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요섭,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3. 요섭,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요섭이는 신애가 집을 나가자마자 후다닥 미키를 찾았습니다. 미키야~ 미키야~. 그러나 좀체 미키의 찍찍거리는 아침인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요섭이는 훌쩍이기 시작합니다. 이내 유리알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쨍쨍쨍.
겨울 같지 않게 따스한 햇발이 집안까지 걸어 들어옵니다. 요섭이는 문득 오늘 이른 아침 신애가 찰그락 소리가 나는 뭔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며 집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문은 열려 있네요. 눈물 콧물 침물이 쨍쨍이는 햇살에 휘황찬란 반짝입니다.
대문을 나서 오른 켠을 휙 쳐다보니 까만 비닐봉지가 놓여 있습니다. 요섭이는 꼭 새끼를 잃은 늑대 같아요. 비닐봉지를 짓뜯기 시작합니다. 벌건 음식 찌꺼기 국물이 튀기고, 쏟아지고 미키가 있습니다. 쇠창살 속에서 터진 붉은 몸뚱이로. 태양이 조금씩 내려 앉습니다. 이글이글.
요섭이는 미키를 감옥 속에서 꺼냅니다. 손바닥에 빨간 것들이 피어납니다. 우에~ 요섭이의 달음질입니다. 비탈길까지 뛰어가더니 어느 나무 아래서 끼익 급제동이에요. 헐레벌떡 흙을 파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미키를 조심스레 넣고, 음정 박자 꽝인 목소리로 ‘이제 가면 언제 오나~’를 여간 비통하게 부르는 것이 아니에요. 노래가 끝나자 또 헐레벌떡 흙을 다시 덮습니다. 침으로 빨래한 것 같은 옷에 흙 알갱이들이 더덕더덕 달라붙었네요. 요섭이는 엉엉 울며 집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꺼내 푹 덮어쓰고는 오들오들 떱니다. 창 밖에는 붉은 태양이 쫓아와 집을 포위합니다. 티비 위에 장미꽃이 땀을 흘립니다. 더워요. 요섭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이불을 내팽개칩니다. 가지런하던 이불이 일그러집니다. 그리고 창가에 서서 밖을 한참 치어다 보려니
“착한 요섭아! 요섭아! 우리 미니를 지켜줘!”
요섭의 심장 한 복판으로 미키의 음성이 뛰어듭니다. 으흥 알았어 미키. 요섭은 후다닥 목욕실로 달려가 흰 수건 하나를 꺼내어 목에 두르는 것이었습니다. 빠밤~~ 천사맨!! 빗자루 검을 집어 들고 곧장 집을 뛰쳐나갑니다. 그러자 푸른 하늘이, 하얀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 길가에 햇빛 조각들이 길게 누워 있어, 길이 노랗네요. 요섭이는 랄랄랄 팔을 크게 휘두르며 촐랑촐랑 길을 걸어 갑니다. 기나긴 모험의 시작. 요섭이는 마왕으로부터 아름다운 미니 공주를 구하지 않으면 안돼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떠나는 모험이에요.
우선 비탈길 쪽의 성스러운 마나나무 아래 미키 정령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곤 자못 비장하게 비탈을 내려가는 것입니다. 몬스터들이 튀어 나올지 모르니 조심해야 해요. 요섭이는 미니공주의 행방을 알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바람에 실려온 낙엽에게 물었습니다.
“낙엽아, 미니공주가 어딨는지 아니? 넌 바람에 실려 세상을 많이 돌아다녔잖아”
“몰라, 나는 이제 그만 쉬고 싶어. 나를 내려줘. 이 세상은 내게 너무 가혹해.”
요섭이는 맞아 떠도는 것은 힘들거야하며 낙엽을 살며시 쥐어 흙 길 위에 놓아 줍니다. 다음에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고 있는 개미에게 물었습니다.
“개미야, 미니공주 어딨는지 알지? 넌 열심히 걸어다니니까 알 거야 그치? 우리 미니공주님은 고아원이라는 마왕성에 잡혀갔어.”
“글쎄, 열심히 사느라 그런 건 신경 쓸 수 없는 걸.”
부웅! 빵빵!! 갑자기 까만 자동차가 헐레벌떡 뛰어옵니다. 개미를 공격하려나 봐요. 우리의 요섭이는 정의의 빗자루 검을 뽑아 듭니다.
“거기섯! 우리 개미군을 죽일 순 없다!”
끼익. 차가 급제동을 하며 멈춥니다. 요섭이 바로 코 앞이에요. 개미군은 고마워하며 후다닥 도망갑니다.
“이 씨팔 새끼!! 대가리 돌았냐! 죽고 싶어 환장해써!? 저리 꺼져!!”
선글라스를 낀 무투가형 인간이 욕설 마법을 시전합니다. 착한 요섭이는 움찔. 주춤하더니 이내 헤~~ 웃고는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입가에서 거품 단 눈물이 쪼로록. 보도블록 위를 통통 뛰어다니며 길을 갑니다. 낙엽이와 개미군 등을 밟지 않기 위하여서예요. 길가의 평민들로부터 요섭이는 시선집중입니다. 평민들은 사실 요섭이를 바퀴벌레로 보고 있습니다. 요섭이만 봐도 끼약하며 도망가기 바쁘거든요. 침을 뱉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 다들 이유 없이 싫어하네요. 그래도 요섭이는 헤벌쭉 웃으며 깡총깡총 뜁니다.
얼마쯤 왔을까요. 드디어 요섭이는 마왕성을 발견합니다. 마왕성은 지하에 있어요. 세 개의 구멍에서 까만 독수가 흘러나와요. 요섭이는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미니 공주가 그곳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착한 요섭용사님 도와주세요’ 마왕성 앞 마당 벌에서 마왕의 아이들이 방글방글 놀고 있습니다. 미니 공주와 공주의 아이들이 그 안에서 이리저리 쫓기고 있어요.
“얘들이 더럽게 뭐하니!”
갑자기 마왕이 튀어나오더니 빗자루 검으로 미니공주와 공주의 아이들을 내려칩니다. 미니 공주는 그대로 기절. 요섭이 눈에 불이 확 달아오릅니다. 마왕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에비 드러라 하며 미니 공주를 독수 속으로 집어 던져버리는 것입니다.
“우워어어”
요섭이는 미친 듯이 마왕성으로 돌격해가, 독수에 뛰어들어 미니공주를 구출해냅니다. 그리곤 미니공주를 내려놓고, 빗자루 검을 치켜들고 마왕에게로 달려듭니다. 용자의 폭주공격이 시작된 것이에요. 아이들이 놀라 우우 비켜섭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눈에 불을 켜고 요섭이는 미친 듯이 마왕을 내려칩니다.
주거주거!!. 사랑스러운 것들을 헤치는 놈은 용서 못해. 하늘이 푸릅니다. 저 아래 마왕성에서는 고독한 용사가 마왕과 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는 직립보행하는 바퀴벌레입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바이러스를 퍼뜨려온 징그러운 바퀴벌레. 마왕성으로 마왕의 부하가 된 인간들이 우르르 몰려듭니다. 바람꽃 마냥 흙 먼지가 일어 푸른 하늘을 덮습니다. 개새끼, 미친 새끼 쳐 죽어. 인간들이 요섭이를 아니 바퀴벌레 쳐 죽이려는 듯. 발길질. 주먹질. 강목. 돌멩이. 피.
요섭이의 눈에는 기나긴 강이 펼쳐집니다. 그 강 위에 둥둥 떠서 내려가면 바다가 나옵니다.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고, 요섭이는 방글방글 거리며 가라 앉습니다. 미키도, 미니도, 아빠도, 엄마도, 신애도 그 물 속에서 방글방글. 쬐그만 물방울들이 수면 위로 올라갑니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올라갑니다. 요섭이의 숨이, 미키의 숨이, 신애의 숨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모든 이의 숨이 떠올라갑니다.
밤이 되자 북극성 하나가 떠오릅니다. 요섭이는 버려진 하수구관 속에 숨어 오들오들입니다. 너무 추워요. 북극성도 추워요. 마왕 일당들은 따뜻한 곳에서 자고 있죠. 미니와 아이들은 죽었어요. 하지만 진짜 미니공주는 안 죽었어요. 신애가 보고 싶어요. 하지만 길 잃은 요섭이는 돌아가지 못합니다. 강으로 가야 해. 강으로. 모든 것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제 그만 놀고 새로운 놀이를 시작해야지. 겨울이 지나가는 듯, 눈이 조금씩 녹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까매질수록 북극성은 더욱 반짝이고.
다음날 요섭이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에서 신애를 발견하고는 달려갔습니다. 신애는 버스라는 것에 타고 있었어요. 요섭이 훌쩍 올라타버립니다. 하지만 신애는 없었어요. 요섭은 버스 제일 뒷좌석으로 가서 길죽하게 누워버립니다. 버스는 한강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신애가 거기서 기다려줄 거야. 요섭이는 그렇게 믿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