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왜진 ... '이게 왜 진짜야?'
"식품업계는 지금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로 아슬아슬 외줄 타기 중"
‘인스타 각’ ‘쇼츠 각’은 어느덧 마케팅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어요. ‘오이 극혐러’들을 기겁하게 만든 오이케이크, 오이핫도그, 오이탕후루부터 얼마 전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SPC삼립의 오이호빵까지. ‘소비의 즐거움을 높이면 제품 인지도가 덤으로 따라온다’는 신박한 마케팅 트렌드로 인해 유통업계는 ‘만우절 음식’ 같이 독특한 신제품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죠. 더 나아가, 4일 빽다방은 이색 메뉴에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를 결합한 ‘대파크림감자라떼’를 출시하여 펀(fun) 마케팅을 가치소비로까지 확장했어요.
요즘 식품업계를 주름잡는 펀슈머 마케팅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그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파맛 첵스’ 사건을 아시나요? 농심켈로그가 신제품 ‘초코맛 첵스’를 홍보하고자 파맛 '차카’와 초코맛 ‘체키’를 후보로 두어 진행한 <초코 왕국의 대통령 선거> 이야기예요. 더 많은 표를 얻은 쪽의 첵스를 생산하겠다는 고객 참여형 이벤트였죠. 선거 연설 영상만 봐도 체키를 대놓고 밀어주는 장면이 등장해요. 하지만, 득표 결과는? 파맛 ‘차카’의 완벽한 승리였죠. 의도와 달리 ‘차카’가 당선될 위기에 놓이자 다급해진 농심켈로그는 무효표를 걸러내고 추가 투표를 진행하며 ‘체키가 당선됐다’고 선언해 버려요. 맞아요, ‘부정선거’였죠. 신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진행한 마케팅의 뼈아픈 실패작이었어요.
하지만 농심켈로그는 의도치 않게 유례없는 마케팅 성과를 거두게 돼요. 소비자들은 망해버린 마케팅에 온갖 서사를 부여했고, 인터넷 밈(meme)으로 만들어 이를 계속 재생시켰죠. 역시 그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심지어는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첵스초코 체키를 탄핵시켜 주십시오’란 탄핵 청원까지 등장했거든요. 결국 농심켈로그는 실제로 ‘파맛첵스’를 출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웬걸, 출시 이틀 만에 대형마트에서 일시 품절 대란까지 발생했어요. ‘입소문’, 바이럴 마케팅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랍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등장한 '디토(ditto)'소비는 이러한 마케팅 형태를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에요. 디토는 '나도'라는 뜻으로, 남을 따라 소비하는 것을 의미해요. SNS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따라 사는 것이 대표적인데, 디토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엽기적인 이색 상품이죠.
하지만, ‘뻔하지 않은 펀(fun)한 마케팅’은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놀이와 비슷해요.
한 끗 차이로 반응이 확 엇갈려버리죠.
“선 넘었다”
“괴식이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거 아니다”
“재미도 좋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었으면 좋겠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먹는 것 그 이상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플레잇팅(Play+Eating) 마케팅’,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요?
<INDEX>
1) 고수들이 먹는 케이크 맛집, 원형들
2) 밑반찬이 올라간 패스트푸드, 에이셉피자
3) 파스타에 오이 받고 고수까지 더블로 가, 팩피
4) 극강의 에너지 드링크, 사푼사푼
디지털 시대의 디저트 경험
at 원형들
"고수 케이크는 차마 못 먹겠더라고요. 제가 고수 극혐러거든요. 그래서 용기 내어 도전해 본 메뉴가 바로 '핑크딜 케이크'에요. '원형들'에서 고수 케이크와 함께 사랑받는 투 톱 메뉴라죠. 케이크 한가운데 떡하니 올라간 허브 딜이라니... 이 또한 무슨 맛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어요. 분명 음식인데, '맛있어서' 찾아가는 공간이 아니라니. '디지털 시대의 디저트 경험은 이런 건가 봐요.' 독특한 비주얼로 F&B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갈망하는 세대에게 달콤함을 선사하는 인더스트리(Industry). '원형들'에 가보면 브랜드 기획을 담당한 이들 가운데 제과 전공자가 전무하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주소 서울 중구 창경궁로1길 38 4층
영업시간 월~토 13:00~19:00
인스타그램 @wonhyeongdeul
생소함에서 비롯한 힙(Hip)함
at 에이셉피자
“이색 피자. 저는 처음에 고수, 가지, 오이 같은 ‘호불호 재료’가 올라간 피자를 상상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에이셉피자 성수점’에는 고소한 들기름, 들깻가루, 김자반이 올라간 ‘들깨 피자’가 존재하는 거 있죠. 피자를 한 조각 집어들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김자반. 멀리서 보면 흠칫하게 되는 새까만 비주얼. 보자마자 딱 ‘한국인은 모르지만 미국인은 열광하는 고추장버터’가 생각났습니다. 불호가 적은 재료의 조합으로만 탄생한 생소함! 이 같은 생소함에서 흘러나온 ‘힙(Hip)스러움’이 매력이랄까요. 덧붙여 냉장고 한켠을 차지하는 막걸리는 ‘아는 사람만 아는’ 피막(피자+막걸리) 조합의 필수템입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것에 오히려 도전정신이 생기는 점을 공략한 것이지요. 한식과 양식의 절묘하고도 힙한 조화. 왜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매료됐는지 알겠네요.”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39 1층
영업시간 월~일 11:00~24:00
인스타그램 @asap_pizza_official
파스타에 오이 받고 고수까지 더블로 가!
at 팩피
“고수 파스타라고 들어보셨나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파스타 전문점, 팩피에서는 고수를 메인으로 한 특별한 파스타를 만나볼 수 있어요. 고수, 오이, 닭가슴살, 코코넛밀크크림, 고수퓨레와 고수 오일이 어우러진 메뉴입니다. 호불호가 가득한 재료에 초록빛 비주얼이 마치 먹어도 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죠. 미쉐린이 인정한 고수 파스타가 궁금하신 분들은 예약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팩피는 작은 규모의 가게인 만큼, 메뉴 가지 수를 적절히 가져가면서 퀄리티에 집중했어요. 글라스 와인과 다양한 가격대의 보틀 와인 리스트도 가지고 있죠. 스타터부터 디저트, 와인 안주까지 판매하고 있는 점에서 '팩피'라는 공간 안에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메뉴를 구성한 것 같았습니다. 차분한 분위기 속 퀄리티 있는 음식과 술이 있는 공간이라니, 이제 막 와인에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도 딱이겠어요.”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39 1층
영업시간 월~일 11:00~24:00
인스타그램 @fagp_inst
홍삼과 커피의 심장 떨리는 조합
at 사푼사푼
“홍삼이 몸에 좋은 건 알지만, 홍삼을 ‘커피’와 함께 할 줄은 몰랐죠. 이거 먹으면 심장이 두 개 되겠는데요? 한방 냄새 가득한 원기 회복의 절대자 홍삼과 짜릿한 카페인 가득 커피 조합은 절대 상상 불가죠. 하지만 사푼사푼, 이걸 해냅니다. 홍삼의 달달한 맛과 커피의 깔끔한 맛을 살린 진생치노는 사푼사푼의 시그니쳐 메뉴라고 해요. 이것 외에도 홍삼을 넣은 기이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어요. 이곳은 KGC인삼공사가 ‘홍삼’을 펀(fun) 마케팅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고 해요. 확실히 홍삼에 크게 관심 없던 저도 제법 유쾌하게 공간을 즐겼던 것 같아요. 정관장 홍삼에 대한 경험과 장인 정신도 매력적이었고요. 다소 올드하게 느껴졌던 브랜드들이 플래그십스토어와 같은 방법으로 리브랜딩 많이 하던데 … 설화수나 오뚜기의 롤리폴리 꼬또가 대표적이죠. 주 소비자층이 4050인 홍삼 브랜드마저도 펀마케팅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다니, 트렌드는 역시 트렌드인 듯하네요.”
주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16 KT&G타워 1층
영업시간 월~일 07:00~21:00
인스타그램 @cafeaspponsap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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