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코 히데키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프렌즈 아프리카>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머리 위에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린다. 신발 속의 모래를 털어내야 할 것 같고, 기아에 굶주려 형형히 눈동자만이 빛나는 아이들에게 무어라도 건네야 할 것 같다.
우리 속의 아프리카는 그렇게 하나의 대륙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하나의 나라로, 그리고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어 왔다. 나는 아프리카 대륙에 53개국의 나라가 있으며,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이 존재하고, 피부색도, 문화도, 종교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뚜렷하게 알지 못했다.
어떤 대상에 대해 모호한 이미지만으로 판단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선입견’이라고 부른다. 아프리카는 내게 그 대륙의 크기만큼 거대한 ‘선입견’이었다.
문화인류학과 출신의 일본인 오사코 히데키가 쓰고 쓰다 유미가 삽화를 그린 <프렌즈 아프리카>는 ‘인류의 시원’, ‘이글거리는 태양의 대륙’ 따위의 수사를 걷어내고, 마치 자판기처럼 담백하게 아프리카의 현재를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넬슨 만델라 이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랍의 봄을 맞기까지의 이집트와 튀니지, 사하라사막이 나누고 있는 북아프리카(마그레브 제도)와 사하라 남쪽의 블랙아프리카(서브사하라) 지역간 차이, 지단과 카뮈의 모국 알제리, 미국의 영향을 받은 라이베리아, 바다와 인접한 나미브 사막, 아프리카의 동부를 구분하는 5,895미터 높이의 킬리만자로 산맥에 연한 고산국 탄자니아와 에티오피아 등.
우리가 알지 못했고, 알려하지 않았던 오늘날의 아프리카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사실, 오늘날의 아프리카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살아도 그만이다. 모르는 것은 말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다만, 알지 못한 채로 누군가에게 아프리카에 대해 함부로 얘기한다면 우리는 망상가이거나,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덕에 나는 이제야 조심스럽게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을 듯하다. 아직, 감히 아프리카를 말하기는 이르다.
2018. 4. 17. 멀고느린구름.
인천 남구에 위치한 여행인문학도서관 '길 위의 꿈'에 매달 1-3 편의 책을 리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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