸치노만 마시다가 갑자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면 안 되게 됐던 것처럼, 다른 음료도 차라리 씁쓸한 게 좋아졌다. 맥주도 IPA가 좋다.


IMG_DKON_200816_220527.jpg 봉구비어에서도 기본하이볼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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