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헌터
2. 나는 헌터
‘잃어버린 사랑을 찾습니다’
이런 웃기는 문구가 붙은 다 헤져버린 전단지. 귀퉁이에는 웬 얼 빠진 사내놈의 사진이 초상마냥 걸려 있다. 놀고 있군. 혼자 중얼거리며 전봇대를 지나치려 한다. 그러다 쨔잔 운명처럼 사례금 300만 원에 눈이 휙 돌아가는 것이다. 땡 잡았다
사례금이나 현상금만으로 살아 온지 벌써 어언 7년. 오랜만에 큰 건수를 잡은 것이다. 폰을 꺼내 곧장 전화를 했다. 이신애. 일주일 내로 남편을 찾아주겠다는 말에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꼴이라니. 아마 그 어벙한 남편이 통장이라도 들고 나른 모양이다. 사소한 일이 번져 불 붙은 한바탕 부부 활극 끝에 소심한 남편이 집을 뛰쳐나가버린 것일지도. 아아 가련한 중년이여.
일단 나는 그 남편을 암호명 얼치기로 규정하기로 했다. 생긴 꼴이 그 모양이니 필연적이었다. 나는 직업을 강조하기 위한 코믹만점의 중절모와 바바리(중절모는 인사동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과거 어느 시인이 썼다던 걸 만 오천 원에 구입한 것이고, 바바리는 여름에 동대문에서 단돈 이만 원에 구입한 것이었다.)를 걸치고 눈보라를 헤치며 비탈길을 오른다. 이건 똥개 훈련이야. 씩씩 거리며 드디어 이신애라는 여자의 집에 도착했다.
대충 지은 슬레이트 건물 2층. 여기저기에 벼락같은 균열이 생겨 있고, 거미줄이 화려하게 둘러져 있다. 자정쯤에 오면 귀신이 나와 반겨줄 것 같은 집이다. 내가 무슨 고스트 버스터도 아니고, 귀곡산장 따위에는 들어가기 싫다. 허나 조사를 위해서는 들어가는 수밖에. 어설퍼 보여도 나는 프로니까. 나무 판자를 세워 놓은 것 같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부엌이 나온다. 습한 기운과 함께 오롯이 냉기가 덮쳐온다. 조용하다. 저, 이신애 씨 계신가요? 이신애씨이~ 방 쪽에서 잠시 뒤척이는 소리와 ‘탁’ 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방문이 버럭 열린다. 깜짝이야.
“아.. 네 오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깜박 잠이 들어서.”
여자는 내게 방으로 들어오라는 듯 문에서 자리를 비킨다. 방으로 들어간다. 방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제법 예쁘장하다. 벽지는 예쁜 초록빛 세 잎 클로버 무늬이고, 장판도 티 하나 없이 깔끔하다. 벽에는 달력과 결혼 기념사진만이 어색하게 서로 몸을 맞대고 걸려 있다. 달력과 결혼 기념사진이 맞닿아 걸려 있는 벽면이 조금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값비싼 토토로 인형 따위도 한쪽에 놓여 있다. 신애라는 여자는 생각과 달리 제법 생긴 얼굴이다. 혼자 무던히도 울었는지 눈이 충혈되어 있고, 조금 피곤해보이는데도 스무 살 후반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이런 여자가 그 얼치기 마누라라고? 새끼 돈은 많은가 보지.
“ 전에 전화로 얘기는 대충 들으셨죠? 저희 남편이 집을 나간 지 벌써 육 개월이 넘었어요. 이제 말씀드리는 거지만 사실 제 남편은 정박인이에요. 죄송해요. 사실대로 말하면 찾겠다고 아무도 안 나설 것 같아서…”
꽝이다. 정박인이라니. 이게 무슨 헛소린가. 저런 여자가 뭐가 부족해서 똘아이랑 결혼을 했다는 거지. 엽기다 이건.
“제발. 부탁드릴게요. 꼭 좀 찾아주세요.”
여자는 제법 비련의 여주인공 흉내를 낸다. 영화 편지에서 최진실이 펼친 눈물 콧물 억지 최루연기보다야 훨씬 리얼하기는 하다. 여자는 짜증 나게도 울먹울먹 경위를 풀어 놓는다. 한 시간쯤 지나서 였을까. 간신히 여자의 러브스토리가 끝난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나는 신애라는 여자는 미친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속으로 내린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 땅에 그런 지고지순 청순파가 생존해 있을 리가 없는 까닭이다.
“어때요? 찾으실 수 있겠어요?”
또 울먹이는 목소리. 조금 귀찮아진다. 하지만 300만 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나름대로 여자의 이야기에서 몇 가지 단서를 찾아낸다.
첫째는 얼치기가 교통편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
둘째, 꼬락서니가 완벽한 미치광이 거렁뱅이라는 것.
셋째, 얼치기는 어떤 물질이든 생명체로 착각한다는 것.
- 그리고 그것이 죽었을(지 딴에는) 시에는 철저한 장례의식을 거행한다는 것.
첫째 단서로 얼치기가 그리 멀리 가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납치될 경우도 있지만, 둘째 단서가 그 확률을 극히 낮게 만든다. 이 세 가지로 미루어 얼치기가 길거리에서 아사 또는 동사했을 거라는 가정을 내릴 수 있지만, 여자의 말로는 육 개월 간 아사, 동사자를 확인하러 다녀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좀 더 다른 단서들을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여자에게 내일까지 사건 이후 요섭을 보았다는 사람들을 모두 한 곳에 불러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