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정, 최지민 <A Paris>
책을 요일로 표현하자면 이 책은 아무런 일정을 마련해놓지 않은 일요일 오전일 것이다.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한 햇살에 잠을 깨긴 했지만, 어차피 아무런 할 일이 없으므로 더 잠을 자도 좋고, 그대로 일어나 토스트나 사과 같은 것을 한 조각 물어도 좋을 그런 오전 말이다.
요리하는 언니와 사진 찍는 동생이라고 소개된 자매는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에 있는 파리에서, 마치 <장기 휴가를 내고 집에서 보낸 30일>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더 좋을 법한 무료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거리를 걷고, 특별할 것 없는 파리지앵의 가정식들을 만들어 먹는다.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서 보았을 법한 심심한 글들에 파리의 시간이 심드렁하게 누워 있다.
그러나 그리하여 이 책에는 묘하게도 페이지의 여백 속에 파리의 공기가 담긴다. 책의 표지부터 본문의 편집까지 그 세련미는 파리 그 자체다. ‘사진 찍는 동생’ 최지민 씨의 사진은 과장되지 않은 담백함이 있다. “여러분! 제가 파리에 왔어요!” 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약간 어둡고 흐린 듯하나 선명한 사진 속에 일요일 오전의 게으름과 창틈을 파고드는 햇살의 쨍함이 공존한다.
좋은 책의 기준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커피 잔을 옆에 두고 인증샷을 찍기에 아주 좋고, 하릴없는 일요일 오전에 낮잠을 자는 대신 펼치기에도 좋다. 내 말처럼 어느 볕이 좋은 일요일에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는다면, 파리에 다녀온 사람에게는 그리움이, 아직 가보지 못한 이에게는 동경이 자라날 것이다. 나는 2년 전에 다녀온 파리가 문득문득 그립다. <아-파리>라니. 누가 지었는지 제목 참 잘 지었다. 아- 파리...
2018. 5. 3. 멀고느린구름.
인천 남구에 위치한 여행인문학도서관 '길 위의 꿈' 홈페이지에 매달 1-3편의 책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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