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들

잃어버린 사랑을 찾습니다 7

2. 나는 헌터

by 장명진

“으악!”


나는 온몸에 식은땀을 주렁주렁 달고 깨어났다. 꿈이 생생했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취재 노트를 뒤적여 본다. 제일 중요한 것들이 빠져 있었다. 요섭이 실종된 날 신애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리고 어째서 161번 버스에서 요섭을 보았다는 목격자는 저번에 부르지 않은 것인가? 신애에 대한 의심은 조금씩 커져 가고 있었다. 혼란스럽다. TV를 켠다. 뉴스에서는 최근의 베스트셀러 동향 따위를 얘기하고 있었다. 채널을 돌린다. 그러다 다시 뉴스 쪽으로 채널을 옮긴다. 최근 몇 달간 베스트 셀러 1, 2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습니다’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시집과 산문집을 엮은 형식으로, 작가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30대 초반의 남자였다. 이 남자는 작품을 투고하고 실종이 되어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묘하게 이번 사건과 비슷했다. 나는 그 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연구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노트북을 켜 이런저런 도서 전문 사이트들을 뒤적여 본다. 책은 4개월 전에 나왔다. 처음에는 판매실적이 저조하고,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의 책이었으나, 작가가 정신지체 장애인이며 실종되었다는 센세이셔널한 기사가 어느 신문 한 귀퉁이에 보도됨으로써 판매부수가 급상승하게 되고, 표지를 새로 꾸민 재판을 거쳐 베스트셀러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책을 출판한 출판사로 찾아가서, 원고를 가져온 것이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이며, 계약에 따라 돈을 받아간 사실을 알아냈다. (계약조건은 초판 500부를 자비 출판하고, 만약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경우 작가 인세 대신 ‘1억 원’을 받는 것이었다. 당시 출판사 측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코웃음을 치며 그러자고 승낙했던 모양이었다.)


출판사를 나온다. 하늘은 파랗다. 조금씩 봄이 오고 있었다. 나는 곧장 신애가 일한다는 고아원으로 향한다. 원장실로 가서는 이신애를 찾는다. 그런데 원장은 피곤한 모양인지 약간 졸린 낯빛으로 신애는 어제 일을 그만두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누가 가슴을 확 잡아끌어내리는 듯한 느낌.


“저 이신애 씨 11월 18일 날 왔었나요? 남편 실종된 날에”

“왔었죠 그럼. 우리 이신애 선생님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으세요. 참 좋으신 분이었는데 딱하죠 참.”

“혹시 그날 기록 같은 거 있으면 좀 볼 수 없을 까요?”

“아.. 예. 에… 여기 있네요.”


199X년 11월 18일. 신애는 평소보다 세 시간이나 늦게 출근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10시에 출근을 해야 하거늘, 신애는 유독 그날만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며 1시가 되어서야 고아원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유독 요섭이 실종되었던 그 날에 고아원에 오지 않고 신애는 어디를 간 것이었을까, 정말 병원에 간 것이었을까?


신애를 만나서 다시 자초지종을 들어봐야만 했다. 바바리 코트를 흙 길에 끌며 비탈을 올랐다. 숨이 가빠왔다. 신애의 집 앞에는 여전히 노파가 의자를 두고 앉아 있었다. 퀭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노파. 다가간다.


“저 할머님. 저기 버스에서 누가 최요섭 씨를 봤다고 하던데. 혹시 누군지 아세요?”

“우리 영감이제.”

“아아…그러세요. 저 그럼 할아버님 좀 잠시 뵐 수 있을까요?”

“뒈졌어.”

“네?”

“아 고마 뒈졌다고 안 카나. 젊은 아가 벌씨 가는 귀가 묵었나?”


노파는 카랑카랑하게 소리를 지르더니, 카악하고 바닥에 가래를 뱉었다. 여전히 믿음이 잘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래도 침착하게 물었다.


“그럼 할아버님이 본 게 언젠 줄 아세요?”

“알제.”

“그게 언제죠?”

“글마 집 나가삐고 난 바로 고 다암 날이였제. 우리 영감이 수파에 라면 사러 갔다가는 지나는 버스서 글마랑 똑 닮은 놈을 봤제. 아이지, 닮은 것도 아이고 똑 가였제. 그래 우리 영감이 그 가시네한테 안 일러줬나. 근데 그 여시가 밍기적 밍기적 찾아부지도 않고 안 저러고 있나.”

“바로 다음날이라고요? 확실한가요?”

“젊은 아가 속고만 살았나? 아 맞다 안카나.”


심증은 점차 확증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신애는 일부러 요섭이 집을 나가게끔 만든 것이다. 그날 아침 일찍 일어나 요섭이 아끼던 쥐를 죽이고, 그것을 문밖에다 버린다. 그리고 그 장면을 요섭이 어렴풋이 목격하게 하여, 요섭이 집 밖으로 나와보도록 유도를 한다.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간다. 요섭이 쥐를 찾다가 문이 열려 있음을 깨닫고 밖으로 나와본다. 쥐가 죽어 있다. 요섭이는 무서워서 신애를 찾으러 나선다. 숨어 있던 이신애는 요섭을 따라가서 요섭을 살해하고 쉽게 찾지 못할 곳에 버린다. 곧장 고아원을 가서 알리바이를 만든다. 집에 돌아와서 호들갑을 떨며 경찰에 신고를 한다. 며칠 동안 찾는 시늉을 한다. 출판사에 원고를 준다. 신문에 남편을 찾는 기사를 낸다. 요섭의 책이 판매부수가 늘어난다.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나를 고용한다. 자연스럽게 혐의가 풀리고 신애는 실종된 남편을 대신해 인세를 받는다.


나의 이러한 추리대로라면 신애는 참으로 무서운 여자였다. 자기가 죽인 사람을 찾아달라고 하다니. 참으로 섬찟했다. 그렇다면 이신애는 도대체 요섭의 시체를 어디에 감춘 것일까. 한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흔해빠진 추리일까. 나는 조급하게 계단을 올라가 이신애의 집 현관문을 쾅쾅 두들긴다. 대꾸가 없다. 문을 열고 들이닥쳐 방문을 벌컥 열어젖힌다. 텅 빈 방. 띠리링.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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