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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Mar 08. 2016

작은 아파트 인테리어 / 창작의 방(집필실)

소설가의 작은 집 5

* '소설가의 작은 집'이라는 이름으로 인테리어기 연재를 시작하려 해요. 

이 첫 인테리어기는 지난 2011년, 제가 파주 주공아파트에 살던 시절에 써둔 것을 조금 가다듬은 거랍니다 :  ) 


안녕하세요. 소설가의 작은 집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무려 5년 전의 시공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기쁩니다 :  ) ㅋ 사랑에 보답(?)하고자 이번에는 기존의 글에서 많은 부분을 추가해서 거의 완전히 새로 써봤습니다. 원래 2011년 무렵에는 앞의 인테리어 시공기를 쓰느라 기력을 다 소진해서 사진으로 대충 처리했었거든요 ㅎㅎ 


페인팅, 바닥 깔기, 조명 달기, 선반 설치 등등 셀프 인테리어 공사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앞의 글들에서 거의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공간 구성이나 테마 설정 등의 측면에서 한 번 얘기해보려고 해요. 그럼, 다섯 번째 인테리어를 한 번 시작해볼까요?


1. 창작의 방 



저는 아무래도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이기 때문에 저만의 '집필실'을 갖는 것이 오랜 세월 꿈이었습니다. 청소년 시절에는 개인 방이 없어서 다락방을 썼었고, 대학교 입학 후에는 외지에서 혼자 단칸방 자취 생활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별도 용도의 방을 가진다는 것은 굉장한 사치였죠. 


그런데 바로 그 꿈이 2011년에 이루어졌습니다. 직업 군인 장교로 군생활을 한 덕분에 퇴직금과 저축금이 조금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얻은 전세집이 바로 이 인테리어의 대상이 되고 있는 파주 운정의 주공아파트였습니다. 18평 정도 크기지만 방이 세 개나 있는 알뜰한 집이었죠 :  )


그 중의 하나를 꿈에 그리던 '집필실'로 만들기로 마음 먹고 인테리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제 원칙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심플.

둘째는 여백. 

셋째는 자연스러움. 


뭐랄까 텅 비어 있는 백지처럼 깔끔한 선방 같은 공간을 목표로 했습니다. 저만의 특별한 '소울 룸'이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아메리카원주민(인디언) 관련 오브제들도 적절히 배치하기로 했죠. 


벽에 아메리카원주민의 옛 사진과 체로키 부족에게서 직접 구입한 특별한 목걸이 등을 걸었습니다
바닥에는 동대문에서 산 톨텍 부족의 무늬 같은 것이 그려진 러그를 깔았고요


위 사진에 보이는 러그를 깐 바닥에서 나름 새벽마다 명상 수행도 하고, 뜻깊은 시간들을 많이 보냈답니다. 새벽5시 경에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옆의 책상으로 옮겨가 글을 쓴 후, 8시에 출근하는 것이 저의 기본적 삶의 패턴이었습니다. 


창 밖의 베란다는 어쩌다보니 일종의 창고 같이 되어 버렸는데요. 나름 드레스룸(이라고 쓰고 '드레스창고' 라고 읽음)으로 활용 중입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세탁기가 있는 반대편의 침심 쪽 베란다를 드레스룸으로 쓰려고 했는데 공간이 예상보다 좁더라고요. 흠.  


이 사진에서는 책상 배치가 살짝 바뀌었는데요^^ 파주집 입주 6개월 기념으로 바꿨던 형태입니다 ㅎ
원래는 두 번째 사진에서처럼 이렇게 흰 벽지를 바라보도록 되어 있었어요. 저 벽도 물론 제가 하얗게 페인트로 칠한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글을 썼던 책상이랍니다. 철원에서 군생활을 하던 시절 특별히 얻은 책상이었지요. (저도 나중에 특별히 알게 된 분에게 선물로 드렸답니다. 이 책상은 많은 사람들 사이를 여행하고 있네요.) 저 검은 고양이 모양 받침대는 커피 서버를 놓아두는 용도로 애용 중입니다. 


지구본은 장편소설 <모두 그린란드로 간 걸까>를 다시 쓰기 위해 구입했던 아이여요. 오른쪽의 아이는 저의 애기 애플 맥에어 초기 모델이랍니다. 저 파란 바탕은 독일에서 만든 작가용 워드 프로그램 'Bean'을 가동한 모습이예요. 


이쪽은 음악 작업을 하는 저만의 스튜디오입니다

사실, 저는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곡을 만드는 것도 즐긴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만들어 둔 곡이 이제 200곡이 넘는 것 같은데^^; 뭐, 그렇게 대단한 곡들이 아니어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한다거나 음반을 만든다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이라는 야망을 품고 있지요 ㅋ 


책상에 앉았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는 제가 존경하는 세계 소설가들의 사진을 붙여 놓았습니다.


어느 인테리어 잡지에서 보고 한눈에 반한 후 오랜 수소문 끝에 찾아낸 나무 모양의 책장.(요즘에는 옥션 같은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요^^;) 이 특별한 책장에는 제게 영감을 주는 스페셜한 책들만 꽂아두었답니다.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지요. 황순원 선생님의 전집과 체게바라 자서전, 현경님의 <미래에서 온 편지>,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등이 꽂혀 있어요.


저 의자에 대해서 문의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오랜 시간 책상에서 글을 쓰는지라 척추 건강을 위해 특수 의자를 거금을 주고 구입한 거랍니다. '우리들체어'라고 합니다.


이상 저의 창작의 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분들의 집에는 없을 저만의 특별한 공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꼭 창작의 방이 아니라도, 기도의 방, 음악감상의 방, 작은 영화관, 작은 도서관 등등 방의 여유가 있는 집이라면 특별한 테마를 가진 방을 하나 두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을 더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 

*이렇게 말하면 가진 자의 여유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ㅋ 참고로 이 주공아파트는 전세 2000만 원에 얻은 거였습니다! 놀랍죠?! 


그럼,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으로 제 로망을 집대성한 공간이었던 거실 겸 서재를 소개해드릴게요~ 다음에 다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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